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출처= EBN]
올해 1분기 기업공개(IPO) 시장이 예상보다 조용히 막을 내렸다. 투자심리는 시장과 체급에 따라 극명하게 엇갈렸다.
코스닥 지수 대비 코스피 지수가 더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며 대형주 중심의 강세장이 연출됐지만, 정작 신규 상장 종목의 성적표는 코스닥 중소형주가 코스피 대어를 압도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분기 국내 증시에 입성한 신규 공모주(스팩·코넥스 제외)는 총 9개, 전체 공모 규모는 772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23개사가 1조8430억원을 조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IPO 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이 절반 이하로 쪼그라들며 크게 위축된 셈이다.
◆10조원 몰렸지만 상장 후 뚝…코스피 대어의 굴욕
시장별로 보면 코스피 상장사는 1곳에 불과했고, 나머지 8곳은 모두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유일한 코스피 상장사는 조 단위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케이뱅크였다. 케이뱅크는 1분기 전체 공모 규모의 64.5%를 차지하며 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통상적으로 공모주 시장에서 대어급 상장은 희소성이 부각되며 투자자들의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케이뱅크 역시 올해 첫 코스피 대어 IPO로 주목받으며 일반 청약 증거금으로 약 10조원을 끌어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상장 이후 실제 시장에서의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케이뱅크는 기관 수요예측 단계부터 불거진 고평가 논란 속에서 최종 공모가를 희망 범위 최하단인 8300원에 확정했다. 이후 주가 흐름도 부진을 거듭하며 지난달 31일 기준 5970원에 마감해 공모가 대비 28.07%나 하락한 상태다.
반면 코스닥에 상장한 8개 중소형주는 모두 기관 수요예측에서 최종 공모가를 희망 범위 최상단으로 확정하며 흥행 릴레이를 펼쳤다. 특히 리센스메디컬, 에스팀, 한패스, 메쥬, 액스비스 5곳은 기관 수요예측에서 네 자릿수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에서도 134.6대 1에 그친 케이뱅크와 달리, 코스닥 상장사 8곳은 모두 네 자릿수 경쟁률을 달성했다.
상장 이후 수익률 측면에서도 코스닥 중소형주의 강세가 뚜렷했다. 지난달 9일 상장한 전자 응용 절삭기계 제조업체 액스비스는 공모가 1만1500원에서 출발해 지난달 31일 2만6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126.09%의 폭발적인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달 20일 상장한 기초 의약물질 제조업체 아이엠바이오로직스 역시 공모가 2만6000원 대비 112.69% 오른 5만5300원을 기록했다. 카나프테라퓨틱스와 메쥬 등도 각각 공모가 대비 85.5%, 78.94% 상승하며 견조한 우상향 흐름을 유지 중이다.
제미나이 생성이미지. [출처= 구글]
◆지수는 코스피가 앞섰는데…투심 엇갈린 까닭은
올해 1분기 코스피 지수는 19.89% 상승해 코스닥 지수(13.71%) 상승률을 상회했다. 코스피 전반의 투자심리가 더 양호했음에도 케이뱅크가 그 수혜를 누리지 못한 데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우선 코스피 시장의 상승세가 반도체, 방산, 조선, 건설 등 특정 주도 섹터에 쏠려 있었다. 실제로 케이뱅크가 속한 코스피 금융지수는 1분기 15%대 상승에 그쳐 코스피 전체 상승률을 밑돌았다. 여기에 케이뱅크 자체의 펀더멘털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도 투심 악화에 한몫했다.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 예치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수익 구조 탓에 중동 전쟁 발발 등 대내외 거시 경제 불안이 실적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반면 코스닥 시장은 정부의 벤처 생태계 육성 의지가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정부가 국가전략산업과 혁신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기 위해 코스닥 시장을 활성화하려는 정책들을 추진하면서, 성장성이 입증된 기술주 위주로 선별적인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서는 앞으로도 IPO 시장이 무조건적인 '대어 쏠림' 현상에서 벗어나, 기업의 내실과 성장성을 따지는 선별적인 장세로 재편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이 자본시장 피로도를 높이는 원인으로 지목됐던 '모·자회사 간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등 규제의 고삐를 죄고 있어 대기업 계열사의 쪼개기 상장 시도는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중복상장 규제 등 정부의 정책 변화와 투자자들의 학습 효과가 맞물리면서 IPO 시장이 양적 확대에서 질적 선별 중심의 시장으로 고도화되는 과도기에 있다"며 "시중 자금이 이름값보다는 혁신 기술을 갖춘 벤처 생태계로 흘러 들어가는 모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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