선도지구發 상승 기대감, 인근 단지까지 확산
매물 회수·가격 인상 요구…실수요자 거래 불안
대전일보DB
대전 둔산동의 한 아파트 매입을 추진한 김 모(50) 씨는 최근 가계약금을 건넨 뒤 매도자로부터 거래를 진행하기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 주변 집값과 호가가 오르자 매도자가 가계약금의 두 배를 돌려주고 거래를 깨겠다고 나선 것이다. 김 씨가 다시 비슷한 조건의 매물을 알아봤지만 호가는 이미 종전보다 수천만 원 올라 있었다. 김 씨는 "부동산에서 가계약금을 수천만 원은 걸어야 안전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선도지구 선정 이후 집주인들이 호가를 높이는 게 당연해진 분위기다. 계약이 성사됐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취소돼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대전 둔산권의 집값 과열 양상이 신고가와 매물 회수를 넘어 계약 파기로 번지고 있다.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본 일부 집주인이 가계약금의 두 배를 돌려주고 거래를 파기하거나 본계약 직전 가격 인상을 요구하면서 매수자들의 거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20일 지역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노후계획도시 정비 선도지구와 인근 아파트에서 가계약 이후 매도자가 거래를 취소하거나 매매가격을 높여달라고 요구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주변 아파트값과 호가가 단기간에 오르자 받은 가계약금의 두 배를 돌려주더라도 더 높은 가격에 다시 매물을 내놓는 편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통계에서도 최근 계약해제 사례가 확인된다. 선도지구에 포함된 공작한양아파트 전용면적 84㎡ 15층은 지난달 25일 5억 8000만 원에 매매계약이 체결됐으나 이달 12일 해제됐다.
가격 상승세는 선도지구를 넘어 둔산권 일대로 확산하고 있다. 수정타운 아파트 전용 71㎡는 지난 6월 4억 원에서 지난달 4억 3000만 원으로, 둥지아파트 전용 70㎡는 지난 3월 4억 3000만 원에서 지난 6월 4억 5000만 원으로 각각 상승했다. 층과 주택 상태에 따른 차이는 있지만 선도지구에서 시작된 가격 상승 기대가 인근 단지의 호가와 실거래가까지 밀어 올리는 모습이다.
대전 서구 둔산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둔산권 매물은 전반적으로 호가와 실거래가가 함께 오르고 있다. 비공식적으로 매물을 내놓은 뒤 시장 분위기를 보며 가격을 계속 높이는 집주인도 상당하다"며 "계약 체결 이후 시세가 급등하면 배액배상을 감수하더라도 계약을 깨는 편이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경우도 많다. 가계약금을 2000만 원 이상 걸어야 안전하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선도지구 선정으로 촉발된 가격 상승 기대가 인근 단지까지 번지면서 둔산권 전체의 호가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정비사업 대상 여부와 진행 단계, 개별 단지의 사업성에 차이가 있는데도 '둔산'이라는 이유만으로 매물이 회수되고 가격이 오르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선도지구 선정은 정비사업의 출발점일 뿐 사업성과 추가분담금, 사업 기간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개발 기대감이 실제 사업 진척보다 앞서면 매도자의 계약 파기와 추격 매수가 반복돼 가격 변동성과 실수요자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