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철환 울산동부경찰서 방어진지구대 경위
낚싯대를 드리운 낚시꾼은 물고기가 좋아할 만한 미끼를 고른다. 물고기의 습성과 환경에 따라 미끼를 바꾸지 않으면 고기를 낚을 수 없기 때문이다.
피싱 범죄도 마찬가지다. 범죄자들은 더 이상 단순히 돈을 요구하지 않는다. 사람의 외로움, 불안, 욕심, 공포, 호기심 같은 감정을 분석해 맞춤형 미끼를 던지고 방심한 순간 피해자를 범죄에 끌어들인다.
울산경찰청은 최근 1년간 악성 애플리케이션 설치 피해자 구제 활동 등을 통해 총 32건, 26억원 상당의 보이스피싱 피해를 예방했다. 금융기관과 협업해 구축한 고액 인출 신고체계도 피해 감소에 큰 역할을 했다. 제도 시행 전후 8개월을 비교한 결과 피해액은 298억7,000만원에서 133억9,000만원으로 약 45% 감소했다. 이는 예방과 관심만으로도 범죄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대표적인 피싱 유형 중 하나는 '로맨스 스캠'이다. 범죄자는 SNS나 메신저를 통해 해외 군인이나 사업가 등을 사칭하며 친밀감을 쌓은 뒤 각종 명목으로 돈을 요구한다. 투자 권유형 피싱도 급증하고 있다. 금, 코인, 해외선물 등을 내세워 고수익과 원금 보장을 약속하고, 초기에는 소액 수익금을 지급해 신뢰를 얻은 뒤 거액 투자를 유도한다. 이후 사이트를 폐쇄하거나 연락을 끊는다. 최근에는 유명인 사진 도용과 딥페이크 광고까지 등장해 더욱 교묘해지고 있다.
대출 빙자형 피싱 역시 여전하다. 정부 지원 대출이나 저금리 전환을 미끼로 접근한 뒤 각종 수수료와 보증금 명목으로 돈을 요구한다. 금융기관을 사칭하며 악성 앱 설치를 유도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최근에는 군부대나 공공기관을 사칭해 식당과 업체에 대량 주문을 한 뒤 특정 물품 구매를 요구하는 '노쇼 사기'도 늘고 있다. 업주가 물품 대금을 송금하면 연락이 끊기는 방식이다.
피싱 범죄가 무서운 이유는 금전 피해뿐 아니라 피해자에게 큰 정신적 충격과 자책감을 남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특정 사람만 속는 범죄가 아니다. 범죄조직은 누구나 흔들릴 수 있는 순간을 노린다. AI 기술 발전으로 실제 목소리와 유사한 음성을 사용하는 사례까지 등장하면서 피싱을 구별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피싱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원칙을 기억해야 한다. 전화나 메신저로 돈을 요구하면 반드시 의심하고 출처가 불분명한 링크는 클릭하지 말아야 한다. 투자와 대출은 공식 금융기관을 통해 확인하고 SNS에서 과도하게 빠른 친밀감을 보이는 상대도 경계해야 한다. 기관이나 가족을 사칭한 연락을 받았다면 반드시 공식 연락처를 통해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피싱 범죄는 결국 사람의 마음을 노리는 범죄다. 가장 강력한 예방책은 '나는 안 속는다'는 자신감이 아니라 '누구나 속을 수 있다'는 경계심이다. 범죄의 미끼는 계속 진화하지만 한 번 더 의심하고 한 번 더 확인하는 습관이 있다면 피해를 막을 수 있다.
피싱 범죄 예방은 경찰만의 노력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시민들의 관심과 경계심이 모일 때 비로소 범죄의 그물을 끊을 수 있다. 경계와 확인, 그리고 주변과의 소통이야말로 피싱 범죄를 막는 가장 강력한 안전장치다.
지철환 울산동부경찰서 방어진지구대 경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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