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개혁’ 릴레이 인터뷰 ②
투표소 현장엔 일반 공무원 파견
선관위 직원과 권한 경계 ‘모호’
문제 발생 시 유기적 대응 필요
독립기관 역할 다하도록 정비를
6·3 지방선거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 이후 국회 국정조사 등 선거관리위원회 제도개혁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지병근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사진)는 지난 17일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 원인을 두고 “선거관리위원회 직원과 지방자치단체 소속인 투표관리관·투표사무원의 책임과 권한이 투명하게 설정되어 있었다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었던 문제”라며 “문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누가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매뉴얼과 시뮬레이션이 없었던 것이 문제를 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 교수는 선관위 개혁 방향을 두고는 “선거 전 과정에서 역할, 권한과 책임을 정밀하게 다듬는 제도 개편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 교수는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한국선거학회 회장, 한국지방정치학회 회장 등을 지낸 정치학자다.
- 이번 사태 근본 원인은 무엇인가.
“핵심은 책임과 권한의 불투명성이다. 대다수 국민은 투표소의 모든 것을 선관위가 직접 통제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투표소 현장엔 선관위 직원은 거의 없다. 투표소 총책임자인 투표관리관, 실무자인 투표사무원들은 대부분 주민센터 등에서 파견된 일반 공무원들이다. 2024년 12월 말 기준 선관위 직원은 3200명으로 전체 유권자를 관리하려면 행정안전부의 인력 협조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현장 파견 공무원들과 선관위 직원 간 권한 관계가 모호하다. 양측의 책임과 권한이 명확하게 나뉘지 않는 것이다.”
- 투표관리관이 어떻게 해야 했나.
“투표관리관은 투표소에 대한 모든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있다. 송파구 선관위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서울시 선관위가 연락이 닿지 않으면 중앙선관위로, 중앙선관위가 연락이 닿지 않으면 장관으로 연락하는 등 어떻게든 해결책을 마련했어야 한다. 행안부 통제를 받는 투개표 관리관·사무원과 선관위 간 유기적 관계가 형성돼야 이러한 대응이 가능하다.”
- 투표용지 인쇄 비율 하향 지침이 문제로 지적됐다.
“전체 맥락을 보면 인쇄 비율을 무작정 낮게 잡은 것은 아니다. 본투표의 투표용지 인쇄 비율은 유권자의 50%였지만 송파구 사전투표율 23.3%를 합치면 73.3%가 인쇄된 것이다. 73.3%면 투표용지 인쇄가 부족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에 대한 선관위의 해명이 늦어 분노를 더 키운 측면이 있다.”
- 그렇다면 진짜 문제는 뭔가.
“투표용지의 배분이다. 전체 총량은 맞췄을지 몰라도 지역별·투표소별 분배가 잘못됐고, 부족분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유기적으로 제공할지에 대한 매뉴얼이 전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 각급 선관위원장과 위원 전부의 상임화도 대책으로 제시된다.
“비상임위원들이 선거 당일 출근하지 않은 점을 비난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초점이 아니다. 진짜 문제는 선관위원장이 실무를 파악하지 못하는 구조에 있다. 시도선관위원장은 현직 지방법원장이 겸직하는데 법원장은 본업이 따로 있다 보니 형식적인 역할에 그치기 쉽다. 상임위원이 선관위원장이 실무를 제대로 할 수 있게 보좌해야 한다. 선관위원장 스스로의 책임 의식 강화도 필요하다.”
- 국회가 국정조사에 나선다.
“핵심은 책임과 권한을 투명하게 만드는 것이다. 선관위가 투개표 관리를 할 때 제대로 된 권한을 행사할 수 있고 책임을 다하지 않았을 때 제재를 가할 수 있게 하는 입법이 필요하다. 선거 전 과정에서 역할, 권한과 책임을 정밀하게 다듬는 제도 개편에 집중해야 한다.”
- 정치권에서는 선관위 폐지론, 행안부 업무 이관, 개헌을 주장한다.
“매우 신중하지 못한 정치적 구호다. 선관위를 행정부나 입법부 산하로 종속시키면 선거 중립성이 무너질 수 있다. 선관위가 정치권에 휘둘리지 않고 독립적인 기관으로서 자기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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