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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주행보조 믿고 '방심운전'…고속도로 사망사고 14년 만에 최대 증가

올해 상반기 고속도로 사망사고가 1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경찰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등 주행보조 기능을 과신한 운전자들의 전방주시 태만이 대형 사고를 키우는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보고 여름 휴가철 특별 안전대책에 나섰다.

주행보조 믿고 '방심운전'…고속도로 사망사고 14년 만에 최대 증가

올해 1~5월 전국 사망자 52.4% 늘어…2012년 이후 최대 증가폭

경남 최근 5년 56명 숨져…사고 90% 이상 안전운전의무 불이행

전문가 “ACC는 보조장치일 뿐…전방주시 놓으면 대형사고 직결”

지난 1월 4일 오후 9시께 남해고속도로 함안나들목 인근 순천 방향 구간에서 화물차가 다른 화물차를 뒤에서 들이받았다. 사고 당시 현장 모습. /독자

올해 상반기 고속도로 사망사고가 1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경찰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등 주행보조 기능을 과신한 운전자들의 전방주시 태만이 대형 사고를 키우는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보고 여름 휴가철 특별 안전대책에 나섰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5월 전국 고속도로 사망자는 9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3명보다 52.4% 증가했다. 이는 2012년 같은 기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사고 건수는 줄었지만 사망자는 크게 늘어 사고의 치명성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경남도 예외는 아니다.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2021~2025년) 경남지역 고속도로에서는 모두 56명이 목숨을 잃었다. 연도별 사망자는 2021년 8명, 2022년 9명, 2023년 15명, 2024년 8명, 2025년 16명이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사망사고 7건이 발생했다.

사고 원인은 대부분 기본적인 안전수칙 미준수였다. 최근 5년간 경남 고속도로 사망사고의 90% 이상은 전방주시 태만, 안전거리 미확보 등 안전운전의무 불이행 탓에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상반기 발생한 사망사고 7건 가운데 4건은 안전벨트를 매지 않아 사망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올해 경남에서 발생한 고속도로 사망사고도 대부분 순간적인 부주의가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졌다.

지난 1월 4일 오후 9시께 남해고속도로 함안나들목 인근 순천 방향 구간에서 화물차가 다른 화물차를 뒤에서 들이받아 1명이 숨졌다. 이날 40대 ㄱ 씨가 몰던 화물차가 50대 ㄴ 씨가 타고 있던 다른 화물차를 뒤에서 들이받았다. ㄴ 씨 차는 차 고장 문제로 사고 지점 갓길과 4차로에 걸쳐 멈춰있었다. 사고 당시 ㄴ 씨는 운전석에 타고 있었는데, 추돌사고 후 ㄴ 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경찰은 이번 사고가 도로교통법상 안전운전의무 위반으로 일어난 것으로 봤다.

지난 4월 16일 오후 1시 52분께 창원시 의창구 북면 남해고속도로 창원1터널에서 화물차가 트레일러를 추돌해 화물차 운전자가 숨졌다. 이날 4.5t 화물차 운전자 60대 ㄷ 씨가 앞서가던 트레일러를 추돌, 심정지 상태로 인근 병원에 이송됐으나 숨졌다. 사고는 2차로를 주행하던 화물차가 앞선 트레일러 후미를 들이받으며 발생했고,사고원인은 역시 전방주시 태만 등 안전운전의무 위반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앞선 사례처럼 특히 정체·서행 구간 추돌사고와 2차 사고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 차량 고장 등으로 고속도로에 정차한 뒤 뒤따르던 차량이 들이받는 2차 사고 사망자는 지난해 3명에서 올해 15명으로 5배 늘었다. 정체·서행 중 발생한 사고로도 12명이 숨졌다. 경찰은 상당수 사고가 ACC 등 주행보조 기능에 의존해 운전자가 전방주시를 소홀히 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주행보조 기능 자체보다 이를 과신하는 운전 습관이 문제라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2020년부터 2025년까지 ACC 작동 중 발생한 고속도로 사고 290건을 분석한 결과, 사고 62.1%는 차로이탈 사고였다. 차로 변경 차량과 충돌이 18.6%, 전방 차량 추돌이 14.5%를 차지했다. 연구소는 대부분 운전자가 전방을 주시하고 즉시 대응했다면 예방할 수 있었던 사고로 분석했다.

사고는 오히려 운전하기 편한 환경에서 집중됐다. 영상 분석 대상 149건 가운데 77.2%는 직선도로에서, 84.6%는 맑은 날씨에 발생했다. 교통 흐름이 원활한 상황에서 발생한 사고도 절반을 넘었다. 연구소는 긴장감이 풀린 운전자의 경계심 저하가 사고를 키운 것으로 판단했다.

차량 제조사들도 ACC를 운전을 대신하는 기능이 아닌 보조장치로 규정한다. 국내외 차량 제조사들은 매뉴얼을 통해 운전자 상시 전방주시와 즉각적인 개입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정지 차량, 급차로 변경 등 돌발 상황에 한해 시스템 한계를 안내하고 있다.

경찰은 여름 휴가철을 맞아 상습 정체 구간과 사고 다발 시간대 순찰을 강화하고 지정차로 위반, 안전거리 미확보, 화물차 졸음운전 등을 집중 단속할 계획이다.

경남경찰청 관계자는 “주행보조 기능은 운전을 대신하는 자율주행이 아니라 운전을 돕는 장치일 뿐”이라며 “운전자는 항상 전방을 주시하고 돌발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나아가 차량 기술이 운전자 편의를 제공하는 것에 더해 사고 예방도 병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선호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향후에는 ACC와 같이 주행의 편의성을 제공하는 첨단장치와 더불어, 실내 운전자의 상태를 모니터링 하는 장치(DMS)가 병행돼야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러한 장치가 시급히 의무장착 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안지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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