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전면적인 군사 충돌로 세계 원유 수송의 대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이 마비, 글로벌 해상 운임이 폭등세를 기록하고 있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14일 기준 1710에 달한다. 중동 전쟁 발발 직전인 지난달 27일 1333과 비교해 불과 2주일 남짓한 기간에 377포인트 가까이 치솟았다. 8개월 만에 1700선을 돌파한 최고치다.
운임 상승세는 분쟁의 진원지인 중동 노선에서 폭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동 노선 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 1개당 3220달러를 기록해 직전 주 대비 40퍼센트 이상인 933달러나 폭등했다. 같은 기간 미주 서안 노선 운임은 2249달러 미주 동안 노선은 3111달러로 집계된 것을 고려하면 충격적이다. 물리적인 운항 거리가 훨씬 긴 미주 동안 노선보다 중동 노선 운임이 더 비싸게 책정되는 기형적인 요금 역전 현상이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 사진=연합뉴스
물동량과 거리에 비례해 책정되는 해운 운임의 기본 공식이 지정학적 위기 앞에서 완전히 무너진 셈이다. 글로벌 선사들이 중동 수역 진입에 따른 피격 위험을 회피하고자 막대한 위험 수당을 운임에 전가하면서 빚어진 결과다.
운임 폭등의 근본적인 원인은 세계 원유 수송량의 20퍼센트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기능 상실에 있다.
이란은 최고지도자의 명령 아래 해협을 전면 봉쇄하고 무차별적인 상선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 이라크와 아랍에미리트 해안에서 유조선과 컨테이너선이 정체불명의 발사체에 피격되어 화재가 발생하는 등 민간 선박의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실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핵심 원유 수출 거점인 하르그섬 군사시설을 정밀 폭격하며 통항 보장을 강도 높게 압박하고 중동에 2500명 규모의 해병 원정 부대를 증파했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당장 이란은 굴복하지 않고 제2의 전선 형성을 경고하며 맞서고 있다. 양국의 무력 충돌이 통제 불능의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페르시아만 일대의 해상 물류는 사실상 기능 정지 상태에 빠졌다.
해운업계는 공포스럽다. 운임 상승은 물론 심각한 비용 압박이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당장 이란 사태 발생 후 유조선 용선료는 단기간에 두 배 이상 뛰어올라 47만5700달러 선을 위협하고 있다. 선박 1척이 항로를 결정하지 못한 채 해상에서 대기할 경우 대형선 기준 하루 수천만원의 기회비용이 공중으로 증발한다는 말도 나온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 안쪽에 있는 선박들은 현재 운항 자체가 어려워 사실상 기회비용이 발생하는 상황"이라 말하기도 했다.
전체 운영비의 30퍼센트가량을 차지하는 연료비 부담도 극심하다.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는 등 국제 유가가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해운사들의 채산성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우선 대형 선사들은 단기적인 스팟 구매 물량을 축소하고 화주와 유류할증료 계약을 조정하며 생존을 위한 자구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다만 글로벌 주요 선사들이 수에즈 운하를 포기하고 아프리카 희망봉 우회 항로를 강제적으로 선택함에 따라 전체적인 운송 기간이 길어지고 시장 내 선복량이 턱없이 부족해지는 연쇄 파급 효과가 전 세계 항만에 타격을 입히고 있다.
한푠 물류망 마비와 해상 운임 급등은 수출 주도형 국가의 경제 기반을 흔드는 거시 경제의 거대한 불안 요인으로 전이되고 있다. 중동은 물론 유럽으로 향하는 수출 화물마저 제때 선박을 구하지 못해 수출 현장의 병목 현상이 날이 갈수록 심화하는 추세다.
반도체와 자동차 석유화학 등 주력 수출 품목의 물류비용 부담이 가중되면서 기업의 수익성이 훼손되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 약화 우려도 커지는 중이다. 그 연장선에서 운송비 상승은 필연적으로 수입 물가 상승을 부추겨 각국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억제 노력과 통화 정책 운영에 막대한 부담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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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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