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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조하현 교수 칼럼] 미국·이란 전쟁의 후폭풍과 한국 경제 대응

반면 이번 전쟁으로 미국이 얻은 것은 인공지능(AI)에 기반한 현대적 전쟁 경험이다. 이 경험으로 미국은 향후 남중국해 분쟁, 대만 전쟁 등에서 중국보다 상당히 유리할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나라 역시 다양한 분야에서...

[조하현 교수 칼럼] 미국·이란 전쟁의 후폭풍과 한국 경제 대응

J.D. 밴스 미국 부통령(오른쪽)이 지난 12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미국·이란 협상 직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AFP 연합뉴스

미국·이란 전쟁이 한 달을 넘기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동안 미국은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 군사 시설을 전면적으로 타격해 상당한 피해를 입혔다. 반면 이란은 아랍에리미트(UAE),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 왕정 국가들의 석유 생산 시설을 공격했다. 그 여파로 국제 유가가 급등했고, 많은 나라들의 주가가 하락하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전쟁 발발 이후 최근에 세 가지의 큰 변화가 있었다. 첫째,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했다. 과거 중동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란이 해협 봉쇄를 위협한 적이 있었기에 세계는 설마 하는 심정으로 지켜봤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란 의회의 결정에 의해 해협을 봉쇄한다고 발표했고 실제로 실행해 세계를 경악시켰다. 현재 무려 2000여 척 선박이 해협 안에 갇혀있고 우리나라 배도 26척에 이른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전 세계로 수송되는 원유 비중이 무려 20%이기 때문에 해협 봉쇄는 세계 경제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친다. 국제 에너지 전문가들은 만약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하면 1970년대 발생했던 1차 석유 파동과 2차 석유 파동의 효과를 합친 것보다 훨씬 더 큰 ‘제3차 석유 파동’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악의 경우 국제 유가가 무려 200달러(약 30만원)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 국가들이 생산한 원유, 나프타를 수출하는 핵심 통로이므로 해협 봉쇄 조치 발표는 유가를 단번에 120달러(약 18만원) 수준까지 급등시켰다. 설상가상으로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면 선박당 200만 달러(약 3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봉쇄 이전 해협 통과 유조선이 하루에 약 140척이었으므로, 그 기준으로 본다면 이란은 무려 연간 1000억 달러(약 150조원)의 재정 수입을 얻을 수 있다. 이는 이란 국내총생산(GDP)의 20~25%에 이른다고 이란 관영 통신이 발표한 바 있다.

둘째, 미국과 이란이 2주간 휴전하기로 하고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협상을 진행했다. 미국 측에서 J.D. 밴스 부통령과 300여 명이, 이란 측에서 의회 의장과 40여 명이 함께 회담장에 도착한 것은 협상의 중요성을 부각했다. 그러나 단 하루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회담은 결렬됐다. 미국과 이란은 회담 결렬의 책임이 상대 국가에 있다고 서로 비난했다. 회담 주제였던 이란 핵 문제, 호르무즈 해협 문제, 전쟁 배상급 지급 이슈 등에 대해 양국의 견해 차이가 컸으므로 애초부터 회담에 대해 비관적인 분위기였다.

가장 중요한 이슈는 440㎏에 이르는 이란의 60% 농축우라늄 폐기 또는 반출 문제다. 불과 몇 개월 뒤 90% 농축이 되면 핵무기 10여 개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므로 미국과 이스라엘에는 극히 민감한 문제다. 반면 이란은 핵 물질을 평화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보장받아야 한다며 우라늄 폐기 반출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최근 해외 언론에 의하면 미국의 핵 물질 농축 제한 20년 방안과 이란의 5년 제안이 충돌하고 있다. 2015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시의 협정(JCPOA) 결과였던 15년보다 유예 기간이 길어지게 만들려는 것이다. 이란은 기존 60% 농축 우라늄을 희석시켜 저농축 우라늄을 자국에 보관하겠다고 주장했다. 어떤 형식으로 합의에 이를지는 미지수지만 결국 핵심은 핵 사찰의 허용 여부다.

한편, 이란 강경파와 온건파 대립도 문제가 되고 있다. 알리 하메나이 사망 이후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모즈타바 하메나이가 공개 석상에 일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으며, 심지어 우리나라 49제에 해당하는 40일 추모식에 불참하면서 사망설이 더 힘을 얻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혁명수비대 강경파가 의회 온건파를 사실상 압도하는 것 아닌가라는 의심이 되고 있다. 만약 실제로 그렇다면 미국과의 협상에 난관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

셋째, 회담 결렬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을 역(逆)봉쇄한다고 발표하고 군함을 배치해 실제로 실행에 옮겼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해 국제 유가 상승으로 미국과 우방 국가들을 괴롭히자, 미국이 해협을 역봉쇄한 것이다. 그 목적은 이란이 해협을 통해 석유를 수출하는 것을 막아 전쟁 비용 조달을 억제하는 동시에 생필품 수입을 차단해 이란 국민들에게 고통을 주겠다는 것이다.

