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지난 3월 5일(현지시간) 美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AI 기술 기업들과 함께 ‘전기 요금 부담 완화 서약(Ratepayer Protection Pledge /AI 데이터센터 전기요금 보호 서약)'에 서명하고 있다.(사진:본지DB)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이 인공지능(AI) 관련 신규 행정명령 서명을 돌연 취소했다. 첨단 AI 모델에 대한 정부 감독 체계를 강화하려던 계획이 미국의 기술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중국에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당초 트럼프 행정부는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주요 AI 기술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한 가운데 AI 행정명령 서명식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행사 직전 서명이 전격 연기되면서 미국 AI 정책 방향을 둘러싼 혼선이 커지고 있다.
이번 행정명령은 오픈AI(OpenAI), 앤트로픽(Anthropic), 구글(Google), 메타(Meta), xAI 등 첨단 AI 개발 기업들이 차세대 AI 모델을 공개하기 전 미국 정부와 사전 협의를 진행하도록 하는 자율적 프레임워크를 포함하고 있었다. 또 AI 기반 사이버보안 체계를 금융·헬스케어·핵심 인프라 분야에 확대 적용하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AP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실리콘밸리 주요 인사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일론 머스크(Elon Musk) xAI CEO와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 메타 CEO, 그리고 전 백악관 AI·가상자산 정책 책임자였던 데이비드 색스(David Sacks) 등이 직접 백악관 측에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정부가 AI 모델 사전 검증 체계를 구축할 경우 사실상 새로운 규제 장벽이 형성될 수 있으며, 이는 미국 기업들의 혁신 속도를 떨어뜨리고 궁극적으로 중국 AI 기업들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러한 우려를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에 따르면 트럼프는 AI 규제가 미국의 대중(對中) 기술 우위를 훼손할 가능성을 우려해 직접 서명 연기를 결정했다.
“안전 vs 혁신”…미국 AI 정책 내부 충돌 심화
이번 결정은 미국 내부에서 AI 안전 규제와 산업 경쟁력 사이의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분석이 나온다.
행정명령 초안은 첨단 AI 모델이 금융기관과 병원, 공공 인프라의 보안 취약점을 악용할 가능성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도 담고 있었다. 특히 앤트로픽의 차세대 AI 시스템 ‘미토스(Mythos)’와 관련한 사이버보안 우려가 정책 논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도 입장이 엇갈렸다. 국가안보와 사이버보안 강화를 중시하는 인사들은 AI 감독 강화를 주장한 반면, 친기업·친기술 진영은 과도한 개입이 AI 산업 성장 자체를 저해할 수 있다고 반발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바이든 행정부의 AI 안전 중심 정책을 잇따라 폐기해왔다. 트럼프는 2025년 1월 조 바이든(Joe Biden) 전 대통령의 AI 행정명령(EO 14110)을 철회하고, 미국 AI 산업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한 ‘미국 AI 리더십 장벽 제거(Removing Barriers to American Leadership in Artificial Intelligence)’ 행정명령(EO 14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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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서명했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연방 차원의 통합 AI 정책 체계를 구축하며 주(州) 단위 AI 규제를 제한하려는 움직임도 보여왔다. 2025년 말에는 ‘국가 AI 정책 프레임워크(A National Policy Framework for Artificial Intellig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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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추진하며 연방정부 중심 AI 정책 통합을 시도했다.
“AI 패권 경쟁 본격화”…중국 견제 전략 영향
업계에서는 이번 행정명령 철회 배경에 미국과 중국 간 AI 패권 경쟁이 자리잡고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초거대 AI 모델과 AI 반도체, 데이터센터 투자 경쟁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중국 역시 정부 주도의 AI 산업 육성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내 규제가 강화될 경우 글로벌 AI 경쟁에서 중국에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실리콘밸리 전반에 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AI 산업이 국가 안보와 경제 성장, 국방 기술 경쟁력까지 좌우하는 핵심 전략 산업으로 떠오르면서 미국 정부 역시 규제와 산업 육성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이날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결정은 연방 AI 정책 결정 과정에서 실리콘밸리의 영향력이 여전히 강력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트럼프 정치 진영 내부에서도 AI를 둘러싼 갈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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