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 이태영 기자]
민간 주도의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가 열리며 우주 산업이 새로운 성장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주 개발의 주도권이 정부에서 민간으로 이동하면서 산업 지형도 빠르게 재편되는 모습이다. 특히 발사 비용 혁신을 계기로 우주에서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는 ‘우주 제조’ 산업도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본지는 하나금융연구소의 ‘우주 제조’ 보고서를 토대로 우주 산업 패러다임 변화와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 그리고 한국 제조업에 열릴 새로운 기회를 3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사진은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 로켓광장에 우리나라에서 개발된 1단형 고체추진 로켓 KSR-Ⅰ, 2단형 고체추진로켓 KSR-Ⅱ, 액체추진 과학로켓 KSR-Ⅲ, 우주발사체 KSLV-Ⅰ(나로호)의 실물크기 로켓 모형 뒤로 별의 일주운동 궤적이 보이는 모습. (별의 일주운동 궤적은 30초로 2시간 촬영 후 각각의 사진 레이어 합성) /사진=뉴시스DB
“우주는 지구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완벽한 제조 환경’입니다. 미세중력과 초진공 조건 덕분에 지상에서는 만들기 힘든 소재와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국내 한 우주 산업 관계자의 설명이다.
우주 제조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생산 공간이 확장되기 때문만은 아니다. 지구에서는 구현하기 어려운 미세중력과 초진공 환경을 활용해 기존 제조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는 제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지구의 제조 공정은 중력과 대기라는 물리적 조건에 항상 영향을 받는다. 액체와 기체가 이동하는 대류 현상이나 무거운 입자가 가라앉는 침전 현상 때문에 물질이 균일하게 섞이기 어렵다. 반면 우주에서는 중력 영향이 거의 없는 미세중력 환경 덕분에 이러한 제약이 크게 줄어든다.
이 환경에서는 서로 다른 밀도의 물질을 공중에 띄운 상태로 균일하게 혼합할 수 있어 초경량·고강도 신소재 합금을 제조할 수 있다. 또한 액체가 표면 장력에 의해 완벽한 구 형태를 이루는 특성을 활용하면 정밀 광학 렌즈나 베어링 같은 고정밀 부품 생산도 가능하다.
초진공 환경 역시 중요한 장점이다. 우주는 거의 완벽한 진공 상태여서 산화나 불순물 혼입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원자 단위 증착 공정의 효율이 극대화되면서 결함이 없는 반도체 웨이퍼나 초정밀 광학 장비 생산이 가능해진다.
이미 일부 기업들은 이러한 가능성을 실제 산업으로 연결하고 있다. 미국의 우주 스타트업 바르다 스페이스 인더스트리즈(Varda Space Industries)는 무인 캡슐 기반 우주 공장에서 의약품 결정을 생산해 지구로 회수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우주에서 제조한 의약품 원료를 지구로 귀환시키는 데 성공하며 상업화 가능성을 입증했다.
또 다른 기업 레드와이어(Redwire)는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단백질 결정 배양 실험을 진행하며 우주 제약 산업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첨단 소재 분야에서도 경쟁이 치열하다. 영국의 우주 기술 스타트업 스페이스 포지(Space Forge)는 우주에서 반도체 소재를 제조한 뒤 지구로 회수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으며, 룩셈부르크 기업 플로리스 포토닉스(Flawless Photonics)는 초저손실 광섬유 생산 기술을 시험 중이다.
우주 인프라 구축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 방산기업 노스럽 그러먼(Northrop Grumman)은 위성 수명 연장과 궤도 조립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민간 우주정거장 기업 액시엄 스페이스(Axiom Space)는 상업용 우주정거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김종현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러한 움직임이 우주를 새로운 경제 공간으로 만드는 ‘궤도 경제(Orbital Economy)’의 시작”이라고 평가하고 “데이터센터와 제조시설, 거대 구조물이 궤도에 구축되면 우주는 지구 산업과 연결된 새로운 생산 거점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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