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의 포화가 걸프협력회의(GCC) 산유국 전역으로 번지면서 한국 경제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에 맞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인접 산유국의 핵심 에너지 인프라를 타격하며 글로벌 공급망을 정조준했기 때문이다.
14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과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에 따르면 이란은 최근 사우디의 라스 타누라 정유시설과 UAE 루와이스 정유시설 그리고 카타르의 라스라판 가스 처리시설을 잇따라 공격했다.
단순한 국지적 충돌을 넘어 세계 에너지 수송의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 통항까지 제한하면서 역내 긴장은 최고조에 달했다.
카타르 국영 석유회사인 카타르 에너지는 자국 시설에 대한 드론 공격 직후 액화천연가스(LNG) 생산을 전면 중단한다고 14일 밝혔다. 하루 50만 배럴 이상을 처리하는 사우디의 주요 정유 시설도 가동을 멈추며 수급 불안이 현실화했다. 평시 하루 1500만 배럴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기능을 우회 파이프라인이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내 국책연구기관들은 이번 사태가 한국 실물경제 전반에 가져올 파급력을 경고하고 나섰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58.7%와 LNG 수입의 17.7%를 GCC 국가에 의존하고 있어 공급 차질은 곧바로 국내 산업 생산과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특히 석고와 헬륨 그리고 납사 등 중동 의존도가 높은 기초 원자재 수입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제조업 전반의 비용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국제유가는 이미 3월 초 배럴당 95달러 선을 돌파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시장 안정을 위해 지난 11일 역사상 최대 규모인 4억 배럴의 전략 비축유 방출을 결정했으나 유가는 장중 100달러를 넘나들며 불안한 흐름을 지속했다.
사진=연합뉴스
대외 경제 여건도 녹록지 않다. 중동발 리스크에 더해 미국의 통상 압박이라는 겹악재가 터졌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11일 한국을 포함한 16개국을 대상으로 제조업 과잉생산 여부를 조사하는 무역법 301조 조사를 개시했다. 유가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에 미국의 추가 관세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한국의 수출 경쟁력은 시험대에 올랐다.
정부는 시장 불안에 대응해 100조원 규모의 안정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약 9600만 배럴의 비축유를 활용해 수급 위기에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KDI는 유가 상승이 운송비와 제조 원가를 밀어 올려 소비 여력을 축소시키고 건설 현장의 공사 지연과 수주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중심의 수출 구조가 완충 작용을 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최근 한국 수출은 중동 의존도가 낮은 인공지능(AI) 투자 사이클에 힘입어 지난 2월 역대 최대 실적인 674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KIEP 유광호 전문연구원은 "전쟁의 향방이 불확실한 만큼 경제적 피해 대책은 물론 방산 등 현지 수요가 확대되는 분야에 대한 진출 전략을 다각도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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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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