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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중동 리스크 상시화··· 총수들, '글로벌 공급망·투자' 전면 개편 드...

반도체‑인공지능(AI) 기술 선점을 위한 최첨단 복합 R&D 단지 NRD‑K(기흥)에 2030년까지 20조원 규모 투자를... 특히 반도체와 AI 사업은 기술 개발 공백이 곧 시장 경쟁력 약화로 직결된다. R&D 분산 구조는 선택이 아닌 필수...

중동 리스크 상시화··· 총수들, '글로벌 공급망·투자' 전면 개편 드...

이재용·최태원·정의선·구광모··· 공급망·에너지·시장 재편 속도

총수들, R&D·에너지·인프라 ’다층화‘··· 10년 사업판 바꾼다

위기 헤징 넘어 ’글로벌 사우스‘ 선점··· 주요 그룹 구조 개편 본격화

중동 지역 군사적 긴장이 장기화되면서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들이 기업 생존과 중장기 성장을 동시에 노린 전면적 전략 재편에 나서고 있다./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중동 지역 군사적 긴장이 장기화되면서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들이 기업 생존과 중장기 성장을 동시에 노린 전면적 전략 재편에 나서고 있다. 현재 에너지 수급 불안, 원자재 가격 급등락, 글로벌 생산망 교란 등 복합 리스크가 상시화되고 있다. 각 그룹은 공급망 재구성, 투자 우선순위 재정립, 신사업 발굴 등 구조적 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를 향후 10년 사업 구조를 바꾸는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이재용·최태원, ‘지정학 리스크 분산’ 본격화

6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글로벌 연구개발(R&D) 체계를 다층화하는 방향으로 대응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미국, 유럽, 이스라엘, 한국 등 주요 거점에 연구개발(R&D) 네트워크를 구축해 운영 중이며, 최근에는 차세대 반도체‑인공지능(AI) 기술 선점을 위한 최첨단 복합 R&D 단지 NRD‑K(기흥)에 2030년까지 20조원 규모 투자를 확대하는 등 글로벌 R&D 인프라 재편을 가속화하고 있다.

특정 지역에서 지정학적 충돌이나 공급망 차질이 발생하더라도 연구개발 기능이 중단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연속성 확보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반도체와 AI 사업은 기술 개발 공백이 곧 시장 경쟁력 약화로 직결된다. R&D 분산 구조는 선택이 아닌 필수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삼성은 단순한 리스크 분산을 넘어 글로벌 동시 개발 체제로의 전환을 강조하고 있다.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각 지역의 기술·인재·시장 특성을 반영한 다층적 혁신 구조를 구축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보다 구조적인 접근을 통해 에너지 사업 중심의 리스크 대응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SK는 북미 액화천연가스(LNG) 및 셰일가스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수소와 소형모듈원전(SMR) 등 차세대 에너지 분야에도 적극적인 투자를 병행하고 있다.

중동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에너지 조달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포트폴리오 구축에 주력하는 셈이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가격 변동성과 공급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에너지 사업 자체를 그룹 리스크 관리의 핵심 축으로 활용한다는 분석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SK의 전략에 대해 “에너지를 비용이 아닌 전략 자산으로 전환하는 과정”이라며 “단순 조달 차원을 넘어 생산·유통·저장 전반을 아우르는 통합 구조 구축이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구자은 LS그룹 회장이 지난 1월 2일 안양 LS타워에서 2026년도 신년사를 하고 있다./LS 제공

정의선·구자은, ‘미래 시장 선점 기회’로 전환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중동 지역을 단순한 위험 요인이 아닌 장기적 성장 축으로 판단하고 현지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전기차, 수소차, PBV, 스마트 모빌리티 분야에서 협력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미래 신도시 네옴(NEOM) 등에서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 도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시험·시범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중동 국가들이 추진 중인 산업 다변화 정책과 맞물린 전략으로 풀이된다. 자동차 산업이 단순 소비재를 넘어 국가 인프라 및 에너지 정책과 연계되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 이에 현대차의 접근은 단기 판매 확대를 넘어 지역 전체 모빌리티·인프라 파트너십을 선점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또한 현지 생산 기반 및 공급망 구축은 물류 리스크와 관세 부담을 완화하는 효과를 동시에 가져온다. 장기적으로는 공급망 안정성 확보와 글로벌 생산 거점 다변화가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효과가 크다.

