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국제유가 급등 여파로 국내 석유제품 가격이 치솟으며 지난달 생산자물가가 약 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2026년 3월 생산자물가지수(잠정)'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125.24(2020년=100)로 전월 대비 1.6% 올랐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후인 2022년 4월 이후 최고 상승률이며, 전년 동월 대비로는 4.1% 상승했다.
특히 석유제품 가격은 전월 대비 31.9% 급등해 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12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는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보다도 높은 수준으로, 국제 원유 시장 불안정성이 국내 물가에 직접적인 충격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품목별로 보면 농림수산품은 전월 대비 3.3% 하락했다. 농산물(-5.0%)과 축산물(-1.6%)이 내렸고, 수산물도 2.0% 떨어졌다. 반면 공산품은 3.5% 상승했는데, 석탄 및 석유제품의 급등과 화학제품(6.7%) 상승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반도체는 전월 대비 9.8%, 전년 동월 대비 94.1% 오르며 9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서비스 물가는 보합세를 보였다. 음식점 및 숙박서비스(0.1%)는 소폭 올랐으나 운송서비스(-0.2%), 금융 및 보험서비스(-0.2%) 등이 하락했다. 식료품 및 에너지 이외 지수는 전월 대비 1.6%, 전년 동월 대비 4.5% 상승해 기조적 물가 흐름도 오름세를 나타냈다.
국내공급물가지수는 중간재(2.8%)와 원재료(5.1%)가 오르며 전월 대비 2.3% 상승했고, 총산출물가지수는 공산품(7.9%) 상승 영향으로 전월 대비 4.7%, 전년 동월 대비 9.0% 올랐다. 공산품 가격은 수출(14.6%)과 국내출하(3.5%)가 모두 오르며 증가폭을 키웠다.
이문희 한국은행 물가통계팀장은 “석유제품의 경우 2022년 전쟁 당시보다도 더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며 “생산자물가가 7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어 소비자물가의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품목 성격에 따라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주는 시차가 다르며, 나프타 같은 원재료는 다른 석유·화학제품 생산 비용에 영향을 미쳐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제 유가 급등이 국내 물가에 직접적인 충격을 주면서 향후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와 기업의 대응 여건, 시장 상황에 따라 파급 효과가 달라질 수 있어 불확실성이 높은 국면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코노미퀸 류정현 기자 | 사진 뉴스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