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the 깊은 인터뷰
다슌 왕 美 노스웨스턴대 교수
“AI(인공지능)는 ‘일의 본질’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과거에는 여러 전문가가 협업해야만 가능했던 코딩·디자인·시장 조사·고객 지원·데이터 분석 같은 업무를 이제는 자동화된 AI 에이전트가 대규모로 처리합니다. 대형 조직만이 갖추던 역량을 초소형 팀도 발휘할 수 있게 된 셈이죠.”
세계적인 명문 MBA(경영대학원)로 꼽히는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 경영대학원의 다슌 왕 교수는 WEEKLY BIZ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AI 덕분에 근로자 한 명이 발휘하는 생산성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는 의미다.
다슌 왕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 경영대학원 교수.
최근 실리콘밸리에서는 한·두명의 극소수 근로자와 AI로만 구성된 이른바 ‘초소형 팀(tiny team)’ 열풍이 불고 있다. 대형 조직에 버금가는 매출과 생산성을 내는 초소형 기업들이 잇따라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을 한데 모은 ‘초소형 팀 명예의 전당’ 사이트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한때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가 내세운 경영 철학인 ‘피자 두 판의 법칙(피자 두 판으로 전체 인원이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작은 팀을 지향한다는 뜻)’은 그 크기가 더 축소돼 ‘피자 두 조각이면 충분하다’는 말까지 나온다. 왕 교수는 “초소형 팀들의 아웃풋은 대형 조직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준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왕 교수는 60년간 축적된 6500만건의 논문·특허·소프트웨어 제품을 분석해 ‘큰 팀은 과학기술을 발전시키고, 작은 팀은 파괴적으로 혁신시킨다’라는 제목의 기념비적인 논문을 2019년 네이처지에 발표했다. 영국 온라인학술활동 분석기관인 알트메트릭은 이 논문을 그해 100대 인기 과학 논문으로 선정했다. WEEKLY BIZ는 왕 교수에게 실리콘밸리가 주목하는 ‘초소형 팀’에 대해 들어봤다.
“AI 등장으로 인적 자원 문제 해결돼”
-초소형 팀 열풍은 AI 챗봇 등장 이후 새롭게 나타난 현상인가.
“초소형 팀 열풍은 이전에도 존재했지만, AI 에이전트가 등장하면서 급격히 속도가 붙었다. 디지털 도구와 클라우드 컴퓨팅은 이미 조직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데 필요한 ‘조정 비용(coordination costs)’을 꾸준히 낮춰 왔으며, 이를 통해 적은 인력으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됐다. 특히 AI가 등장하기 전까지 전문가 고용 과정에서 제약으로 작용하던 ‘자원’ 문제가 해결되며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이제 관건은 ‘무엇을 할지, 그리고 AI 도구를 어떻게 활용할지’를 아는 역량이다.”
-AI 에이전트의 역할이 늘어날수록 기업 조직 규모는 더욱 작아질까.
“아마도 평균적으로는 그럴 가능성이 크다. AI가 특정 작업의 비용을 낮추면, 자연스럽게 그 업무에 필요한 인력 규모도 줄어든다. 하지만 AI는 새로운 범주의 업무와 새로운 문제·산업도 탄생시킨다. 역사적으로 기술은 인간의 일을 없애기보다는 다른 일로의 전환을 불러왔다. 따라서 조직의 일부 기능은 축소되겠지만, 우리가 아직 예상하지 못한 영역에서는 오히려 확장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본다."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IT나 일부 화이트칼라 직군에서 제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일까.
“AI는 이미 다양한 영역에 침투했다. 미디어, 법률, 컨설팅 분야를 비롯해 심지어 제조업에서도 AI를 통한 생산성 증대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초소형 팀 모델이 그런 분야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느냐다. 예컨대 소프트웨어는 두 사람으로도 제품 개발부터 출시까지 모두 가능한 반면에 제조업이나 의료 분야는 AI가 발전해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물리적·운영적 제약이 있다. 이 때문에 생산성 향상은 여러 분야에 걸쳐 광범위하게 이뤄지겠지만, 초소형 팀 모델은 지식 노동 같은 디지털화가 쉬운 분야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AI가 계속 발전하면서 이 경계는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넓어질 수 있다."
그래픽=김의균
“초소형 팀의 역량? 상한선이 없다”
-초소형 팀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사례가 있나.
“초소형 팀이나 1인 기업(OPC·One Person Company)은 이제 막 나타나고 있다. 다만 실리콘밸리는 전통적으로 소규모 팀 중심의 생태계였다. 예컨대 인스타그램은 직원이 13명일 때 페이스북에 10억 달러에 인수됐다. 왓츠앱도 한때는 직원이 55명이었다. 하지만 더 흥미로운 사례들은 AI와 함께 나타나고 있다. 특히 초소형 팀들의 아웃풋이 훨씬 큰 조직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초소형 팀이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의 최대치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두 사람이 해낼 수 있는 일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AI가 강력해지면서 그런 경계는 빠르게 허물어지고 상한선이 다시 쓰이고 있는 중이다. 아직 그 잠재력을 어디까지로 봐야 할지 가늠하기 어렵다.”
-당신은 초소형 팀이 사용하는 AI 종류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결국 팀 간 차별화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모든 팀이 동일한 AI 도구를 사용하면 산출물은 점점 비슷해진다. 내 연구에서도 이 같은 초기 징후가 나타났다. 도구가 획일적일수록 경쟁 우위는 문제 선택, 판단력, 창의성, 도메인 전문성, 팀 구성 방식, 차별적 진입장벽 같은 요소들로 이동한다. 이런 맥락에서 인간의 다양한 관점은 더 높은 가치를 갖게 될 것이다. 앞으로 돋보이는 팀은 최고의 AI 도구를 가진 팀이 아니라, 더 나은 질문을 던지고 인간의 전문성을 효과적으로 결합하는 팀일 것이다.”
“팀 규모별로 맞는 역할 기대해야”
-작은 팀과 대규모 팀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
“연구에 따르면 작은 팀과 큰 팀은 근본적으로 서로 다른 기능을 수행한다. 작은 팀은 파괴적으로 혁신하는 경향이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기존의 가정에 도전하는 셈이다. 반면에 큰 팀은 유망한 아이디어를 가져와 발전시키거나 확장하는 경향을 보인다. 본질적으로 둘 중 어느 하나가 우월한 것은 아니다.”
-가장 이상적인 조직 형태는.
“많은 조직이 범하는 실수는 한쪽에 다른 쪽의 역할을 기대하는 것이다. 예컨대 큰 팀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라고 요구하면 (결과물을 도출할 만큼) 빠르게 움직이지 못하거나 성공 가능성이 떨어진다. 반면 작은 팀에게 대규모 프로젝트를 맡기면 어려움을 겪는다. 가장 효과적인 조직은 두 가지를 모두 수행할 수 있는 형태다. 즉 대형 시스템 안에서 작지만 창의적인 팀들이 서로 연결돼 네트워크 구조로 운영되며, 탐색과 실행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조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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