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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조하현 연세대교수 칼럼] 세계 경제 뒤흔드는 미국·이란 전쟁

세계적인 반도체 호황에 따른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특정 부문 상승세가 주가 전체의 상승을 이끄는 일종의 착시 현상이기도 했다. 경제성장률은 낮은데 증시만 폭발하는 것은 거품일 수 있고 과열된 증시의 거품이 꺼질...

[조하현 연세대교수 칼럼] 세계 경제 뒤흔드는 미국·이란 전쟁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 국제공항 근처 유류 저장고가 지난 16일 이란의 공격을 받았다. 사진=두바이 AP 연합뉴스

미국·이란 전쟁으로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3주 전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 공격을 시작했다. 전격적인 공습을 통해 이란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와 이란 정권 핵심 인사 여러 명을 제거함으로써 전쟁 초기 미국이 큰 성과를 얻었던 것으로 간주됐다. 지난 47년간 이란을 철권 통치하던 알리 하메네이를 미국 47대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제거했다면서 ‘47’이라는 숫자의 상징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미국이 이란을 공격할 때 내세운 명분은 이란의 핵 개발 능력 제거 및 독재 정부 전복이다. 지난해 6월 ‘12일 전쟁’으로 미국·이스라엘이 이란의 핵 관련 시설을 공격한 적이 있었지만 이번에 다시 대규모 공습에 나선 것이다. 전쟁 초반에는 미국·이스라엘의 압도적인 군사력에 이란이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상하이 조약 기구 멤버인 중국과 러시아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그러나 미국이 기대했던 이란 국민의 반정부 봉기는 현실화되지 못했다. 우선 미국의 공격 직후 이란 군부는 반정부 시위를 반역 행위로 간주해 엄격히 처벌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게다가 미국과 이스라엘이 힘을 합쳐 이란을 공격했으므로 적대적인 외국 침략에 대한 이란 국민의 심리적 저항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격을 받은 이란도 반격을 시작했고 그에 따라 국제 유가가 70달러에서 120달러로 폭등했으며 전 세계 주가가 폭락했다. 우리나라는 주가 폭락이 더 컸고 달러 환율이 급등했다. 이란은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중동에 있는 미군 기지도 공격했고, 특히 아랍에리미트(UAE)와 바레인을 집중 공격했다. 특히 세계적인 관광, 금융 중심지인 두바이를 공격하면서 걸프 6개국 경제 전체를 뒤흔들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 배경에는 ‘아브라함 협정’이 있다. 2020년 9월 당시 미국 대통령 트럼프의 중재로 UAE와 바레인이 이스라엘과 평화 조약을 맺었는데 이란은 이를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는 배신 행위로 간주했다. 게다가 UAE와 바레인에는 중동 국가 중에서도 미군 기지가 많다. 종교적으로도 이란은 ‘시아파’인 반면 다른 많은 중동 국가는 ‘수니파’라서 예멘 반군 사건 등에서 계속 대립하는 측면이 있었다. 따라서 이란이 이번 기회를 통해 화풀이하듯 해당 국가들을 공격한 것으로 보인다.

하메네이 사망 후 이란의 지도자를 선출하는데 다소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알리 하메나이의 아들 모즈타바 하메나이를 차기 지도자로 발표했다. 그러나 모즈타바가 공개 석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사망설도 제기됐다. 생존해 있더라도 상당히 부상을 입은 상태이며 살해 위협 때문에 은둔하는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이스라엘은 모즈타바를 끝까지 추적해 제거하겠다고 발표했다.

모즈타바는 지난 13일 이란 국영 방송 앵커가 대독한 연설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지속할 것이며 순교자들에 대한 강력한 복수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자 국제 유가는 120달러로 급등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전 세계로 수송되는 원유의 비중이 무려 20%이기 때문에 만약 그 해협이 실제로 봉쇄된다면 ‘제3차 석유 파동’이 일어나게 된다. 그 경우 유가가 200달러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전쟁 종료에 대해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 기회에 이란을 철저하게 파괴하려 하지만, 미국은 유가 급등 부담에 출구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이란 군사력 궤멸이 아닌 군사력 약화로 목표를 바꾸는 것 같다. 문제의 완전 해결보다 상황이 나빠지지 않도록 관리를 하겠다는 ‘잔디 깎기 전략’이다.

