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주도의 지역 성장을 위해 각 충청권 지역마다 특화 산업 확장을 위한 사항들을 핵심과제로 선택하고 있다.(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지난 3월, 중소기업계는 “중소기업이 이끄는 지방주도 성장”을 주제로 공통과제 35개와 지역별 특화과제 140개로 구성된 ‘중소기업 성장과제 175선‘을 발표하고 수도권 집중 완화와 지방경제 활성화를 위한 해법을 제시했다. 그 중 대전세종충남 지역의 뿌리인 중소기업‧소상공인들에게 필요한 정책과제들을 주요테마별로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마지막 주제로 ⑤지역의 미래를 위한 과제를 살펴본다. 대전중소기업계는 기술창업도시를 꿈꾸며 딥테크 창업 생태계 확충을 꼽았고 충남중소기업계는 신재생에너지 전환시기에 발맞춰 해상풍력 산업과 관련된 사항을 핵심과제로 선택했다.
◇ 대전, 기술창업 생태계 확충으로 혁신기업 성장판 마련
대전이 제시한 과제의 핵심은 ‘딥테크 창업밸리 조성 등 지역 창업·벤처 여건 개선’이다. 벤처투자와 기술창업은 한국경제 혁신성장의 핵심 축이지만 국내 창업 생태계는 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돼 비수도권 성장 잠재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자료에 따르면 벤처기업의 약 35%는 비수도권에 분포하고 있음에도 벤처투자 비중은 수도권의 4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실제 2024년 기준 벤처투자 가운데 수도권 비중은 75.3%, 비수도권은 24.7%에 머물렀다. 기술창업 기업 역시 약 60%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으며 상위 벤처캐피탈 30개사와 액셀러레이터 26개사도 대부분 수도권에 위치해 지역 투자 인프라 격차가 뚜렷하다.
이 같은 구조 속에서도 대전은 높은 잠재력을 보유한 지역으로 평가된다. 대덕특구와 정부출연연구기관, 카이스트 등 세계적 수준의 연구개발 인프라를 기반으로 비수도권 벤처투자 비중 1위(6.3%)를 기록하고 있으며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 순위에서도 서울에 이어 366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대전 기업의 61.3%가 가장 시급한 정책으로 투자 유치와 자금지원 확대를 꼽고 있어 투자 환경 개선 요구가 높은 상황이다.
특히 대전 4대 전략산업 가운데 벤처투자가 바이오헬스 분야에 67.5% 집중된 반면 국방 0.7%, 나노·반도체 7.3% 등은 상대적으로 미흡해 산업 간 투자 불균형도 과제로 지적된다.
◇ 미래과학도시, 연구기능만으로는 한계
대전은 세계적 수준의 연구 역량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성과가 지역 내 창업과 투자, 스케일업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는 충분히 형성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공연구소 기반 기술창업 지원 역시 초기 연구개발과 아이디어 사업화에 집중돼 있어 예비 창업자 발굴, 성장 단계별 지원, 판로 개척과 시장 확대 등 전주기 지원은 부족한 상황이다.
기술이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자금과 시장, 보육 기능이 수도권으로 이동하면서 지역에는 연구성과만 남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 딥테크 창업밸리를 통한 선순환 구조 마련
대전 중소기업계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단순한 창업 공간 확대가 아닌 창업 전주기를 포괄하는 ‘딥테크 창업밸리’ 조성을 요구하고 있다.
예비 창업 단계에서는 연구자와 기술 인력을 대상으로 팀빌딩과 사업모델 고도화를 지원하는 아카데미 운영, 투자자 유치를 위한 AC·VC 전용 협업 공간 조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연구개발과 사업화 단계에서는 출연연과 대학의 기술을 창업기업과 투자자가 연결하는 상시 기술 교류 플랫폼 구축과 후속 투자 유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는 전담 센터 운영이 제시된다.
