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고정밀 지도 반출 허용에 국내 플랫폼 지각변동 예고
네이버 ‘별점 리뷰’ 부활·카카오 ‘cm 단위 버스 정보’로 맞불
길 안내 넘어 데이터 주도권 전쟁…AI 지능형 서비스가 승부처
사진=픽사베이
정부가 보안 시설 처리 등을 조건으로 구글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을 허용하면서 국내 지도 시장의 경쟁 구도가 재편될 전망이다. 그동안 국내 지형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온 네이버와 카카오 등 토종 플랫폼들은 서비스 강점을 극대화하며 구글의 공세에 맞서고 있는 모습이다.
◆지도 데이터 개방, 구글 영향력 확대 예의주시
그동안 구글 지도는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 제한에 묶여 국내 시장에서 서비스 제약이 많았다. 실시간 교통 정보와 정밀 길 안내 기능의 부재로 국내 이용자들 사이에서 구글 지도는 해외 여행용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이번 데이터 반출 허용으로 국내 서비스에 공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의 압도적 점유율을 기반으로 이용자를 빠르게 확보할 것으로 관측된다.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된 인터페이스(UI)에 정밀한 국내 도로 정보가 결합될 경우 네이버 지도와 카카오맵이 주도해온 국내 시장 지배력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네이버, ‘로컬 데이터 생태계’ 강화로 이용자 락인
네이버 플레이스 리뷰 개편 이미지. 사진=네이버
네이버는 구글의 공세에 맞서 사용자 경험과 로컬 데이터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네이버 플레이스’에 지난 2021년 소상공인을 향한 악성 리뷰 문제로 폐지했던 별점 리뷰 시스템을 재도입하며 차별화에 중점을 뒀다.
단순히 장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이용자가 생성하는 콘텐츠의 신뢰도를 높여 독자적인 커뮤니티 생태계를 공고히 하겠다는 취지다.
과거 악성 리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장치도 마련했다. 별점 노출 여부는 사업주가 선택할 수 있으며 초기에는 작성자와 사업주에게만 정보가 공개된다. 리뷰 수정 기간도 3개월로 제한해 어뷰징을 방지했다.
생활 밀착형 데이터 업데이트도 속도를 내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달부터 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의 운행 중단이나 사고, 연착 등의 정보를 지도에서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이를 통해 이용자는 이동 중에도 돌발 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됐으며 대중교통 이용의 편의성과 안전성도 한층 강화됐다는 설명이다.
◆카카오, ‘cm 단위’ 초정밀 기술로 격차 유지 나서
사진=카카오
카카오는 위치 정보의 정확도를 극대화하는 기술적 접근에 주력하고 있다.
카카오맵은 서울시와 협력해 시내버스 420개 노선을 대상으로 ‘초정밀 버스 위치 정보’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버스 위치를 센티미터(cm) 단위로 파악해 구글이 단기간에 확보하기 어려운 국내 공공 데이터와의 밀접한 연계가 핵심이다.
위치 기반 소셜 기능인 ‘친구위치’ 서비스도 강화했다. 친구가 일정 거리 내에 접근하거나 등록한 장소에 도착하면 자동으로 알려주는 기능을 추가했다. 이는 대중교통 이용 비중이 높고 커뮤니케이션 기능에 익숙한 국내 이용자의 특성을 공략해 기능적 우위를 유지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AI 지능형 서비스가 분수령...토종 플랫폼 수성 주목
업계에서는 구글의 본격적인 참전으로 지도 서비스 경쟁의 패러다임이 단순 경로 안내에서 데이터 주도권 확보로 전환됐다고 보고 있다. 플랫폼 시장에서 지도 서비스는 이용자의 실시간 위치와 이동 동선, 취향을 동시에 포착할 수 있어 광고·모빌리티 등 핵심 비즈니스 모델을 잇는 강력한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시장은 아직까지 토종 플랫폼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데이터 분석 기업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네이버 지도의 월간활성이용자(MAU)는 2952만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카카오맵은 1282만명, 구글 지도는 968만명으로 뒤를 이었다.
이에 글로벌 영향력을 갖춘 구글에 맞서 네이버와 카카오가 정교한 로컬 데이터를 무기로 시장을 수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지도 서비스가 AI 기반 지능형 서비스로 진화함에 따라 토종 플랫폼의 서비스 고도화 역량이 글로벌 플랫폼의 공세를 방어할 수 있는 핵심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이 방대한 글로벌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지만 한국 시장 특유의 세밀한 지형 정보와 실시간 교통 변화를 단기간에 따라잡는 데는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정확한 길 안내를 기본으로 제공하면서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얼마나 정교하게 구현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정유라 기자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