그러다 지난 11일에는 미국 백악관이 “이란 전쟁은 사실상 완료 단계이며 이란의 항복 선언이 없어도 된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은 해군, 공군, 통신망이 모두 파괴됐고 미국은 목표를 거의 달성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란은 “절대 항복하지 않고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미국·이란 전쟁의 최대 피해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은 이란으로부터 상당한 석유를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대 이득 국가는 러시아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는 석유 판매 제재로 인해 원유를 낮은 가격에 판매해 왔지만, 최근 국제 유가가 크게 상승하면서 이득을 보게 됐다. 심지어 최근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 제재를 한시적으로 해제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번 전쟁에 대한 트럼프의 성적표에는 긍정과 부정적인 측면이 동시에 존재한다. 미국 보수층을 집결시키는 것은 성공했지만 무리한 전쟁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실제로 전쟁에 대한 찬성 비율은 공화당 지지자들의 경우에는 무려 70%에 이르렀지만 미국 국민 전체로 보면 40%에 불과했다. 미국 의회도 전쟁 이유가 불분명하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더욱이 향후 유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이 더 체감이 되면 지지층의 찬성률마저 하락할 것이다.

국제 유가가 급등하자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회원국들의 전략비축유를 방출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그 조치가 국제 유가를 낮출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 그렇지 못했다. 방출 대상인 비축유는 약 4억 배럴이었고 전 세계 소비량의 이틀 분에 불과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일일 석유량이 약 2000만 배럴이므로 비축유는 약 20일 통과분에 해당한다. 이미 전쟁이 시작된 지 3주가 지났고 마무리하는데 4~6주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전략비축유 방출은 큰 효과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란 전쟁 전에 한국 코스피의 최고점은 6000을 지나 7000을 뚫을 기세였지만 지금은 5500 부근에 머무르고 있다. 사실 그동안 우리나라 증시는 과열 상태였다. 세계적인 반도체 호황에 따른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특정 부문 상승세가 주가 전체의 상승을 이끄는 일종의 착시 현상이기도 했다. 경제성장률은 낮은데 증시만 폭발하는 것은 거품일 수 있고 과열된 증시의 거품이 꺼질 수 있음을 경험한 적도 많다.

여기서 얻게 되는 중요한 교훈은 돈을 빌려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의 위험이다. 주가 하락기에 들어서면 반대 매매에 의해 주가가 더 하락하게 되므로 이른바 ‘깡통 계좌’가 될 수 있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여유 자금을 이용해야 가격 하락 시기를 버텨낼 수 있다.

한편 우리나라 정부는 유가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최고가격제’를 시작했다. 30여 년 만에 재등장한 최고가격제는 공급 감소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크지만 당장 기름값을 억제하려는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앞으로 유류세 인하 등 다각적인 대책이 필요할 수 있다.

원유 가격 상승은 세계 경제에 고통을 준다. 경기 침체와 아울러 물가가 상승하면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더구나 미국 대법원에 의해 상호관세가 취소 판결을 받은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기본관세 10%를 부과하면서 무역법 301조 등을 동원해 추가 관세를 부과하려 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한국, 일본, 중국, 유럽연합(EU) 등 미국에 대한 무역수지 흑자 국가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시작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가 적절히 대응해 추가 관세의 수준이 높지 않도록 협상을 잘 진행하기를 바란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미국에 저항하는 이란 정부의 전략은 ‘양날의 검’이다. 해협 봉쇄를 통해 국제 유가를 급등시켜 트럼프를 굴복시키려 하지만, 세계 경제를 인질로 삼는 행동은 미국의 강력한 공격에 대해 정당성을 부과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조기에 전쟁을 끝내려고 출구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이란이 주장하는 전쟁 배상금 지급, 중동 미군 기지 철수 등을 미국이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므로 이번 전쟁이 빠르게 끝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 정부와 국민이 합심해 고유가 시대를 현명하게 버텨나가기를 희망한다.

조하현 연세대 교수 weeklyhk@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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