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 이태영 기자]
중동 군사 충돌로 촉발된 에너지 충격이 한국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국제유가 급등과 공급망 불안, 물류비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산업계의 구조적 취약성이 드러나고 있다. 뉴시안은 ‘중동發 에너지 폭풍’ 기획을 통해 ①산업계 충격 ②에너지 정책 대응
③공급망 전략 변화
등을 긴급 점검한다. /편집자주
이번 중동 위기는 단순한 유가 상승이 아니라 한국 산업 구조의 에너지 취약성을 드러낸 사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에너지 공급망 구조 전환과 산업 체질 개선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사진=뉴시스]
중동 군사 충돌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가 한국 산업 전반을 압박하는 가운데, 정부가 긴급 원유 확보와 핵심 원료 통제에 나서며 대응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단기 수급 불안은 일부 완화됐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에너지 공급망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은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 총 2400만 배럴 규모의 원유를 긴급 확보하며 급한 불을 껐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전날(18일) 청와대 브리핑에서 “글로벌 원유 수급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UAE가 한국을 최우선 공급 대상국으로 명확히 했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로 추가 1800만 배럴이 도입되며, 기존 확보 물량을 포함하면 총 2400만 배럴에 달한다. UAE 선박과 한국 국적 선박을 병행한 운송 체계도 구축됐으며, 나프타를 실은 선박 1척도 현재 국내로 향하고 있다.
양국은 원유 수급 안정과 대체 공급 경로 확보 등을 포함한 공급망 협력 양해각서(MOU) 체결에도 합의했다. 필요 시 추가 도입도 가능한 협력 채널이 마련된 셈이다.
이번 조치로 단기 공급 공백 우려는 완화됐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비상 대응’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준환 뉴시안 경제산업 전문위원은 “비중동 지역 원유 도입 시 추가 물류비를 정부가 일정 부분 지원하면 기업들의 공급선 다변화 유인이 높아질 수 있다”며 “공급망 다변화는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필수 전략”이라고 짚었다.
정부는 중동 리스크 장기화에 대응해 석유화학 핵심 원료인 나프타를 경제안보 품목으로 지정하고 공급망 관리에 착수했다. 전날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는 공급망 안정화 대책과 함께 금융 지원 방안이 확정됐다.
정부는 공급망안정화기금을 활용해 ‘중동 피해 대응 특별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총 1조50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한다. 중동 의존도가 높은 기업에는 최대 2.3%포인트 금리 우대도 제공된다.
나프타는 에틸렌 생산의 핵심 원료로, 수급 차질 시 반도체·자동차·조선 등 전방 산업으로 충격이 확산될 수 있다. 정부는 대체 수입선 확보와 함께 필요 시 수출 관리 조치까지 병행할 방침이다.
문제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단기 변수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면서 원유·LNG·석유화학 원료 가격과 해상 운임이 동반 상승하고 있다. 이는 제조·항공·건설 등 산업 전반의 비용 구조를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상당 부분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특정 지역 리스크가 발생할 경우 충격이 동시다발적으로 확산되는 구조다.
현재 약 200일 이상의 석유 비축 여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비축만으로는 반복되는 위기를 막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산업계도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는 △원료 공급망 이원화, △장기 계약 재조정, △비상 재고 확대 등 위기 대응 전략을 가동하고 있다.
산업연구원 홍성욱 실장은 “중동 지정학 리스크는 에너지 공급망 불안과 비용 상승을 동시에 유발한다”며 “기업 차원의 대응과 함께 국가 단위 공급망 안정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비중동 산유국 확보가 핵심 과제로 꼽는다. 물류비 부담 등으로 기업 단독 추진이 어려운 만큼 정책 지원 필요성도 제기된다.
국제 공조도 강화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일본 경제산업성은 일본 도쿄에서 열린 회의를 계기로 에너지안보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한국가스공사와 JERA는 LNG 물량 교환 협약을 체결하고 공급 부족 시 상호 지원 체계를 구축했다. 양국은 공급망 교란 발생 시 즉각 정보 공유와 긴급 회의를 통해 공동 대응하는 시스템도 마련했다. 협력 범위는 핵심 광물과 첨단 소재로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이번 UAE 긴급 도입과 정부의 금융·공급망 대응으로 단기 위기는 일정 부분 완화됐지만, 근본적인 구조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비중동 공급망 확대, △정부·기업 공동 조달 체계 구축, △국제 협력 기반 강화 등을 통해 에너지 안보 전략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 역시 원전 이용률 확대와 발전 믹스 조정 등 구조 개편에 나서고 있지만, 공급망 차원의 체질 개선 없이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위기는 ‘값싼 에너지’ 중심 구조에서 ‘안정적 에너지’ 중심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에너지 안보를 비용이 아닌 투자로 보는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끝>
키워드
#뉴시안
#중동
#에너지 위기
#공급망
#UAE
이태영 기자
정치·사회
묵묵히 오늘의 역사를 기록한다는 마음으로….
기자명
이태영 기자
다른 기사 더보기
‘중동 변수’에 美 연준, 기준금리 또 동결…한국 경제 파급 여부 ‘촉각’
뉴욕증시, ‘유가 쇼크·금리 동결’에 동반 하락…나스닥 1.46%↓
[문화산책] 반려동물과 ‘산책하듯’ 즐기는 전시…서래마을서 아트마켓 열린다
안양시, 고용률↑ 실업률↓…청년·여성 일자리 동반 개선
[초점] 한국 수출 1위 품목 ‘정체’...글로벌 격차 줄였지만 판은 못 키웠다
관련기사
[중동發 에너지 폭풍②] 반복되는 중동 의존…한국 산업, 단일 공급선 ‘치명적 의존’
[중동發 에너지 폭풍①] 유가·운임·환율 동시 급등…산업계 ‘비상 경영’ 돌입
이태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
저작권자 © 뉴시안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