또 이란으로부터 막대한 원유를 수입하는 중국을 압박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에 대해 후티 반군은 홍해 해협을 봉쇄해 석유 수송을 저지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만약 실제로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 해협이 동시에 봉쇄되면 전 세계 석유 유통로의 핵심이 막히게 되며 국제 유가는 천정부지로 급등하게 될 것이다.

이는 실로 놀라운 상황이다. 전투기, 미사일 등 무기로 공격하며 진행하던 ‘군사 전쟁’이 해협 봉쇄 및 역봉쇄를 통한 국제 유가 상승, 생필품 보급 차단 등 ‘경제 전쟁’으로 변화한 것이다. 역사적으로 대부분 전쟁이 경제적 이유로 시작됐고 경제적인 효과로 귀결된 경우는 수없이 많았지만 경제 자체를 무기로 전쟁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라 할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대한 미국의 역봉쇄는 장기적으로 볼 때 국제적으로 미국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세계 경제를 인질로 삼았던 이란의 행동에 대해 미국이 강력한 조치를 취한 것에 대해 어느 정도 정당성을 부과하기 때문이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이 조기에 끝나기를 바란다. 이란 역시 심각한 산업 시설 파괴, 경제난으로 국민들이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이란과 미국의 의견 차이가 너무 커 이번 전쟁이 빠르게 종결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음달 중순의 미국·중국 정상회담에서 이란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마련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전쟁으로 미국, 이란을 제외하고 가장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나라는 중동 국가들이다. 걸프 왕정 국가 6개국, 특히 UAE 피해는 막대하다. 우선 석유 관련 등 기반 시설 파괴를 당했다. 더 심각한 것은 세계적인 금융, 관광 허브로 운영되던 두바이에 대한 안전 리스크가 급증해 수많은 외국인 근로자, 관광객들이 이탈했다.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야심차게 준비하던 네옴시티 계획에도 큰 차질이 생겼다.

이렇게 전쟁 양상이 변화하며 진행됨에 따라 세계는 극심한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후진국과 비산유국의 고통이 더 크지만, 선진국과 산유국도 마찬가지로 힘든 상황이다. 한마디로 전 세계 국민이 고유가와 에너지 대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전쟁의 정당성에 대한 의회의 비판과 휘발유 가격 상승에 따른 중산층들의 불만이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 이에 전쟁 지지율도 초반 40%에서 최근에는 30%로 하락했다.

게다가 미국의 정책 기밀성, 신뢰성이 의심받고 있다. 전쟁이 진행되는 중에 막대한 규모 선물 거래가 진행됐고, 전쟁 관련 도박 사이트 베팅 등으로 핵심 정보가 사전 유출된 것이라는 의심이 제기됐다. 최근 백악관은 직원들에게 경고성 메일을 발송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 언행 자체도 여러 차례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이란에 대한 ‘문명 말살’ 발언으로 인해 미국 내 일각에서는 수정헌법 25조 발동에 의한 대통령 권한 정지 주장이 제기될 정도다. 그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과 바티칸 교황 사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설전은 14세기 중세 시대의 ‘아비뇽 유수’ 사건을 떠올리게 만든다. 이번 사태로 인해 그동안 친밀한 관계였던 이탈리아 대통령조차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기에 이르렀다.

