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선 보름 앞두고 비방전 가열
지도부도 상대방 말실수 맹공
6·3 재·보궐선거와 지방선거를 보름 앞둔 19일 여야가 치열한 정책 대결 대신 상대 후보의 도덕성과 과거 사생활을 정조준한 전방위적인 네거티브 공방에 돌입했다. 각 지역구마다 주폭 논란, 해외 성접대 의혹, 보좌진 폭행, 주식 파킹 의혹 등 메가톤급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면서 선거판이 극단적인 흑색선전과 비방전으로 얼룩지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과거 ‘음주 폭행’ 사건이 전면에 부상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향해 개혁신당이 공개한 당시 판결문을 인용하며 “전형적인 주폭 사건”이라고 직격했다. 오 후보는 정 후보가 5·18 관련 언쟁 중 발생한 일이라 해명한 것에 대해 “술에 만취해 심신미약을 주장하면서 당시 상황은 어떻게 기억하느냐”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이에 정 후보는 “선거가 급해도 흑색 비방은 옳지 않다”며 사법적 대응 방침을 밝히고 전면 맞소송을 예고했다.
울산시장 선거는 유튜버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 김상욱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필리핀 원정 성접대 의혹’을 제기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울산시장 자격이 없다”며 즉각적인 경찰 수사를 촉구하자 김 후보는 “선거 직전 유포되는 ‘아니면 말고’식의 막장 마타도어”라며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법적 대응을 선포했다.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는 김용남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보좌진 폭행’ 과거사가 발목을 잡았다. 김 후보가 과거 초선 의원 시절 5급 비서관을 구둣발로 폭행했다는 의혹이 언론에 보도되자 유의동 국민의힘 후보와 조국혁신당은 일제히 인간에 대한 모멸이자 권력형 갑질이라며 후보직 사퇴를 압박했다. 논란이 커지자 김 후보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성과 중압감에 순간의 감정을 다스리지 못했다”며 과거의 폭행 사실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했다.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는 하정우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청와대 AI수석 시절 ‘주식 파킹’ 의혹을 두고 무소속 한동훈 후보와 하 후보가 정면충돌했다. 한 후보는 하 후보가 보유하던 AI 기업 주식을 헐값에 매각한 것을 두고 “심각한 이해충돌이자 주식 파킹”이라고 몰아세웠다. 이에 하 후보는 “스타트업의 통상적인 베스팅(Vesting) 계약에 따른 정상 거래”라고 반박했으나 한 후보는 다시 “말 바꾸기식 해명으로 의혹만 더 분명해졌다”고 재반박했다. 여기에 박민식 국민의힘 후보가 한 후보를 향해 “북구를 개인 야욕을 위한 불쏘시개로 쓰지 말라”며 정치공학적 단일화에 선을 긋자 한 후보는 “민심이 이미 길을 내고 있다”며 보수 표심의 결집을 자신해 복잡한 다자 구도를 형성했다.
여야 지도부 역시 최전방에서 거친 설전을 주고받으며 네거티브 화력을 보탰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페이스북에 ‘1일 1복습’이라는 형식을 빌려 민주당 후보들의 말실수 릴레이를 비판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초등학생 대상 “오빠라고 불러봐” 발언부터 박성준 의원의 “국민 90%는 공소취소 몰라”, 박찬대 인천시장 후보의 “인천을 대장동으로 만들겠다”, 우상호 강원지사 후보의 “원주 홍제동 거주” 발언 해프닝 등을 나열하며 여당 후보들의 자질론을 도마 위에 올렸다.
반면 민주당은 국민의힘 송언석 공동선대위원장의 5·18 기념식 관련 발언을 물고 늘어졌다. 송 위원장이 사석에서 기념식 참석 여부에 대해 “더러워서 안 간다”고 발언했다는 의혹이 일자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광주 정신을 언급할 자격이 없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이처럼 선거가 종반전으로 치달을수록 유권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아야 할 정책과 비전은 사라진 채 상대방의 치부와 실언을 극대화하는 진흙탕 싸움만 가열되고 있다. 이 같은 비방전이 계속될수록 유권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결국 심각한 정치 혐오증만 깊어지게 만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진오기자 kimjo@idaegu.co.kr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