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국지색(傾國之色)
나라를 좌지우지하는 여인
傾 : 기울어질 경, 國 : 나라 국, 之 : 갈 지, 色 : 빛 색
▲조원기 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 청주지회장
△'경국'이란 말은 한서(漢書) 이부인전(李夫人傳)에 나오는 이야기로 '원래 나라를 위태롭게 한다'는 뜻으로 사기(史記)의 항우본기에 나온다. 한나라 유방과 항우가 패권을 다툴 때였다. 당시 유방의 부모와 부인이 항우에게 사로잡힌 적이 있었다. 그 때 후공(候公)이라는 언변이 뛰어난 선비가 항우를 설득하여 이들을 풀어주었는데, 이를 보고 유방이 감탄하여 “후공은 천하의 변사다. 그가 있는 곳은 나라를 기울게 한다(傾國)”라고 하면서 경국 즉 나라를 위태롭게 한다는 뜻으로 사용됐다. 이후 경국이 미인을 일컫는 말로 쓰여진 예는 아주 많아서 이백의 청평조(淸平調), 백거이의 장한가(長恨歌), 이연년의 시에서 나온다.
△이연년은 한무제 때 협률도위(協律都尉-음악을 맡은 관리)로 음악에 재능이 뛰어나 노래는 물론 편곡이나 작곡도 잘하고 춤도 잘 추어 무제의 총애를 듬뿍 받고 있었다. 하루는 춤을 추며 노래를 불렀다.
“북방의 아름다운 여인이 있어. 둘도 없이 우뚝 섯네. 눈길 한 번에 성이 기울고 눈길 두 번에 나라가 기운다. 성을 기울이고 나라를 기울게 함을 어찌하리요(영불지경성여경국 寧不知傾城與傾國) 아름다운 여인은 다시 얻기 어렵구나(가인난재득 佳人難再得)”
한무제는 이 노랫소리를 듣고 과연 이러한 여인이 있는지 물었다. 이때 곁에 있던 누이 평양 공주는 이연년의 누이 동생이 바로 그러한 미인이라고 귓속말을 했다. 한무제는 즉시 그녀를 불러 들였는데, 매우 아름다웠다. 한무제는 한눈에 그녀의 아름다움에 빠져들게 되었는데 바로 한서에 기록된 이부인이다. 그때부터 경국지색은 정세의 미인을 가르키는 말로 임금이 혹하여 나라가 기울어져도 모를 정도의 미인이라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경국지색의 대표적인 여인은 당나라의 양귀비가 있었다. 당나라 현종이 아들의 비빈인 양씨를 귀비로 삼아(양귀비-楊貴妃) 총애하여 유연(遊宴)을 즐겨 주지육림(酒池肉林)에 빠져 국정을 살피지 않아 안록산의 난으로 당나라가 망하게 되었다. 이때 백거이가 장한가를 지어 이를 거론하였다. 시는 다음과 같다.
한황중색사경국(漢皇重色思傾國 : 한황이 색을 중히 여겨 경국 미인을 생각했으나) 어우다년구부득(篽宇多年求不得 : 그의 치세 여러 해에 걸쳐 구하되 얻지 못하였도다) 양가유녀초장생(楊家有女初長生 : 그 때 양씨 집에 겨우 장성한 딸이 있었는데) 양재심규인미식(養在深閨人未識 : 깊은 규중에서 자라 사람들이 아직 알지 못하더라) 천생여질난자기(天生麗質難自棄 : 타고난 아름다움은 버려지기 어려워) 일조선재군왕측(一朝選在君王側 : 하루아침에 선택되어 군왕 곁에 올랐도다) 회두일소백미생(回頭一笑百媚生 : 머리 돌려 한번 웃으면 온갖 미태가 생기니) 육궁분대무안색(六宮粉黛無顔色 : 여섯 후궁의 아름다운 여자가 무색했도다)
※ 분대(粉黛) : 분을 바른 얼굴과 먹으로 그린 눈썹 즉 아름다운 여인을 뜻함.
△ 중국의 4대 미인은 서시(西施), 초선(貂蟬), 양귀비(楊貴妃), 왕소군(王昭君)이라고 하는데, 이 중 왕소군은 전한의 원제 때 흉노족을 달래기 위하여 희생되었고, 나머지 셋은 말 그대로 경국지색이었다. 우리나라도 조선시대 왕비들의 섭정 및 암투, 조선말의 왕비들의 발호, 현대 정치권에서의 여인들의 행태를 음미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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