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지난해 말 기업공개(IPO)가 몰리면서 올해 1분기 공모 시장이 급격히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당국의 중복상장 규제 강화 움직임과 대외 불확실성까지 겹치며 기업들이 상장 시점을 늦추는 ‘눈치보기’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4월 이후 예비심사 청구가 재개되며 하반기부터 공모 시장이 회복되는 ‘상저하고’ 흐름을 예상하고 있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증시에 신규 상장한 기업은 코넥스·스팩(SPAC)을 제외하고 9곳에 그쳤다. 지난해 1분기 24곳 대비 62.5% 감소한 수준이다. 공모 규모 역시 7721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8430억원) 대비 58.1% 줄었다.
통상 연초에는 전년도 말 상장을 준비하다가 이월된 기업들이 공모 절차를 진행하며 일정 수준의 물량이 유지되지만, 올해는 이 같은 흐름이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상장이 집중되면서 연초 이어질 물량이 사실상 소진된 영향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작년에는 상장을 목표로 했던 기업들이 일정 지연으로 연초에 몰렸지만, 올해는 지난해 12월 상장이 크게 늘면서 이월 물량이 거의 없었다”며 “작년 11~12월 예비심사 청구도 적어 올해 1분기 승인 건수 역시 사실상 없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중복상장 금지 가이드라인이 지연되고, 중동 리스크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불확실성이 커지자 기업들이 상장 시점을 조정하며 관망세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다만 공모 시장의 ‘열기’ 자체는 오히려 강화된 모습이다. 1분기 상장 기업 9곳 모두 공모가 대비 시초가가 상승했으며, 평균 상승률은 219.3%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분기(54.7%) 대비 164.6%포인트(p) 급등한 수준이다.
수요예측에서도 흥행이 이어졌다. 전체 9개사 중 8개사가 공모가 밴드 상단 이상에서 가격을 확정했으며, 기관 투자자의 의무보유 확약 비율은 평균 51.53%로 집계됐다. 이는 제도 개선 이전인 지난해 1분기(5.02%) 대비 크게 상승한 수치다.
청약 경쟁률 역시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기관 수요예측에서 1000대 1 이상 경쟁률을 기록한 비중은 55.6%, 일반 청약에서는 88.9%에 달했다. 일부 종목은 2000대 1을 웃도는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투자 수요는 여전히 견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IPO 시장이 ‘양적 축소, 질적 강화’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장 건수는 줄었지만, 선별된 기업 중심으로 자금이 쏠리며 흥행 강도는 오히려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다만 4월 이후에는 상황이 점차 개선될 전망이다. 지난해 연간 실적 발표가 마무리되면서 상장을 준비해온 기업들이 예비심사 청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육성을 추진 중인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 에너지, 로봇 등 국가 전략 산업을 중심으로 신규 상장 수요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로 AI 기반 안전 솔루션 기업 인텔리빅스, 특수 장비 토탈 솔루션 기업 제이피이노베이션 등이 이달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하며 IPO 절차에 착수했다. 중복상장 규제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은 스타트업들도 공모 시장 재개를 이끌 핵심 주체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4~5월 예비심사 청구가 늘어나면 통상 3개월 내 승인 절차를 감안할 때 7~8월부터 상장 승인 건수가 증가할 것”이라며 “이후 증권신고서 제출을 거치면 10~11월 상장이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어 “연간 신규 상장 규모는 통상 70여개 수준에서 형성돼 왔는데, 올해도 유사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전체적으로 보면 상반기 부진 이후 하반기 회복세가 뚜렷한 ‘상저하고’ 흐름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중복상장을 추진하던 일부 기업들은 전략 수정에 나서는 모습이다. 최근 넷마블이 자회사 넷마블네오 상장을 철회하고 100% 자회사로 편입한 사례처럼, 향후에는 IPO 대신 지배구조 개편이나 내부 편입 등의 방식이 대안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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