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 직무정지에 의회까지 선거 집중, 시정 견제 기능 약화
임시회·결산검사 앞두고 “형식만 남는 것 아니냐” 우려 확산
유권자가 투표함에 투표지를 넣고 있다.
광주지역 정치권이 본격적인 선거 국면에 접어들면서 행정 공백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 경선이 사실상 본선으로 인식되는 지역 정치 특성상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선거전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시정 운영의 긴장감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23일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광주시는 현재 행정통합 논의와 각종 조직·제도 정비, 인공지능(AI) 산업 연계 구상 등 굵직한 과제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선거 국면이 본격화하면서 행정의 중심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책 추진은 실무라인을 중심으로 계속된다고 해도, 최종 판단과 책임의 무게를 지는 수장의 부재는 분명한 한계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광주시의회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의회는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면서 예산과 결산, 각종 안건을 면밀하게 따져야 하는 기관이지만, 의회 역시 경선을 앞두고 있어 남은 임기를 경선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출마를 위해 이미 사직했고, 남은 의원들 역시 선거 분위기에서 완전히 자유롭기 어려운 상황이다.
당장 다음 주에는 8일간의 임시회가 예정돼 있다. 이어 오는 4월에는 광주시와 광주시교육청을 대상으로 한 결산검사도 진행될 예정이다. 형식적으로는 회기가 열리고 절차도 예정대로 진행되지만, 지역 안팎에서는 실제 내용과 밀도까지 담보될 수 있겠느냐는 시선이 적지 않다. 선거 국면에서 정책 검증이나 예산 감시보다 각자의 정치 일정과 셈법이 우선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산검사는 전년도 예산이 당초 목적에 맞게 쓰였는지, 과다 집행이나 불용, 비효율은 없었는지를 점검하는 핵심 절차지만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이런 감시 기능이 느슨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집행부 역시 선거 국면에서는 통상적인 때보다 의회 자료 요구나 질의에 대한 대응이 소극적이 되기 쉽고, 의회 또한 강도 높은 검증보다 무난한 회기 운영에 머무를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로 선거철마다 지방의회가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반복돼 온 것도 이런 이유다.
광주시는 행정 공백 우려에 대해 실무 체계를 중심으로 주요 현안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시는 현재 행정통합 관련 협의와 후속 제도 정비, 조직 개편 준비 등을 각 실국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AI 산업 역시 광주만이 아니라 전남과의 연계까지 고려해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장이 직무에서 빠진 상황이더라도 부시장과 실국장 체계를 중심으로 행정의 연속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행정통합이 최대 이슈이기 때문에 광주 부시장·전남 부지사 주재로 통합관련 협의를 준비하고 있다”며 “각 실국에서도 통합이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에 행정 공백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통상적인 업무 집행은 가능하더라도, 민감한 현안에 대한 과감한 결단이나 책임 있는 조정, 갈등 관리 기능은 단체장 공백 상황에서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는 적지 않다. 특히 정치적으로 부담이 큰 사안일수록 실무진이 적극적으로 판단하고 밀어붙이기 어려워지면서, 자연스럽게 현안 처리 속도도 늦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선거가 중요한 민주주의 절차라는 이유만으로 행정 공백 우려를 당연한 비용처럼 넘길 수 있느냐는 목소리는 매 선거마다 제기되는 데 그치고, 구조적인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의회는 제도가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현재로선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광주시의원은 “자료요구 등 견제를 위한 의정활동은 어려울 수 있다”며 “민주주의에서 선거는 가장 막강한 절차인 만큼 선거를 치르기 위해 소요되는 여러가지 부분들은 일정 부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노 광주시의원은 “정치권에서도 선거에 집중해서 좋은 대리인들 선출하는 기회로 삼아가야 할 것 같고, 행정에서는 수장이 차기 선거로 공백이 돼 있는 상황일지라도 행정의 연속성에 주안점을 둬야할 것이다”며 “선거가 있더라도 의회는 맡겨진 소임을 갖고 의정활동에 임할 것이다”고 밝혔다.
전경훈 기자 h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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