이와 함께 대기업과 중견기업과의 협업 공간을 마련해 판로 개척과 사업화를 지원하는 구조까지 포함된다.
또한 한국벤처투자(KVIC) 지역사무소 확대를 통해 지역 투자 접근성을 높이고 벤처투자 활성화를 유도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궁극적으로는 대전이 연구개발 중심 도시를 넘어 기술 기반 기업이 성장하는 ‘과학산업 도시’로 전환해야 한다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 세종, 투자 인프라 부재 속 창업 잠재력 확대 필요
세종시는 기술 기반 창업 잠재력이 높은 지역으로 평가된다. 국가데이터처 자료에 따르면 세종의 기술기반 업종 창업 비중은 2020년 15.4%에서 2024년 21.4%로 상승해 서울 다음으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다만 투자 인프라 부족이 성장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25년 기준 전국 231개 벤처투자기관 가운데 세종에는 벤처캐피탈이 전무하며 액셀러레이터도 7개에 불과해 투자기관 밀집도가 전국 하위권 수준이다.
이로 인해 지역 기업들이 투자를 받기 위해 수도권으로 이전하거나 지점을 설치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지역 내 정착 기반이 약화되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비수도권 투자 확대와 지역성장 펀드 조성을 추진하는 가운데 세종 역시 자체 투자 자본 조성과 생태계 구축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세종 중소기업계는 창업기업과 투자기관, 보육기관이 집적된 환경 조성을 통해 투자와 육성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구조를 요구하고 있다.
동시에 AI, 디지털 헬스케어, 디지털 콘텐츠 등 전략 산업 중심의 ‘세종형 투자펀드’를 조성해 지역 기업의 연구개발과 사업화, 수출을 지원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 충남, 에너지 전환기에 해상풍력 산업의 지역 중소기업 참여 확대 필요
충남의 핵심 과제는 ‘해상풍력 산업을 통한 에너지 전환과 지역경제 재편’이다.
충남은 전국 석탄화력발전 설비의 46.6%를 차지하는 지역으로, 태안화력발전소 10기 중 8기가 2037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쇄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지역 산업과 고용 구조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태안군 연구에 따르면 2040년까지 지역경제 손실 12조7644억 원, 인구 유출 4534명이 예상되는 등 지역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충남 서해안은 수심 10~20m의 얕은 해역이 넓어 고정식 해상풍력 발전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정부 역시 해상풍력 보급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에너지 전환을 새로운 산업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 에너지전환시기, 지역중소기업 발전을 위한 기회로 삼아야
문제는 대규모 해상풍력 사업이 외국계 기업 중심으로 추진될 경우 지역 중소기업 참여가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충남 중소기업계는 서산·태안·보령·당진 일대 해상풍력 적합지에 대한 전수조사와 함께 지역 기업의 우선 참여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석탄화력 발전소 폐쇄 인프라를 재활용하는 방안도 제시된다. 기존 송전망을 해상풍력과 연계하고 항만과 부지를 운영·유지보수 기지 및 제조시설로 활용할 경우 중소기업의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 발전 설비 구축을 넘어 지역 산업 생태계를 재구성하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전남 신안 해상풍력단지가 주요 기자재 75%를 국산화한 사례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 대전과 충남의 미래를 위한 고민, 중소기업을 중심축으로
대전과 세종, 충남이 제시한 과제는 공통적으로 지역 내 산업과 자본, 일자리가 순환하는 구조 구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전은 기술을 기업 성장으로 연결하는 창업 생태계 구축을, 세종은 투자 인프라 확충을, 충남은 에너지 전환을 지역 중소기업 참여로 연결하는 산업 재편을 요구한다.
지역경제는 단순히 외부 대기업 유치만으로 완성되기 어렵다. 기술과 자본, 산업이 지역 안에서 연결되고 확장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지방 주도 성장 전략이 실제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정책 실행력이 중요한 시점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