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진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른바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항소심에서 완전 무죄를 선고받으며 최대 정치적 고비였던 사법 리스크를 털어냈다. 정치적 생명을 위협했던 1심 당선무효형의 굴레를 벗어던진 오 시장이 무죄 선고 직후부터 ‘당 통합’을 전면에 내걸며 대권 주자로서의 보폭을 크게 넓히고 있다. 오 시장이 수도권 중도보수 민심을 등에 업고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로 급부상하면서, 보수 진영 전체의 지각변동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오 시장의 화려한 부활이 대구·경북(TK) 지역 정치권에 미치는 파장이다. 최근 원내대표 멱살잡이 사태로 중징계를 받으며 벼랑 끝에 몰렸던 권영진 의원(대구 달서병)이 오 시장의 부활로 사회생의 기회를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권 의원은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권 의원이 오시장의 제1책사로 꼽히고 있어 구심점을 잃은 TK 정치권의 권력 지형과 이합집산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무죄 선고 직후 국회 직행… ‘시정’ 넘어 ‘중앙정치’ 주도권 쥐는 오세훈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오 시장의 정치적 행보는 항소심 무죄 판결을 기점으로 180도 달라졌다. 실제로 오 시장은 1심 유죄 판결의 무거운 부담 탓에 그동안 "당내 역할보다는 우선 시정에 충실하겠다"며 여의도 정치와 의도적인 거리두기를 해왔으나, 무죄 선고 이튿날인 지난 24일 곧바로 국회 행사에 참석해 "국민의힘이 단합·통합된 모습일 때 국민 여러분께 위안을 드릴 것"이라며 보수 통합의 선봉에 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단순한 원론적 수준의 메시지를 넘어 중앙 정치 현안에 대한 직접적인 개입도 본격화했다.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 전환을 강력히 촉구하는 한편, 야권의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주장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등 굵직한 전국구 이슈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당내 스킨십의 방향이 상징적이다. 오 시장은 무죄 판결 직후 강경 보수 성향을 띠는 장동혁 당 대표가 아닌 정점식 원내대표에게만 전화를 걸어 소회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선관위 특검 등 핵심 지지층 결집에만 주력하는 현 당권파와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중도·합리 노선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독자적인 대안 리더십 공간을 확보하겠다는 고도의 전략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당원권 정지 1년’ 권영진, 오시장 바람 타고 부활하나
오 시장의 비상은 단순히 개인의 명예 회복을 넘어, 측근들의 당내 입지 변화와 TK 정치권의 권력 이동으로 직결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오 시장의 오랜 핵심 측근인 권영진 의원이 자리하고 있다.
권 의원은 최근 당내 계파 갈등 과정에서 원내대표의 멱살을 잡는 초유의 물리적 충돌을 빚어 당 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정지 1년'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당초 3선 중진으로서의 정치적 리더십에 치명상을 입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으나, 역설적으로 '1년 정지' 처분이 다음 총선 출마의 길은 열어두어 사실상 기사회생의 불씨를 남겨둔 것이란 해석이 뒤따랐다. 최악의 상황을 모면한 권 의원 입장에서는 반전의 계기가 절실했던 시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 시장이 사법 족쇄를 완전히 끊어내고 차기 권력의 중심으로 급부상함에 따라, 권 의원은 흔들리던 당내 입지를 회복하며 한층 날개를 달게 됐다. 여의도 정치권에서 권 의원은 단순한 측근을 넘어 오 시장의 '제1 책사'이자 가장 깊이 신뢰받는 '정치적 조언자'로 통한다. 오 시장과 고려대 동문인 권 의원은 1기 서울시장 체제에서 정무부시장으로 손발을 맞춘 이래 오랜 기간 정치적 철학과 비전을 공유해 왔다.
수도권에 특화되어 있는 오 시장 입장에서도 당내 세력을 완벽히 장악하기 위해서는 보수의 심장인 대구·경북(TK) 지역의 탄탄한 지지세 확보가 필수적이다. 재선 대구시장을 지낸 권 의원은 이 지점에서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핵심 가교 역할을 수행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유력 대권 주자의 ‘제1 책사’라는 강력한 프리미엄이 폭력 사태로 인한 징계의 꼬리표를 덮고, 권 의원을 당내 권력 재편의 핵심 플레이어로 다시 밀어 올릴 확실한 지렛대가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구심점 잃은 TK 정치권, 장동혁 ‘집토끼’ vs 오세훈 ‘산토끼’ 틈새 이합집산 촉각
결과적으로 이번 항소심 무죄 판결은 보수 진영 전체의 차기 주도권 경쟁에 거대한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장동혁 대표가 이끄는 현 당 지도부가 강경 보수 노선을 굽히지 않으며 지지층(집토끼) 굳히기에 사활을 거는 반면, 사법 리스크를 털어낸 오세훈 시장은 철저히 외연 확장(산토끼)과 보수 통합을 내세우며 합리적 대안 세력으로서의 세를 불릴 전망이다.
이러한 치열한 노선 투쟁 속에서 지역 출신 대선 주자가 부재한 TK 정치권의 셈법은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하게 얽히고 있다. 과거 매 대선마다 보수 정권 창출의 킹메이커를 자처했던 TK는 현재 뚜렷한 구심점을 찾지 못하고 표류하는 양상이다. 이런 틈새를 파고들어 ‘오세훈-권영진’ 연대가 새로운 정치적 구심점으로 작용하며 지역 여론을 빠르게 흡수할 경우, 지역 내 다른 국회의원들이나 지자체장들의 정치적 선택지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영수 영남대 특임교수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기사회생 하면서 차기 총선 공천을 좌지우지할 내년 국민의 힘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는 한층 드러마틱 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오시장이 어떤 인물을 지지하느냐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이영란 기자 yrlee31@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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