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정 소재 중동 의존도 높아…브롬 97.5%, 헬륨 64.7% 이스라엘·카타르산
K방산 수주잔고 120조 육박, 정유·석유화학·건설은 '이중고'
중동 분쟁이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한국 주력 산업 전반에 걸쳐 파장이 구체화하고 있다. 이스라엘-이란 전쟁이 4주를 넘어서는 동안 종전 협상은 지지부진하고,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 사이의 전략적 견해차가 지속되고 있어 분쟁 장기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국내외 전문가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반도체 업계는 소재·장비 공급망 취약성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반도체 식각 공정에 쓰이는 브롬은 97.5%가 이스라엘에서 수입되고, 웨이퍼 냉각에 필수인 헬륨은 수입량의 64.7%를 카타르에 의존하는 구조다. 텔아비브 인근에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장비를 납품하는 글로벌 반도체 측정·검사장비 업체들이 밀집해 있어 분쟁 격화 시 공급망 차질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현재 주요 기업들이 일정 수준의 재고를 확보하고 있어 당장의 생산 차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보지만, 전쟁이 길어질 경우 소재 조달 불확실성과 에너지 비용 증가가 복합적으로 생산 원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방산업계는 상황이 다르다. 중동 긴장 고조는 K방산에 수주 기회를 열고 있다. 국내 방산 주요 기업들의 수주잔고는 120조 원에 육박한 것으로 파악되며,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Ⅱ'의 추가 수출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역내 군비 경쟁 심화와 방공체계 수요 증가가 LIG넥스원·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국내 업체들의 실적에 직접적인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유·석유화학·건설 업종은 양상이 다르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국내 정유업계가 이미 원유 도입 차질과 운송비 폭등으로 심각한 경영 위기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우리나라는 원유의 약 70%, 나프타의 절반가량, LNG의 약 20%를 중동 지역에 의존한다. 석유화학 기업들은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수익성이 이미 나빠진 상태에서 원료 공급 단절이라는 '이중고'까지 겪고 있다. 국내 건설사 수주잔고의 약 40%가 중동 지역에 집중돼 있는 가운데, 공사 대금 회수 지연과 현장 인력 운용 차질이 현실적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수출입은행 연구진은 정부와 기업이 범국가 차원에서 공급망 위기 관리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에너지 안보 강화와 구조적 체질 개선을 장기 과제로 병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브롬·헬륨 등 중동 의존도가 높은 14개 반도체 관련 품목을 중심으로 수급 점검에 착수하고 대체 공급선 확보 지원에 나선 상태다.
사진=연합뉴스
민병권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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