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불립(無信不立)
사람에게 믿음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
無 : 없을 무, 信 : 믿을 신, 不 : 아닐 불, 立 : 설 립
▲ 조원기 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 청주지회장
△ 오는 7월 17일은 제헌절이다. 법에 성립 및 집행은 신뢰로부터 시작된다. 논어에 나오는 말로 신뢰는 모두가 지켜야 할 마지막 덕목(德目)이다. 개인도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조직인 회사는 고객의 신뢰, 직원의 신뢰, 주주의 신뢰, 협력 업체의 신뢰가 있어야 지탱할 수 있다. 어느 한쪽이라도 믿음이 무너지면 존립이 흔들리게 마련이다. 공자는 제자인 자공의 정사에 대한 대화에서 나라를 다스리는데 중요한 것은 세 가지인데, 첫째는 먹는 것(경제-經濟), 둘째는 자위력(군대-軍隊), 셋째는 백성들의 신뢰(민신-民信)라고 말하였다.
△공자가 말하는 경제, 국방, 사회적 신뢰는 요즈음 정치에서도 빠질 수 없는 조건이다. 자공 “그 중 부득이 하나를 뺀다면 어떤 것을 빼야 할까요”라고 묻자, 공자는 군대를 먼저 빼라고 하였다.(거병-去兵) 다시 “또 하나를 부득이 빼야 한다면 어떤 것을 빼야 합니까”하니 공자는 경제를 빼라고 한다.(거식-去食) 그리고 그 이유를 “옛날부터 사람은 어떤 방식이든 죽어왔다. 그러나 백성들의 신뢰가 없다면 조직의 존립은 불가능한 것이다”라고 하였다.
△인류의 역사는 결국 죽음으로 이어져 왔던 것이다. 배가 고파서 죽고, 힘이 없어서 죽고, 자연재해가 일어나서 죽는 것은 인류가 당면한 문제였다. 그래도 한 조직이 마지막까지 존립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신뢰인 것이다. 국가에 대한 백성들의 신뢰, 리더에 대한 조직원들의 신뢰는 마지막까지 그 조직이 존립할 수 있는 기반인 것이다.(民無信不立)
△모든 기업들의 저평가는 신뢰의 부족에 있다. 기업의 사회적 신뢰는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국가 역시 마찬가지다. 신뢰를 잃어버린 국가는 국제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나아가 국민들에게도 더 이상 환대받지 못한다. 개인도 마찬가지이다. 비록 망하여 돈이 없고, 힘이 없어 지더라도 신뢰만 살아있다면 다시 재기할 수 있는 것이다. 정치가도 여기에 예외는 아니다. 비록 선거에서 패했다 하더라도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어버리지 않았다면 언제인가는 다시 정치 일선에 나갈 수 있으나 부정과 거짓, 남을 모함, 음해하고 순간만 모면하려고 하는 사람은 정치권에서 살아남을 수 없고, 또 영원히 퇴출되어야 나라가 안정되고 국민이 믿을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은 네 가지 덕성(德性)의 함양이다. 믿음이 없는 곳에서 나라가 유지될 수 없고, 믿음이 없는 곳에서 사회가 발전할 수 없고, 믿음이 없는 곳에 기업이 번성할 수 없고, 믿음이 없는 곳에서 인간관계가 자리매김할 수 없다. 이 사지론(四枝論)의 네 가지를 일컬어 된발음으로 ‘싸가지라고 하며, 우리가 지향하는 인간의 목표에 한참 미달하는 것을 일컬어 ’싸가지 없다‘고 한다.
△ 무신불립은 엄숙한 유가 처세에 밝은 도가의 경전에 등장하는 언사였다. 그러나 실제 중국인의 삶은 정신세계는 가짜와 위조, 조작 등 부정적인 현실이 늘 빚어지는 나라였다. 중국에는 오래 전해지는 속언이 있다.
“한사람이 절간에 들어가지 않는다(일인부진묘 一人不進廟)“. 즉 혼자 호젓한 산사에 들렸다가 산적 등에게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행이 두 사람일 때는 함께 우물을 들여다보지 않는다(이인부간정 二人不看井)“. 즉 사람 하나가 다른 한 사람을 우물에 밀어 넣을 수 있다는 경고이다.
”셋이서 함께 나무를 들지 말라(삼인부대수 三人不擡樹)“. 즉 셋 중 하나는 힘을 쓰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래서 일행 사이에는 갈등과 균열이 생긴다는 뜻이다.
또 마지막 이야기는 ”혼자 난간에 기대지 말라(독자막빙란 獨自莫憑欄)“. 부실한 난간에 기대려다가 높은 곳에서 떨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 모두가 상대의 호의를 함부로 믿지 말라는 권유인 것이다. 심각한 불신과 의심, 반목이 느껴지는 속언이다. 타인을 함부로 믿다가는 인생을 망쳐버릴 수 있다는 경계감이 아주 짙다.
더 끔찍한 말도 있다. 중국의 도굴꾼 이야기인데, 아비와 자식이 도굴에 나섰을 때는 앞뒤를 잘 가려야 한다. 도굴을 마치고 무덤을 나올 때는 반드시 아버지가 앞장을 서는 게 중국 도굴꾼 세계의 불문율이라고 한다. 아버지는 자식을 땅에 묻지 않지만 보물에 눈이 먼 아들은 아비를 끌어 올리지 않아 죽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한문에 나오는 공맹(孔孟)의 격언(格言)만으로 중국을 볼 때가 있으나 중국이라는 나라의 정신세계도 복잡함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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