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 수사기관장을 배석시켜도 된다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제미나이의 답변을 공개해 논란이 됐다. 최근 직장에서도 ‘AI는 된다고 하던데?’라고 말하는 상사가 늘고 있다. 일하는시민연구소가 개최한 AI노동정책포럼에서는 한 출판사 사장이 직원들에게 공용 챗GPT를 사용하게 한 뒤 AI가 도와주는데도 ‘왜 책이 안 나오냐?’며 재촉하는 사례가 소개됐다. 사장은 직원이 챗GPT에 어떤 질문을 했고 언제 일했는지 들여다볼 수 있다. 반면 직원들은 완벽하지 않은 AI의 교정·교열을 손보고, 답변을 체크하고, AI 특유의 문체 등을 고쳐야 한다. AI가 인간의 일을 대신하는 게 아니라, 인간이 AI 노동의 부스러기를 치우고 있다.
세상은 휴머노이드가 일터에 들어와 인간을 대체할 거라 경고하지만, 기업은 이미 AI를 활용해 인간을 통제하고 방대한 노동데이터를 수집한다. 가전방문점검원은 정수기 필터를 청소한 사진을 찍어 AI에 보내 심사를 받는다. 학습지산업에서는 AI교과서와 온라인 수업이 등장했다. 교사는 가르치는 역할에서 학습데이터를 수집, 입력하고 AI가 분석한 학습보고서를 해설하고 상담하는 역할로 바뀌고 있다.
AI로 인한 생산성 향상은 노동시간을 줄이는 게 아니라 노동자 1인당 업무량을 늘린다. AI 때문에 화가 난 고객의 심기를 살피고 데이터 수집용 앱을 설치하게 하고, AI 기기를 관리하는 등 이른바 ‘부스러기 노동’이 추가됐다. 휴대폰과 법인차량, 컴퓨터를 통한 위치추적은 물론 접속기록과 대화내역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것을 막기 어렵다. AI는 이미 거주지, 학력, 연령 등 개인정보를 토대로 노조 가입 가능성까지 예측한다.
AI 투명성과 알권리가 대안으로 제시된다. 그러나 회사가 데이터 수집이나 AI를 통한 업무지시에 동의하냐고 물었을 때 거부할 수 있는 노동자는 많지 않다. 어떤 알고리즘을 통해 노동자의 임금과 평가가 이루어지는지 안다고 해서 개별 노동자가 대응할 방법도 없다. AI 때문에 발생한 것처럼 보이는 감시와 통제, 노동조건 후퇴의 문제는 새로운 게 아니다. 노동자를 통제하는 건 AI가 아니라 AI를 활용하는 자본이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휴식, 근로조건의 불이익 변경 제한 등 노동법이 정한 최소한의 보호 기준을 기술 변화에 맞춰 확대 적용해야 한다. 모든 산업현장에 일률적으로 노동법을 적용시킬 수 없으므로 AI 개발에 권한과 힘이 있는 원청과 데이터 수집, 노동조건, 고용 등을 협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AI 발전의 수혜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정보기술(IT) 기업과는 기업별 교섭을 넘어 초기업 교섭을 추진해 산업 내 격차 해소, 노동시간 단축, 일자리, 숙련과 안전 문제 등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메가프로젝트와 초광역특구법으로 반도체산업과 데이터센터에 국가의 운명을 걸고, 인류가 합의한 노동법을 흔들고 있다. 장시간 노동과 4년짜리 기간제에 협조하라며 양대노총에 사회적 대화를 제안한다. 야만의 시대로 돌아가자는 주제로 대화할 수는 없다. AI시대에 걸맞게 초광역노동법, 메가교섭프로젝트를 의제로 교섭하자.
박정훈 민주노총 공공운수 노조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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