이번 전쟁으로 인한 미국의 손익은 무엇일까? 막대한 전쟁 비용 및 최첨단 전투기 추락으로 인한 체면 손상도 있지만, 가장 큰 손실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들과의 불화다. 프랑스, 스페인은 그렇다 치더라도 전통적인 맹방이던 영국과 관계가 소원해졌다. 그 와중에 시진핑 중국 주석은 최근 중국을 방문한 산체스 스페인 총리에게 ‘국제법 준수’를 강조하며 중국과 나토가 협력해 유럽을 방어하자는 방식의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NATO 분열 조짐이 시작된 것이다. 반면 이번 전쟁으로 미국이 얻은 것은 인공지능(AI)에 기반한 현대적 전쟁 경험이다. 이 경험으로 미국은 향후 남중국해 분쟁, 대만 전쟁 등에서 중국보다 상당히 유리할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나라 역시 다양한 분야에서 미국·이란 전쟁의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우선 기름값 상승과 나프타 공급 부족에 따른 석유화학 제품 전반의 가격 상승, 품귀 문제가 나타났다. 농업용 비료 부족으로 농가에서 아직 파종을 못하고 있으며, 식품 포장재 부족으로 식당과 유통 마트의 고충이 시작됐다. 쓰레기 봉투 품절을 우려한 일부 사재기도 등장했다. 선박용 기름값 상승으로 어선 출항이 감소했다. 항공 산업은 직격탄을 맞아 코로나19 사태보다 더 힘든 시기를 마주하고 있다. 항공유 가격 급등으로 인한 원가 상승과 유류 할증료 상승에 따른 여행 수요 감소로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일부 항공사는 6개월 무급 휴직제를 시행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장 체감하고 우려하는 것은 기름값 상승이다. 현재까지는 최고가격제를 통해 소비자 가격 상승을 누르고 있지만, 이 정책을 지속할 수는 없다. 이른바 가격의 신호 기능이 억제돼 에너지 소비의 감소를 유도하지 못하며, 최고가격제에 의한 정유사 손실 보전은 결국 국가의 재정 부담이 된다. 또 최고가격제의 역진성도 문제다. 예를 들어 대형 승용차가 소형 승용차보다 상대적으로 더 이득을 보는 구조다. 그러나 국민 여론 악화를 막기 위해 현 정부는 최고가격제를 아마 오는 6월 지방선거까지는 유지할 것이다.

산업용 전기료는 이미 인상됐고 가정용 요금에 대한 정부와 한국전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날씨를 보면, 올해 여름이 이미 시작됐고, 특히 이번 여름은 고온다습 기후가 예상됨에 따라 에어컨 사용 및 요금이 폭등하게 될 것이다. 고유가 피해 국민 지원금이 이미 시작되고 있지만, 그 역시 재정 적자 우려가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세계 경제성장률 둔화를 이미 경고했고, 그에 따라 미국 월가에서는 금리 하락 가능성도 조금씩 제기되고 있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경기부양 vs 인플레이션 억제’라는 정책 목표의 우선순위를 결정해야 한다. 이에 금리 하락 또는 인상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거의 1500원대에 근접한 환율 급등도 국내 인플레를 일으키는 큰 부담이기 때문에 금리를 당장 인하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번 전쟁이 우리나라에 주는 이점도 있다. 중동 국가들의 천궁 미사일 주문 증가 등 방위 산업에 호재가 있고, 중동 산유국들이 안전한 유류 저장 시설 후보지로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전쟁 이후 중동 재건 사업에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최근 SNS를 통한 이스라엘 전쟁 범죄 비난 및 이스라엘 반박 사태는 우리나라에게 전혀 도움되지 않는다. 이스라엘을 비난하려면 반정부 시위 국민 수천명을 죽인 이란 정부도 함께 비판해야 균형에 맞다. 게다가 유대계와 각을 세우는 것이 국익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러·일 전쟁에서 전 세계 예상을 뒤엎고 일본이 승리하게 된 이유가 여럿 있는데, 그 중 큰 요인에 일본의 전쟁 채권을 사주면서 막대한 자금 지원을 제공한 유대계 금융 거부들이 있었다. 그 당시 러시아가 자국 유대인들을 핍박하는데 대한 댓가를 치르게 만든 것이다. 현재도 미국의 정치, 금융계를 지배하는 세력이 유대계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앞으로 우리나라 대통령이 외국에 대해 언급할 때는 개인적인 SNS가 아니라 공식적인 외교부 채널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번 전쟁 이후 미국의 다음 타깃은 쿠바가 될 것이다. 그리고 미국은 이란 전쟁에 쏟아 부은 막대한 전쟁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동맹국 등 타국에 관세, 대미 직접 투자, 국방비 증액 요구 등 다양한 방법으로 압박을 증가시킬 것이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태풍이 지나가도 그 뒤로 몰아치는 폭풍우에 직면하게 되는 형국이다. 계속 밀려오는 거친 삼각파도에 대응해 조각배를 어떻게 항해시킬지에 대해 정부의 처절한 노력과 국민의 협력이 필요하다. 최고가격제, 임시 지원금 등 단기적 대책뿐 아니라 석유, 나프타, 가스 수입선 다변화 등 중장기 대책이 필요하다. 급선무로 국민의 협조가 필요한 것은 에너지 절약이다.

조하현 지속가능경제 연구소장 weeklyhk@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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