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불장서 네이버만 흐름 못 타" 지적에 "주주 환원·주가 상승 힘쓰겠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3월23일 그린팩토리 2층에서 네이버 제27기 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네이버]
[디지털데일리 채성오기자]
"주주 입장에서 봤을 때 좋은 기업인데 나쁜 주식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2025년 4월부터 한국에서 초강세장이 펼쳐졌는데 테마는 AI였습니다. 근데 네이버는 AI를 표방을 했으면서도 초강세장에서 소외당했습니다."
23일 그린팩토리 2층에서 진행된 네이버 제27기 주주총회 현장을 찾은 한 주주는 이와 같이 말했다. 이날 주총장에는 역대급 실적에도 불구하고 주가 상승 동력을 잃은 네이버의 현주소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주주들의 목소리가 가득했다.
◆"삼성전자·카카오 대신 샀는데 -36%"…주가 소외에 타오른 주심
이날 주주들은 네이버 주가에 대한 우려를 가감없이 드러냈다.
최수연 대표의 영업보고와 안건 상정 이후 진행된 질의응답에서 한 주주는 "네이버의 영업 실적이나 재무제표를 보면 3년간 꾸준히 성장하고 있고 주주 친화적인 부분도 있어 숫자적으로 보면 전혀 흠잡을 데 없는 좋은 기업이란 생각"이라면서도 "주주 입장에서 봤을 땐 좋은 기업인데 나쁜 주식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네이버는 AI를 표방하면서도 철저한 초강세장이 왔을 때도 주식 가치 면에선 소외 당했다"고 토로했다.
네이버 제27기 주주총회가 진행된 그린팩토리 2층 현장. [사진=채성오기자]
주주총회에 처음 참석했다고 밝힌 또 다른 주주는 "5년 전에 삼성전자·네이버·카카오 고민하다가 다 샀었는데 오늘 -36%인데도 아직 안 팔고 있다"며 "실적도 나오는 데 주가에 대해서는 경영진이 관심이 없는 게 아닌가 싶은데 올해 내부 주가를 어느 정도로 예상하냐"고 직격타를 날렸다.
이에 대해 최 대표는 "제 보상의 대부분이 주식 보상으로 돼 있고 백분위에 따라 결정된다"며 "속 시원히 (예상 주가에 대해) 말씀 못 드려 죄송하지만 당연히 상대적인 주가 상승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당금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왔다. 네이버가 이날 확정한 주당 2630원(2025년도 기준)의 배당에 대해 한 주주는 "이사회 보수 한도를 8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증액할 것이 아니라 보수 한도를 동결하고 배당금을 주당 3000원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최 대표는 "이번 배당의 경우에는 이미 이사회 결의로 확정되고 본 주주총회에서 확정해 주시면 실행을 하되 말씀 주신 취지가 주주 환원 정책을 더욱 강화하라는 말씀으로 알고 있다"며 "저희가 추가적인 자기 주식 매입이나 소각 등을 통해서 (주주 환원 정책을) 강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빅테크 '물량 공세'에 맞설 카드는…'에이전트'와 '소버린 AI'
글로벌 빅테크들이 수십 조원 단위의 자본력을 투입해 데이터 센터를 짓는 상황에서 네이버의 경쟁력이 유효한 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도 제기됐다.
이날 주총장에서 한 주주는 "글로벌 빅테크는 AI 데이터 센터에 카펙스 투자 규모가 100조원 단위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네이버도 소버린 AI 등에 집중하지만 아직 실적은 미비한 것 같다"며 "제미나이나 챗GPT 같은 글로벌 빅테크 기술이 네이버의 서치(검색) 플랫폼을 잠식시킬 수 있다는 시장 우려도 있을 거 같은데 이런 부분은 어떻게 개선할 계획인 지 궁금하다"고 질의했다.
3월23일 그린팩토리 2층에서 네이버 제27기 주주총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네이버]
최 대표는 "최근 시장 흐름을 보면은 아직 AI로 인해 수익을 제대로 창출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기업은 없고 인프라에 대한 거대 투자가 이뤄지면서 인프라·하드웨어 중심 기업들이 더 주목을 받고 있다"며 "다만 과거 기술 모멘텀 때마다 흐름을 보면 결국 AI로 고가치를 내는 소프트웨어나 서비스 회사들이 주목을 받을 것으로 생각되며 그 부분에 강점이 있는 게 네이버"라고 말했다.
이어 최 대표는 "네이버의 AI는 챗GPT처럼 광범위한 질문에 답하는 형태가 아니라 쇼핑·로컬·건강 등 특정 영역에 특화된 에이전트 서비스를 지향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서울대학교 병원의 데이터를 학습해 한국 의료 환경에 최적화된 답변을 내놓는 '헬스 AI 에이전트' 등을 예로 들며 실제 결제와 예약으로 연결되는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수익화를 증명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정학적 리스크 속에서 미국 빅테크의 대안을 찾는 국가들을 겨냥한 '소버린 AI' 전략도 기회 요인으로 꼽았다. 최 대표는 "단순 구축을 넘어 클라우드 기반의 구독 매출이 발생하는 지속 가능한 모델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중동 등지에서 구체적인 사업 기회를 포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두나무 융합·로봇 등 미래 먹거리로 '정면 돌파'
주주들의 관심은 국내 1위 디지털 자산 거래소인 두나무와의 기업 융합 및 신사업에도 쏠렸다. 최 대표는 "현재 관련 법률안 논의에 맞춰 거래 구조를 정비하고 있다"며 "인수가 완료되면 스테이블 코인 및 블록체인 기반의 웹3 금융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3월23일 김희철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주주총회 직후 취재진과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채성오기자]
미래 기술인 로봇 사업에 대한 비전도 공유됐다. 최 대표는 네이버가 하드웨어 제조보다는 로봇의 두뇌 격인 소프트웨어와 운영체제(OS)에 집중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 대규모 주택 단지에서 실내외 배달 로봇 PoC(기술 검증)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우리의 강점인 커머스 사업과 연결해 실질적인 가치를 창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주총에서는 김희철 CFO의 사내이사 선임과 김이배 사외이사(감사위원) 재선임 안건이 통과됐다. 김희철 신임 사내이사는 "과감한 도전과 변화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재무 책임자로서 주주들의 믿음에 보답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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