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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지속가능성 공시 본격화··· "국제 정합성·산업 현실 함께 봐야"

국내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를 앞두고 국제 기준과의 정합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기업의 현실적인 이행 부담을 고려한 단계적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지속가능성 공시 본격화··· "국제 정합성·산업 현실 함께 봐야"

한국회계학회와 포스코경영연구원은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를 앞두고 국제 기준과 산업 현실을 고려한 단계적 제도 설계와 데이터 신뢰성 확보를 위한 지원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제공=한국회계학회

[환경일보] 박준영 기자 = 국내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를 앞두고 국제 기준과의 정합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기업의 현실적인 이행 부담을 고려한 단계적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공시에 그치지 않고 데이터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업 내부통제와 인증체계, 전환금융 등 지원 인프라를 함께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회계학회와 포스코경영연구원은 26일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지속가능정보와 기업의 발전’을 주제로 특별세미나를 열고 국내 지속가능성 공시제도의 주요 과제와 기업·투자기관의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이날 논의에서는 한국형 지속가능성 공시제도가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기본 틀을 갖췄다는 평가와 함께, 실제 시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증 공백과 데이터 부담, Scope 3 공시 등 세부적인 제도 설계가 향후 제도 안착의 관건으로 제시됐다.

“방향은 맞지만”··· 공시 확대 과정 4대 병목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한종수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는 지난 2월 확정된 한국지속가능성 공시기준(KSDS)과 7월 확정된 공시 로드맵을 IFRS·ISSB를 비롯해 일본과 유럽연합(EU), 미국 연방정부, 캘리포니아 등 주요 해외 제도와 비교·분석했다.

한 교수는 한국이 법정공시와 재무정보 간 정합성, 세이프하버(Safe Harbor) 등 국제적으로 활용되는 제도적 틀을 채택했다는 점에서 기본적인 방향은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실제 제도 시행 과정에서는 국제기준보다 완화된 기준에 따른 신뢰도 저하와 공시 대상 기업 급증, 제3자 인증 공백, Scope 3 공시와 인증 의무화 등이 단기간에 겹치는 ‘규제 중첩’이 주요 병목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공시 대상 연결 실체가 2028년 291개사에서 2029년 3171개사로 급증하면서 기업과 협력사의 데이터 산정 부담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을 제기했다. 공시가 시작된 뒤 제3자 인증이 의무화되기까지 발생하는 2년간의 공백 역시 정보 신뢰성을 떨어뜨릴 수 있는 요인으로 꼽았다.

한 교수는 이에 따라 정책·규제기관이 KSDS와 ISSB 기준 간 정합성을 명확히 제시하고 완화조항의 일몰 시점을 사전에 예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인증 등록제를 조기에 구체화하고 Scope 3 산정을 위한 중소 협력사 지원체계를 마련하는 것도 과제로 제시했다.

기업에는 재무제표 수준의 지속가능성 내부통제(ICSR) 구축을, 투자자에게는 인증 공백기에 발생할 수 있는 정보 위험을 관리하고 부실 공시에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할 것을 주문했다.

두 번째 발제자인 최승재 세종대학교 교수는 지속가능성 공시의 궁극적인 목적이 규제 자체가 아니라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데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해외 제도와 국내 제도를 기계적으로 비교하기보다 한국의 산업구조와 기업 여건을 반영해 적용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필요한 기업의 자율공시를 유도하면서 제도의 적용 범위를 신중하게 넓혀가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Scope 3 공시 유예에 대해서는 기업 경쟁력 저하를 방지하기 위한 현실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지속가능성 정책이 이상적인 목표에 머물기보다 실제 기업이 이행할 수 있고 경제적 실리까지 확보할 수 있는 제도로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회계학회와 포스코경영연구원의 특별세미나 '지속가능 정보와 기업의 발전'에 참석한 패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회계학회

데이터 신뢰성이 투자·기업 경쟁력 좌우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지속가능성 공시가 실질적인 투자 판단과 기업의 탄소중립 전환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데이터의 신뢰성과 비교 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데 논의가 집중됐다.

정준희 대구대학교 교수는 공시가 기업에는 새로운 부담이 될 수 있지만 투자자에게는 기업의 미래 가치와 위험을 판단할 수 있는 새로운 정보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충분한 정보를 기반으로 자본이 배분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기업 경쟁력과 자본시장 발전을 함께 도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주렴 서울시립대학교 교수는 지속가능성 공시가 비재무 정보의 단순한 나열을 넘어 재무제표와 연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 등 지속가능성 요인이 자산 손상과 부채 인식, 회계추정 등에 미치는 영향을 일관되게 제시해야 정보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존 내부회계관리제도를 참고한 전사적인 공시 내부통제와 외부 인증인의 전문성·독립성을 확보하고, 재무제표 감사에 준하는 체계적인 인증 인프라와 감독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동섭 국민연금공단 수탁자책임실장은 ESG 데이터가 실제 기금 운용과 투자 판단에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민연금은 약 1000개 기업의 정보를 기반으로 탈탄소와 녹색전환 성과가 우수한 기업에 자금을 가중 배분하는 ‘틸팅(Tilting)’ 전략을 운용하고 있다.

다만 기업의 낮은 데이터 공개율과 검증된 비교 가능 정보의 부족은 투자 활용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이동섭 실장은 신뢰도 높은 공시가 확보될 경우 투자 대상 기업 선별과 주주권 행사의 실효성도 높아질 것이라며, 기업 이사회가 유예기간을 단순한 준비기간이 아닌 데이터 품질을 높이는 기간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계와 금융권에서는 공시 부담을 실제 전환 지원으로 연결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전윤재 KB금융지주 ESG사업부장은 중소 협력사의 데이터 산정 부담을 낮추기 위한 밸류체인 차원의 지원체계를 강조했다. 공시 데이터를 전환금융 심사에도 활용해 기업의 중복 실사 부담을 낮추고 ‘공시-금융-전환’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영아 포스코홀딩스 IR실장은 포스코그룹이 온실가스 배출량 연결 범위 확대와 내부탄소가격제 정비, 기후 관련 자원 배분 정보 집계 등 그룹 차원의 지속가능성 공시 내부통제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후 공시가 단순한 투자 배제(Divestment)나 주주총회 반대표 행사의 근거로만 활용되는 데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기업의 장기적인 기술 투자와 실제 감축 성과를 함께 평가하는 스튜어드십 활동과 정부의 전환금융 정책이 연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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