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6% 급락, 외국인·기관 7조원대 동반 매도
환율 1517원 17년 만 최고… 유가 급등·달러 강세 직격
트럼프 ‘호르무즈 최후통첩’에 이란 맞대응… 변동성 확대 우려
2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환율과 코스피가 표시돼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6.7원 오른 1,517.3원, 코스피는 전장보다 375.45포인트(6.49%) 내린 5,405.75로 거래를 마감했다. 연합뉴스
중동 전쟁 확전 우려가 금융시장을 덮치면서 국내 증시와 환율이 동시에 요동쳤다. 코스피는 6% 넘게 급락해 단숨에 5400선으로 밀렸고, 원·달러 환율은 1510원대를 돌파하며 17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75.45포인트(6.49%) 내린 5405.75에 마감했다. 지난 4일 이후 보름여 만에 최대 낙폭이다. 지수는 개장 직후 급락세가 확대되며 18분 만에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고, 장중 내내 낙폭을 키운 채 5400선을 겨우 지켜냈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가 지수를 끌어내렸다. 외국인은 3조6000억원대, 기관은 3조8000억원대를 각각 순매도했다. 특히 기관 순매도 규모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반면 개인은 약 7조원에 달하는 순매수로 물량을 받아내며 역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도 일제히 급락했다. 삼성전자는 6%대, SK하이닉스는 7%대 하락하는 등 주요 대형주가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였다. 코스닥 지수도 5.56% 내린 1096.89로 마감하며 동반 급락했다.
이 같은 급락은 중동 정세 악화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이 직접적인 배경으로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해제를 요구하며 사실상 군사 행동을 경고한 데 이어, 이란 역시 해협 전면 폐쇄를 포함한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히면서 긴장이 최고조로 치달았다.
여기에 국제유가 급등과 미국 통화정책 불확실성까지 겹치며 시장 불안이 확대됐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장중 100달러를 넘어 한때 114달러대까지 치솟았고, 연준 인사들의 매파적 발언은 금리 인하 기대를 약화시키며 위험자산 회피 심리를 자극했다.
환율도 급등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6.7원 오른 1517.3원에 마감했다. 주간 종가 기준으로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최고치다. 환율은 최근 3거래일 연속 1500원대에서 상승 흐름을 이어가며 상단을 빠르게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중동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유가와 환율이 추가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고, 이에 따라 국내 증시도 외국인 수급에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다만 과거 사례를 고려하면 전쟁발 충격이 장기화하지 않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초기 공포 심리가 정점을 찍은 이후 외교적 출구가 모색되며 금융시장이 빠르게 안정을 되찾는 패턴이 반복돼 왔다는 점에서다.
결국 향후 시장 방향은 중동 정세의 전개와 국제유가 흐름, 그리고 미국 통화정책 변화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는 외생 변수에 따른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김명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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