구자은 LS그룹 회장은 전력 인프라 사업을 중심으로 중동 시장 내 입지를 빠르게 넓히고 있다. 초고압(AC/DC) 케이블과 송전망 구축 사업은 국가 기간 산업과 직결되는 분야다. 경기 변동과 무관하게 비교적 안정적인 수요를 유지하는 특성이 있다.

최근 중동 지역에서는 기존 전력망 효율 개선과 신규 인프라 구축 수요가 동시에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LS의 사업 기회도 구조적으로 확대되는 흐름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LS의 행보를 단순한 프로젝트 수주 확대가 아닌 장기적 인프라 파트너십 구축 과정”이라며 “일회성 계약이 아닌 유지보수·업그레이드·후속 확대 사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 3월 25일 사장단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LG 제공

구광모,  유연성 ·위기 대응··· ‘근본 체질 개선’ 착수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글로벌 운영 체계의 유연성과 위기 대응 능력을 최우선으로 추진하고 있다. 아시아·동유럽은 물론 브라질,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등 글로벌 사우스를 핵심 성장축으로 설정했다. 이들 지역에 복수 거점을 두고 생산·물류 체계를 분산 운영하는 방향을 강화하고 있다. 특정 지역 리스크 발생 시 공장 가동률과 물류 경로를 신속히 조정하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재편 중이다.

LG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과 AI 기반 운영 체계를 가속화하고 있다. LG이노텍 등 계열사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해 제품 개발 기간을 최대 99% 단축하고, 공정 램프업 기간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등 제조 효율을 크게 높이고 있다.

구 회장은 최근 미국과 브라질을 잇달아 방문하며 에너지 인프라와 글로벌 사우스를 축으로 한 미래 성장 전략을 점검하고 있다. LG전자는 브라질·인도·사우디 합산 매출을 2030년까지 2배로 키우는 것을 목표로 잡고 현지 생산과 맞춤형 가전·에너지 솔루션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디지털 트윈·AI 기반 시스템을 활용해 생산·물류·재고 관리의 유연성을 높인 결과 특정 지역 충격이 그룹 전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최종 판단은 총수··· 의사결정 구조는 오히려 고도화

중동 리스크 장기화는 기업의 의사결정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과거에는 현지 보고와 경험에 기반한 판단이 중심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물류·원자재 가격·환율·수요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을 고도화됐다. AI 기반 분석을 통해 리스크를 사전에 감지하고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다만 최종 의사결정 권한은 여전히 총수에게 집중돼 있다. 데이터와 AI는 방향성과 시나리오를 제시하는 도구로 활용된다. 실제 투자 규모와 전략 선택은 오너의 판단 아래 이뤄진다는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총수 중심 경영이 데이터와 결합돼 정교해지는 흐름으로 보고 있다. 직관·경험·데이터 분석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의사결정 체계가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삼성, SK, LG 등은 총수 레벨까지 AI 분석·시뮬레이션을 직접 활용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 구조를 재편 중이다.

다만 중동 전쟁 장기화는 한국 대기업 총수들에 단기적 위기를 넘어 구조적 선택을 요구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에너지, 공급망, 생산, 시장 전략 전반에서 변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이는 향후 글로벌 경쟁 구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지금의 전략 재편이 단순한 방어적 대응이 아니라 새로운 성장 질서를 선점하기 위한 공격적 포지셔닝”이라며 “위기 국면에서 축적된 전략적 선택들이 향후 기업 간 격차를 더욱 벌리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종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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