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반도체 못지 않은 주도주로 꼽혔던 증권주지만 국민연금공단의 선택은 엇갈렸다. 미래에셋증권과 키움증권, 삼성증권 지분은 확대했지만, 한국투자증권 지주사인 한국금융지주는 일부 처분했다. 국민연금이 투자 종목 선택 시 고려하는 요소 중 하나인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이행 여부에서 투자심리가 갈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 본사 전경 / 각 사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올해 1분기 한국금융지주 주식 11만2792주를 처분했다. 공시 세부변동내역에 나온 일별 취득·처분단가와 주식 수를 계산하니 그 규모가 321억원에 달했다. 그 결과 국민연금이 보유한 한국금융지주 지분은 12.21%에서 12.03%로 0.18%포인트 줄었다. 작년 2분기까지 한국금융지주를 사들였던 국민연금은 3분기부터 매도 우위로 돌아서며 3개 분기 동안 31만8030주를 팔아치웠다.
반면 주식비중을 확대한 증권사도 적지 않다. 올 1분기 국민연금은 키움증권 주식 4만8816주를 사들이며 지분을 0.58%포인트 확대했고, 삼성증권 주식도 185주 늘렸다. 미래에셋증권에 대해선 작년 9월 9일부터 올 1월 5일까지 598만9256주를 사들이며 지분을 1.10%포인트 확대했다.
유독 한국금융지주 지분 축소에 나선 건 밸류업 이행 정도가 상대적으로 미진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은 책임투자 원칙상 장기적이고 안정적 수익 증대를 목표로 재무적·비재무적 요소를 고려해 투자 결정을 내리는데 이 과정에서 기업가치 제고 등 ESG 요소를 반영한다. 올 2월엔 수탁자 책임활동 선정 기준을 배당성향에서 총주주환원율으로 바꾸기도 했다.
국민연금의 주요 증권 비분율 변동 / 윤승준 기자
밸류업 척도라고 할 수 있는 주주환원율 측면에서 한국금융지주는 비교적 소극적이었다. 지난해 2조244억원의 순이익을 거뒀음에도 주주환원으로 내놓은 건 배당금 5078억원(주주환원율 25.1%)이 전부였다. 자사주 299만주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자사주 소각 발표는 없었다.
반면 미래에셋증권은 배당금 4645억원, 자사주 소각 1702억원을 지급하며 주주환원율 40.4%를 기록했다. 자사주가 없는 삼성증권은 배당금 3572억원을 내놓으며 주주환원율 35.5%를 올렸고, 키움증권은 순이익의 30%가 넘는 배당금 지급 및 자사주 소각을 이행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밸류업 공시에 자사주 소각, 주주환원율을 명시하지 않는 등 밸류업 이행에 있어 미래에셋·키움·삼성증권에 비해 소극적이고, 실적 측면에서도 증시 거래대금 민감도가 경쟁사 대비 낮아 국민연금이 비중을 줄이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지분을 축소한 가운데 한국금융지주 주가 상승 속도는 더뎠다. 주가는 작년 말 16만1700원에서 올 3월 말 20만2500원으로 25.2% 올랐다. 같은 기간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 보유한 증권주 7곳(한국금융지주·미래에셋·NH투자·삼성·키움·대신·한화) 중 삼성증권(22.6%) 다음으로 낮았다. 미래에셋증권 상승률(163.8%)과 비교하면 6분의 1 수준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국금융지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6.15배로 미래에셋증권(20.57배), NH투자증권(9.16배), 삼성증권(6.72배), 키움증권(7.56배) 등 경쟁사보다 낮은 상황이다. 12개월 선행 PER이란 현 주가를 향후 1년 예상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값으로 미래 이익 대비 주가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를 뜻한다.
증권가는 한국금융지주에 대해 증시 거래대금 증가와 종합투자계좌(IMA) 확대 등에 힘입어 올해도 견조한 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본다. 다만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재평가를 받기 위해선 주주환원 확대 등 정책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고 평가한다.
안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국금융지주의 경우) 신사업보다는 영위 중인 사업에서 이득을 많이 얻고 있고 주주환원도 이전보다 전향적으로 확대했다고 보기 어려워 주가가 상대적으로 지지부진한 상황”이라며 “주주환원 정책이나 비즈니스 모델 등에서의 유의미한 변화가 있을 때 추가적인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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