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지금 ‘비서’실장이 필요한 게 아니다 [뉴스룸에서]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임광현 국세청장이 14일 청와대 기자회견장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임광현 국세청장이 14일 청와대 기자회견장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광고

최혜정 | 총괄부국장

14일 발표된 임광현 신임 대통령비서실장 임명은 여러모로 놀라운 일이다. “국민 목소리를 국정에 더 크게 반영하고 당정청 간 협력으로 국정 성과에 속도를 낼 적임자”(청와대)라지만, 평생을 세무 업무에 몸담은 국세청장 출신의 비서실장은 적어도 위기 돌파용 쇄신 인사는 아닌 것 같다. 임 실장이 정치권 안팎에서 전혀 거론되지 않았던 후보인 만큼 ‘깜짝 등용’처럼 보이나, 실제론 이 대통령의 인사 패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평하는 이들도 있다. ①인선 범위가 대통령 주변이라는 것 ②자신과 호흡을 맞출 수 있는 ‘믿을맨’을 원한다는 것 ③무엇보다 동지적 관계보다는 지시 이행에 적합한 인사를 선호한다는 공식이다. 임 실장은 이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시절 22대 총선을 앞두고 영입했고, 정부 출범 뒤엔 국세청장으로 발탁한 정책 전문가다. 정치권 경험은 비례대표 국회의원 1년이 전부다. 에스엔에스(SNS)로 대표되는 이 대통령의 ‘나홀로’ 국정 운영을 제어하고 당정청을 조율할 중량급 참모 대신, 대통령 지원에 충실한 ‘비서’가 들어선 셈이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여권 인사들이 새 비서실장을 궁금해하면서 공통적으로 내놓은 걱정은 이 대통령의 ‘폭풍 엑스(X)’였다. 내 방식대로 하겠다는 ‘마이웨이’의 징조라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에스엔에스는 저와 국민과의 직접 소통 통로”라며 에스엔에스에 더욱 몰입하겠다는 뜻을 공식화한 바 있다. “저와 국민들을 연결시켜 진실을 알리고 저를 살려준 것도, 저를 지금의 이 자리까지 이끌어준 것도 에스엔에스”라는 고백은 비주류 정치인이 지지층을 진두지휘하며 위기를 돌파해낸 성공 신화를 소환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현재 국정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국정 홍보 부족을 꼽고 있다고 한다. 또한 자신이 위기에 몰렸는데도 제대로 ‘싸워주지 않는’ 여당에 대한 불만도 크다고 한다. 대통령이 직접 국민과 호흡하겠다는 의지를 탓할 바는 아니다. 에스엔에스는 대통령이 직접 의제를 설정하고 여론의 흐름을 장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가성비’ 높은 홍보 수단이기도 하다. 다만 이 대통령에게 에스엔에스는 소통 창구를 넘어선 정치적 발판이자 생존 수단이다. 성남시장 시절 청년배당 등 주요 복지 정책을 두고 보수 세력이 ‘포퓰리즘’ 공세를 펼칠 때, 이 대통령은 에스엔에스를 통해 직접 맞대응하는 길을 택했다. 위기 발생→기성 언론의 공격→에스엔에스 반박→지지층 결집을 통해 위기를 타개한 학습 효과가 형성된 것이다. 성남시장 시절 지지층으로 구성된 ‘손가락혁명군’(손가혁)의 결집력과 전투력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 역시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 대통령의 ‘폭풍 엑스’는 에스엔에스와 팬덤 결합으로 정치적 난국을 돌파해온 이 대통령 특유의 위기 극복 방식인 셈이다.

광고

다만 과거의 성공 경험이 현재에 유효하다고 보긴 어렵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면, 참모 조직과 언론을 거치며 생기는 왜곡은 줄어들 수 있지만, 국정 전반이 대통령 개인에게 집중되는 부작용을 피할 수 없다. 정쟁의 한복판에 대통령이 홀로 서게 되는 것이다. 시스템으로 움직여야 할 관료와 참모들이 대통령의 ‘손끝’만 주시하는 결과로도 이어진다. 부동산 세제, 농지 조사 등 정책 뒤집기 논란의 중심에 대통령이 있다. 무엇보다 과거 에스엔에스 성공의 기억은 ‘피해자’ 또는 ‘약자’의 서사에서 가능했던 것이다. 국정 최고 책임자의 영향력과는 비교할 수 없다.

새 비서실장에 대한 기대 역시 이런 상황과 맞물려 있다. 여권 인사들은 행정가로 정치를 시작한 이 대통령이 동지·참모보다는 ‘비서’를 선호한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2022년 당대표 당선 뒤 의원총회에서 자신을 대놓고 비판하는 의원들을 접하며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이 대통령 특유의 속도감 있는 결단력과 실용주의 기질은 살리되, 당정청의 정교한 사전 조율을 통해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비서실장이 필요한 이유다. 이를 위해선 ‘직언할 수 있는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임 실장에 대한 우려는 여기에서 시작된다. 당장 이 대통령에게 새벽 에스엔에스 대신 수면을 권하는 일이 임 실장의 첫번째 시험대가 될 것이다.

광고

광고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