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 절차를 개시한 중앙그룹 계열사 5곳의 금융권 신용공여 익스포저가 약 8천억원 수준으로 파악된다는 신용평가사의 분석이 나왔다. [출처=연합뉴스]
중앙그룹 주요 계열사의 회생절차 개시로 금융권 신용위험 우려가 커지고 있다. JTBC를 비롯해 중앙홀딩스, 중앙피앤아이, 메가박스중앙, 콘텐트리중앙 등 회생절차에 들어간 5개사에 대한 금융권 신용공여 익스포저가 약 8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중앙일보와 SLL중앙 등 관련 계열사까지 포함하면 금융권 전체 노출 규모는 약 1조3000억원으로 확대된다.
16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JTBC는 지난 12일 총 206억원 규모 채무를 상환하지 못해 채무불이행이 발생했다. 이후 14일 중앙홀딩스, 중앙피앤아이, 메가박스중앙, 콘텐트리중앙 등 4개사가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고, 15일 JTBC도 회생절차를 개시했다. 나신평은 회생절차를 개시한 5개사의 금융권 신용공여 익스포저가 약 8000억원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중앙일보, SLL중앙, 중앙일보M&P까지 포함한 8개사 기준 익스포저는 약 1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신용공여 익스포저는 은행과 증권사, 여신전문금융사 등 금융기관이 특정 차주에게 대출, 지급보증, 유동화증권 인수 등의 방식으로 제공한 신용 규모를 뜻한다. 금융기관별로는 은행권 익스포저가 8329억원으로 가장 컸고, 특수금융기관 1642억원, 증권업 1251억원, 여신전문금융업 797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중앙그룹 계열사의 회생절차가 개별 기업의 유동성 문제를 넘어 금융권 건전성 이슈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개별 금융회사 중에서는 한양증권의 노출도가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나타났다. 나신평에 따르면 한양증권의 중앙그룹 계열사 관련 장부상 익스포저는 약 840억원이다. 지난 3월 말 기준 한양증권 자기자본이 6478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자본 대비 부담이 작지 않다. 회사별로는 JTBC 관련 익스포저가 540억원, 중앙일보 관련 익스포저가 300억원이다. JTBC 관련 익스포저는 특수목적법인 에이치와이아테네제이차 관련 180억원과 기업어음증권 360억원으로 구성됐다.
나신평은 "JTBC가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한 만큼 관련 채권의 건전성 저하와 충당금 적립 부담 확대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다만 한양증권의 관련 익스포저에는 담보가 설정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담보자산은 신탁구조로 관리되고 있으며, 주요 거래상대방으로부터 양도담보 승낙도 확보한 상태다. 나신평은 "담보자산의 존재가 JTBC와 중앙일보 관련 채권의 회수 가능성을 보완하고, 한양증권 신용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일부 완화하는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향후 손실 규모는 회생절차 진행 경과와 채권 회수 가능성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나신평은 한양증권 신용도와 관련해 담보자산의 현금창출력, 관련 채권의 실제 회수 수준을 중점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회생계획 인가 과정에서 채무조정 폭이 커지거나 담보가치가 예상보다 낮게 평가될 경우 금융회사들의 충당금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한국기업평가도 중앙그룹의 재무위험이 그룹 전반으로 확산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한기평은 2020년부터 장기간 누적된 부진으로 지난해 말 중앙그룹 주요 계열사의 총차입금이 3조원에 이르렀고, 자체 자구책만으로는 재무구조 개선이 쉽지 않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방송광고 매출 감소, 영화상영업 침체, 온라인동영상서비스 중심의 콘텐츠 소비 변화, 콘텐츠 제작비 부담 확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사업별로 보면 중앙일보와 JTBC 등 미디어 계열사는 방송광고 시장의 구조적 감소라는 압박을 받아왔다. 메가박스중앙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영화관 회복 지연과 OTT 확산으로 수익성 개선에 어려움을 겪었다. SLL중앙은 콘텐츠 제작비 부담 확대와 해외 자회사 실적 부진이 겹쳤다. 이 과정에서 계열사들은 영업현금흐름만으로 투자와 채무 상환을 감당하기 어려워졌고, 단기차입과 유동화증권 발행에 의존하는 구조가 강화됐다.
계열사 간 재무위험 연결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기평은 중앙그룹이 계열사 간 직접적인 단기자금 지원뿐 아니라 신용공여를 기반으로 한 유동화증권 발행 등을 통해 부족 자금에 대응하면서 계열 내 재무위험 연계 수준이 빠르게 높아졌다고 봤다. 이번 동시다발적 회생절차 신청은 그룹 전반의 재무 부담이 감내 가능한 수준을 넘어섰고, 자금조달 여건과 유동성 대응능력이 현저히 약화됐음을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회생절차를 신청하지 않은 계열사도 안심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기평은 중앙일보 등 일부 계열사의 경우에도 금융기관 차입금 미상환이나 채무재조정 착수 등 추가 크레딧 이벤트 발생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시장성 차입금과 금융기관 여신을 포함한 단기성 차입금 차환 가능성, 회생절차 밖 계열사의 유동성 대응 여부에 대한 집중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금융당국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당국은 JTBC가 발행한 회사채와 전자단기사채 등의 판매 현황을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관투자자를 통해 일반 개인 투자자에게 물량이 넘어갔거나, JTBC와 판매사가 투자 위험을 충분히 고지하지 않은 정황이 확인될 경우 불완전판매 여부에 대한 검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번 사태는 미디어·콘텐츠 산업의 구조 변화가 금융시장으로 전이되는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광고시장 둔화, 극장산업 침체, 콘텐츠 제작비 상승 등 산업적 부담이 누적된 가운데 계열사 간 자금지원과 유동화 구조가 확대되면서 재무위험이 그룹 전체로 번졌다. 회생절차가 채권단과 투자자 손실을 어느 수준에서 정리할지에 따라 금융권 충당금 부담과 크레딧시장 심리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중앙그룹 회생의 관건은 채권 회수율과 추가 신용위험 확산 여부다. 회생 5개사 익스포저 8000억원, 관련 8개사 전체 익스포저 1조3000억원이라는 숫자는 단순한 개별 기업 부실을 넘어 금융권과 자본시장 전반이 확인해야 할 위험 규모를 보여준다. 금융권은 담보자산 가치와 채무조정 폭을, 당국은 투자자 판매 과정과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들여다보며 후폭풍 차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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