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1960~1970년대에도 <주간한국>은 ‘주간 이슈’라는 타이틀로 한 주간의 이슈를 독자들에게 전달했습니다. 2026년 창간 62주년을 맞은 주간한국은 올해도 매주 가장 뜨거운 이슈를 선정해 심층적으로 조명해 보려고 합니다. 이번주 주제는 우리나라의 산업 지형을 재설계하는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입니다. 수도권에 집중된 첨단 산업을 전국으로 확대해 지역 균형 발전과 국가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노리는 초대형 프로젝트인 만큼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축이 될 수 있을지 짚어봤습니다.
이재명 대통령(가운데)이 지난달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 참석해 기업 투자계획 발표 후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오른쪽)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에게 차례로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간한국 이주선 기자] 삼성그룹과 SK그룹이 이재명 정부의 ‘대체 불가 대한민국’ 만들기 프로젝트에 동참한다. 두 그룹이 각자 역량을 총동원해 호남과 충청, 영남 3대 권역에 반도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 등 첨단 산업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양사가 마련할 투자금은 약 4700조원이 넘는다. 이는 반도체 ‘슈퍼 사이클’(초호황기)로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둔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인 47조 2000억원의 10배에 달한다.
두 기업의 이번 천문학적인 투자 플랜의 백미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 조성될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다.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투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곳에 네 곳의 최첨단 메모리반도체 생산 기지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만들고 지켜온 호남에 대한 역사적 보상’을 재계 1·2위 기업이 대신해 돕는 셈이다.
재계에서는 이번 발표가 개별 기업의 투자 계획을 넘어 우리나라 산업 지형을 다시 그리는 역사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수도권에 집중됐던 첨단 산업 축이 서남권으로 확장되고 반도체와 AI 등 미래 산업 생태계가 새롭게 구축되면서 국가 성장 전략 자체가 재편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과 SK그룹은 지난달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이 대통령 주재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 국민보고회’를 통해 각각 ‘매머드급’ 지방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삼성그룹은 핵심인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2655조원, SK그룹은 SK하이닉스를 주축으로 약 2100조원 규모를 정부 국가균형발전 계획에 쏟는다는 방침이다. 두 기업의 합산 투자 규모는 4755조원에 달한다.
이를 구체적으로 보면 삼성그룹은 호남, 충청, 영남 지역 투자에 625조원을 배정했다. 반도체, 로봇, 배터리, 정보기술(IT) 부품 등을 중심으로 지방 사업장을 첨단 기술의 집약체인 ‘마더 팩토리’로 업그레이드하겠다는 구상이다. 마더 팩토리는 제품 양산 공장은 해외로 확장하면서 동시에 연구개발(R&D)·시제품 생산을 위한 최첨단 공정이 적용된 모체(母體) 공장은 국내에 두는 전략을 말한다. 기업의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공장은 국내에 두고, 범용 제품 생산을 전문으로 하는 공장은 해외에 설치해 기술 안보와 이익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겠다는 묘수다.
호남의 경우 425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호남의 심장인 광주에 들어설 반도체 공장에만 200조원이 투입된다. 삼성전자는 광주에 팹 2기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는 가운데 경기도 용인·화성·평택 팹 이후 차기 반도체 클러스터를 당초 예정보다 앞당겨 조성해야 하는 상황에서 전력·용수·인력·정주 여건 등을 고려, 많은 정부 인센티브 지원이 기대되는 최적지가 광주라고 선정 배경을 밝혔다.
해남에는 삼성SDS가 210메가와트(MW)급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 삼성물산은 탄소중립과 에너지 자립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무탄소 미래 에너지에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팹에 이어 기존 광주사업장 내 디지털트윈 기반 혁신 허브 공장과 히트펌프·공조기 등의 생산 시설을 구축한다. 또 전북 고창에는 글로벌 최첨단 물류 센터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이들 프로젝트에는 약 25조원이 투입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충청 지역에는 140조원을 들여 고대역폭메모리(HBM) 팹과 최첨단 디스플레이, 그리고 차세대 배터리, 반도체 기판 사업 고도화를 추진한다. 삼성전자는 천안·온양 캠퍼스에 최첨단 HBM 팹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산에 차세대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와 초고해상도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생산 기지를 건설한다. 삼성SDI는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의 글로벌 마더 팩토리를 짓는다. 삼성전기는 세종에 최첨단 AI 서버용 패키지 기판 라인을 구축할 예정이다.
영남에는 60조원을 투자해 AI·로봇·첨단 배터리 생산 거점을 조성한다. 삼성전자는 구미에 스마트폰 마더 팩토리와 피지컬AI·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양산 라인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삼성SDS 역시 구미에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할 예정이다. 삼성전기는 부산사업장에 매출 효자인 차세대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와 미래 먹거리인 최첨단 패키지 기판 생산 라인을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울산에서는 삼성SDI가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생산라인 업그레이드를 추진하고, 거제에서는 삼성중공업이 자율운항 선박 등 최첨단 고부가가치선 건조 역량을 강화할 방침이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2030조원을 투입한다. 폭발적으로 밀려들어오고 있는 반도체 주문에 우선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SK그룹도 통 큰 투자를 준비했다. 용인·이천·청주에 걸쳐 있는 반도체 생산 거점을 광주로 확대하고 AI 데이터센터를 전국 각지에 단계적으로 조성해 국가 첨단 산업의 핵심 동력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SK그룹의 국가균형발전 계획은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투트랙으로 나뉜다. 반도체의 경우 SK하이닉스가 주도하고, SK텔레콤은 데이터센터 사업을 맡는 식이다.
SK하이닉스는 1100조원 규모 중장기 투자 전략을 마련했다. 용인·이천과 청주, 그리고 서남권을 잇는 AI 메모리 생산 벨트를 구축하는 것이 골자다. 서남권에는 신규 반도체 팹 2기 건설을 위해 약 400조원을 투입한다. 급증하는 AI 메모리반도체 수요에 대응하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새로운 공장의 입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예정된 완공 시점을 2045년에서 2033년으로 12년 앞당겼다. 이를 위해 600조원을 단계적으로 투입할 예정이다. 청주 캠퍼스에는 약 100조원이 투자된다. 이를 통해 낸드플래시 신규 팹 건설과 생산 장비 도입, 후(後) 공정을 담당하는 첨단 패키징 역량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SK텔레콤은 1000조원을 투입해 전국에 모두 15기가와트(GW) 규모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 AI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연산 능력을 제공하는 핵심 인프라로 로봇, 피지컬 AI, 디지털 헬스케어, 문화, 교육 등 다양한 산업의 혁신을 뒷받침하는 기반 시설로 꼽힌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의 이 같은 담대한 국가균형발전 구상이 현실화할지는 미지수다. 삼성그룹과 SK그룹이 반도체 사업 호조에 힘입어 대규모 투자 여력을 확보한 상태지만, 호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장담하기 어려운 데다 공장 가동의 필수 기반인 전력·용수·인력은 물론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생태계 조성 계획도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첫 삽을 뜰 때까지 넘어야 할 산이 무수히 많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헬리콥터를 타고 서남권 산업단지 후보지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주선 기자 leesun@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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