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진영전자] 호르무즈 변수에 흔들린 가전·반도체···'탈중동' 공급망...

삼성전자 VD·DA사업부는 지난해 약 2000억원 규모의 연간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손실 확대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으며, DX부문 전체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큰 폭 감소가 예상된다는 전망이 나온다. LG전자 역시 TV·IT를...

[진영전자] 호르무즈 변수에 흔들린 가전·반도체···'탈중동' 공급망...

수출 증가 이면 특정 품목 의존 구조 심화↑

헬륨·브롬 의존 심화 공정 리스크 확대 우려

재고 대응 한계 생산 차질 가능성 점증 분석

원자재·운임 동반 상승 비용 압박 구조 고착

“조달 다변화 요구·전략 재설계 필요성 대두”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가 에너지·물류·원자재 전반으로 확산되며 국내 제조업 전반의 공급망 구조를 흔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가 에너지·물류·원자재 전반으로 확산되며 국내 제조업 전반의 공급망 구조를 흔들고 있다. 단기적인 비용 상승을 넘어 생산과 수익성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기업 대응을 넘어 산업 구조 차원의 변화 요구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중동 전쟁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음에도 한국 수출은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3월 수출은 861억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반도체는 328억달러로 처음 300억달러를 넘어섰다. 겉으로는 호조세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다만 세부 지표를 보면 온도차가 뚜렷하다. 반도체를 제외한 대부분 산업의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는 기준선을 밑돌고 있다. 가전(51.3), 전기·전자(65.4), 자동차(61.4) 등 주요 품목이 일제히 부진 전망 구간에 머물렀다. 수출 증가가 산업 전반의 회복이라기보다 특정 품목에 집중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은 수출 구조 변화와 맞물린다. 반도체 비중은 전체 수출의 34.3%까지 확대됐다. 과거 슈퍼사이클 시기와 비교해 의존도가 크게 높아진 상태다. 동시에 중동 변수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 지적된다.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헬륨의 상당 부분을 카타르에, 브롬을 이스라엘에 의존하는 구조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헬륨은 극저온 환경 유지와 웨이퍼 냉각·누설 검사 등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공정용 가스로, 공급 차질 시 생산 안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핵심 소재다. 브롬 역시 반도체 식각 공정과 난연 소재 등에 활용되는 기초 원료로, 수급 불안이 발생할 경우 공정 효율 저하와 원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핵심 공정 소재의 공급 안정성이 변수로 부각되는 가운데, 재고 중심 대응의 한계도 함께 부각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확보된 물량을 활용한 대응이 가능하지만, 전쟁 장기화 시 물류 경로 제약과 조달 지연이 반복될 경우 생산 일정과 출하 계획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공정 특성상 일정 수준 이상의 연속 공급이 요구되는 만큼, 수급 차질이 이어질 경우 라인 운영 효율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가전과 TV 산업에서는 다른 양상이 감지된다. 수출 지표상 큰 변동은 제한적이지만, 실적과 수익성에서는 둔화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 VD·DA사업부는 지난해 약 2000억원 규모의 연간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손실 확대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으며, DX부문 전체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큰 폭 감소가 예상된다는 전망이 나온다. LG전자 역시 TV·IT를 담당하는 MS사업본부가 7509억원 적자를 기록하는 등 수익성 부담이 현실화된 상태다.

여기에 중국 업체와의 가격 경쟁 심화, 알루미늄 등 원자재 가격 상승, 해상운임 반등과 환율 상승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비용 압박이 복합적으로 확대되는 구조다. 수요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원가 부담이 선행되는 흐름이 이어지면서, 실적 반등 시점이 지연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가전 산업은 원자재와 물류비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구조다. 최근 알루미늄 가격 상승과 해상운임 반등, 환율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비용 압박이 확대되는 분위기다. 부피가 큰 제품 특성상 해상 운송 비중이 높아 운임 변동이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도 큰 편이다. 운임 상승분이 시차를 두고 실적에 반영될 경우 부담이 하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원자재 단계에서는 가격 변동이 보다 선행적으로 반영되고 있다. 나프타 가격은 전쟁 이전 대비 큰 폭으로 상승하며 석유화학 업계의 가동률 조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나프타는 플라스틱과 합성수지의 핵심 원료로, 가전·디스플레이 등 전방 산업 전반의 부품 단가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기초 소재다.

원자재 가격 상승은 부품 단가 인상으로 이어지고, 다시 완제품 생산 비용을 자극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가전업계에서는 나프타 기반 합성수지 가격 상승으로 외장재와 내부 부품 단가가 오르면서 원가 부담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반도체 역시 헬륨 등 공정용 소재 확보가 장기화될 경우 비용 압박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자업계 전반에서도 핵심 부품 수급 상황에 따라 일부 제품의 생산 일정이나 출하 시점 조정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기업들은 재고 확보와 조달선 다변화 등을 통해 대응에 나서고 있다. 반도체 업계는 헬륨 등 핵심 공정용 가스를 중심으로 4~6개월 수준의 재고를 선제적으로 확보하며 단기 수급 리스크에 대비한 상태다. 동시에 중동 의존도가 높은 일부 소재에 대해 대체 공급선 확보와 물량 분산 조달을 검토하는 등 공급망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 전자·가전 기업들도 핵심 부품 재고를 일정 수준 이상 확보하며 대응에 나섰다.

다만 이런 대응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우회 항로 이용이 불가피해지면서 운임 상승과 납기 지연 가능성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 여기에 통행료 부과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물류비용의 구조적 상승 압력도 확대되는 양상이다.

이 같은 비용 부담은 소재·부품 단계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다. 나프타 기반 소재와 디스플레이 부품 가격 상승이 협력사 단가 인상으로 이어지면서, 완제품 생산 단계에서도 원가 관리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기업들은 제품별 생산 일정 조정이나 출하 시점 재조정 등 운영 전략을 병행 검토하는 모습이다.

단순 비용 상승을 넘어 구조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언급된다. 유가와 운임, 물류 비용 등 지정학적 변수가 가격에 상시 반영되는 환경이 고착될 경우, 제조업 전반의 수익성 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공급망 전략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특정 지역 의존도를 낮추고 조달 구조를 다변화하는 방향으로의 전환 필요성이 제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급망 문제는 더 이상 특정 지역 리스크에 국한된 사안이 아니라 원자재, 물류, 생산 전반으로 연결된 산업 구조 문제로 확장되는 구조로 볼 수 있다”며 “반도체 중심의 수출 호조에도 불구하고 가전·자동차·화학 등 주요 산업에서 비용 부담과 수익성 저하가 동시에 나타나는 점은 구조적 취약성이 드러난 사례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이 재고 확보나 조달선 다변화 등 단기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운임 상승과 에너지 비용, 설비 구조 제약 등으로 근본적인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특정 지역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의 공급망 재편과 함께 조달·생산 전략 전반을 다시 설계하는 논의가 불가피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