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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진정성을 외치는 ‘개소리쟁이’와 싸우는 법[책에서 만난 얼굴]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 이후 철학자 해리 프랭크퍼트가 1980년대에 쓴 짧은 논문이 이슈가 됐다. 제목은 ‘개소리에 대하여(On Bullshit)’.

사실의 수명

존 다카타·짐 핑걸 지음 | 서정아 옮김 | 글항아리 | 160쪽 | 2만원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 이후 철학자 해리 프랭크퍼트가 1980년대에 쓴 짧은 논문이 이슈가 됐다. 제목은 ‘개소리에 대하여(On Bullshit)’. 그는 ‘개소리쟁이’와 ‘거짓말쟁이’의 차이로, 후자는 사실 여부에 대한 감각은 있지만 전자는 사실 여부는 안중에도 없고 자신의 ‘진정성’만을 강조한다는 점을 든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더라도 이 논문이 왜 오늘날에도 유용성을 잃지 않았는지는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간 이에 대한 진보·계몽적 대응이 쉽게 ‘팩트체크’로 귀결되는 상황에 관해서는 의문을 가져왔다. 모든 것을 ‘사실/사실 아님’의 이분법으로 나누어 ‘사실’ 바깥의 영역을 모조리 ‘개소리’로 몰아넣는다면 너무 많은 것을 폐기하게 되기 때문이다(단적으로, 사실/사실 아님만을 핵심에 둔다면 일단 모든 신화와 픽션은 개소리다).

<사실의 수명>은 이런 지점을 첨예하게 다루는 책이다. 팩트체커 짐 핑걸은 한 소년의 투신자살 사건을 다룬 존 다가타의 논픽션 에세이를 샅샅이 검증하는데, 주로 핑걸이 사소한 것까지 걸고넘어지고 다가타가 변명을 하거나 화를 낸다. 예를 들면 투신 당시 인근 교통량이 어땠는지, 글에서 지나가듯 묘사된 식당에서 구운감자를 파는지 감자튀김을 파는지 등에 대해서도 검증의 잣대를 들이댄다.

다가타는 종종 진상을 추구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자신이 취재한 사실을 흩뜨리기도 한다. 때론 아슬아슬하다. 그는 주장한다. 논픽션이라는 단어는 불과 50년 남짓 된 ‘최신용어’이며, 수백 년의 세월 동안 인간적 경험을 기반으로 문학·과학·역사 등을 넘나들며 자유분방하게 진상을 추구하는 장르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에세이 장르인데, 사람들은 단지 그가 실제 일어난 일을 다루기 때문에 ‘논픽션 작가’라고 부른다.

하지만 핑걸의 반박도 만만치 않다. 책을 읽다 보면 핑걸이 감정이 없는 인공지능(AI)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실은 정반대다. 핑걸은 거스르고, 싸움을 건다. 다가타는 싸움을 받아들인다. 그 두 축의 긴장, 진정성 ‘사이’에서 진상은 조금씩 드러난다.

프랭크퍼트에 따르면, 개소리의 핵심은 “사태의 진상이 실제로 어떠한지에 대한 무관심”이다. 한 명의 인간으로서 사태의 진상을 파악하는 과정은 지난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나름의 방식으로 진상의 지평을 넓혀갈 수도 있지 않을까? 단 ‘싸우면서’ 말이다.

김지원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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