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사진=연합뉴스.
중동 전쟁이 한 달째 이어지면서 국내외 금융시장 전반에 충격이 확산되고 있다.
국내 증시는 업종별 희비가 엇갈리는 가운데 변동성이 확대됐고, 원화 약세와 외국인 자금 이탈이 겹치며 시장 불안이 심화되는 흐름이다.
글로벌 자본시장에서도 시가총액이 급감하며 전쟁 여파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 방산 오르고 車·조선 밀려…시총 순위 재편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1·2위를 유지한 가운데 현대차, LG에너지솔루션, 삼성바이오로직스, SK스퀘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두산에너빌리티, 기아, KB금융 순으로 집계됐다.
전쟁 발발 직전인 지난달 27일과 비교하면 방산주 강세가 두드러졌다.
이 기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0위에서 7위로 세 계단 상승했고, KB금융도 12위에서 10위로 올라섰다. 반면 기아는 7위에서 9위로, HD현대중공업은 9위에서 11위로 각각 두 계단 하락했다.
같은 기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시가총액이 기반은 61조6182억원에서 68조8371억원으로 11.7% 증가했다. 반면 현대차는 3위를 유지했지만 시가총액이 138조67억원에서 101조3550억원으로 26.6% 감소했다. 기아와 HD현대중공업도 각각 24.2%, 17.3% 줄었다.
중동 지역 긴장 고조로 방산 업종이 주목받으면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11.7% 상승했고, LIG넥스원은 44.4%, 한화시스템은 9.2% 오르는 등 동반 강세를 보였다.
반면 국제유가 상승과 고환율 영향으로 자동차와 조선 업종은 타격을 받았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삼천당제약이 단기간 급등하며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연초 10위였던 삼천당제약은 지난달 4위로 상승한 데 이어 이달 20일 1위까지 올라섰다. 경구 인슐린 임상 관련 공시가 투자심리를 자극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 전쟁 장기화에 증시 변동성 확대…외국인 이탈 가속
중동 전쟁 장기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증시는 뚜렷한 방향성을 찾지 못한 채 변동성 장세를 이어갔다. 코스피는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27일 342.33포인트(5.92%) 하락한 5438.87로 거래를 마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군사적 압박과 협상을 오가며 입장을 바꾸는 가운데 투자심리는 위축됐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관련 최후통첩과 군사 충돌 가능성이 부각되며 주초 급락세가 나타났다.
미국 기술 변수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구글이 공개한 AI 압축 알고리즘 '터보퀀트'는 동일 메모리로 처리 용량을 최대 6배 늘리는 기술로, 반도체 수요 둔화 우려를 자극했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하루 동안 각각 4.71%, 6.23% 하락하는 등 약세를 보였다.
시장 변동성을 나타내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60선을 웃돌며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개인 투자자는 지난주 11조7090억원 순매수를 기록했지만 외국인은 7거래일 연속 순매도로 지수를 끌어내렸다.
서재호 DB증권 연구원은 "올해 한국 방산업체의 기대 수출 규모는 약 377억달러(약 56조6000억원)로 최대 규모가 기대된다"며 "K-방산 베스트셀러의 활약, 글로벌 국방비 확대 기조,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영향이 맞물린 효과"라고 분석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쟁 후 외국인은 유동성이 크고 지수 상승 기여도가 높았던 반도체, 자동차 중심으로 투자 규모를 줄이는 성향을 보였다"며 "앞으로 중동사태 리스크가 실적으로 번질지의 핵심은 펀더멘털(기초여건) 전이 여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환율 1490원 육박…외국인 30조 매도 ‘사상 최대’
외환시장에서도 충격이 이어졌다. 이달 평균 원달러 환율은 1489.3원으로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에 근접하며 역대 4위를 기록했다.
주간 기준으로는 환율이 한때 1517원을 넘어서며 평균 1503.4원을 기록,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500원대를 돌파했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 하락 폭은 4.72%로 주요국 통화 가운데 가장 컸다.
외국인 자금 이탈이 환율 상승을 부추겼다. 이달 들어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29조8146억원을 순매도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달까지 합치면 두 달간 순매도 규모는 50조원을 넘는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동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와 안전 자산 선호 심리, 원화 약세 우려에 따른 환차손 회피 목적 등으로 외국인 주식 순매도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전쟁으로 글로벌 경기가 위축되거나 스태그플레이션이 오면 반도체 사이클도 조정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총 1경7000조 증발…스태그플레이션 현실화
글로벌 자본시장도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
전쟁 이후 세계 주식시장 시가총액은 157조5034억달러에서 145조9237억달러로 감소해 약 11조5797억달러, 원화 기준 약 1경7000조원이 증발했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68달러 수준에서 130달러까지 급등하며 공급 충격이 현실화됐다. 이에 따라 생산비 상승과 투자 위축이 이어지며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주요 20개국 물가 상승률을 4.0%로 전망했으며, 미국 국채 금리는 상승세를 보이며 통화정책 불확실성도 확대됐다.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글로벌 경제의 회복 탄력성은 약화되는 흐름이다. 시장에서는 향후 전쟁 전개 양상과 실물경제로의 영향 전이를 주요 변수로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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