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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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조경 박광윤 기자] 인공지능(AI)이 조경 실무에도 이미 깊숙이 들어와 있음을 확인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조경협회는 지난 4월 16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인공지능(AI)의 조경실무 시즌2’를 주제로 올해 첫 ‘월간 조경기술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이미지 생성 수준을 넘어 데이터 정리, 현장 모니터링 자동분류, 설계·법규 검토·제안서 작성 지원 도구 개발 사례가 소개되며 AI 활용 폭이 빠르게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날 행사는 한국조경협회 법정책분과 주관으로, 도화엔지니어링, 선진엔지니어링, 안산조경개발이 후원했으며 강정대 법정책분과 관계자의 사회로 진행됐다.
강정대 위원장은 “작년 이맘때 ‘인공지능의 조경 실무’ 세미나를 개최했는데, 오늘은 시즌2로 현재 현업에서 인공지능이 어떤 식으로 적용되고 있는지 두 개 업체와 교수님의 말씀을 듣는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남은희 한국조경협회 회장은 인사말에서 “횟수를 거듭할수록 더 많은 분들이 오시는 것 같다”며 조경기술 세미나에 대한 높은 관심에 감사를 표하고, “좋은 내용을 열심히 들으시고 인사이트를 가져가시기를 바라겠다”고 말했다. 또 이번 강연 내용이 현업의 축적된 노하우를 담고 있어 “공개적으로 유튜브에 공개를 할 수 없는 점을 진심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남은희 한국조경협회 회장
사진은 좌측부터 박서현 상명대학교 학생과 강한민 안산조경개발 기업부설연구소장
강한민
·박서현 “생태복원 사진 1만 장, AI가 가려내는 실험”
첫 발표에서는 강한민 안산조경개발 기업부설연구소장과 박서현 상명대학교 학생이 ▲식물 분류 데이터의 영문 목·과·속 정리와 문서 대조 자동화 ▲생태복원 현장 카메라 트랩 이미지의 자동 분류 실험 등 두 가지 AI 활용 사례를 중심으로 발표했다. 박서현 학생은 상명대에서 생성형 AI 기반 교육 과정을 수강한 뒤 안산조경개발에서 인턴십을 하게 됐고, 강 소장과 학교에서 익힌 AI 활용 역량을 실제 조경 실무에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지 함께 실험한 과정을 이번 발표를 통해 소개했다.
이들이 먼저 소개한 사례는 AI를 활용한 생태복원 식물 자료 정리 작업이었다. 당시 회사가 정리하던 파일에는 생태복원 대상지에 들어가는 식물 리스트가 담겨 있었는데, 일부 항목의 영문 분류명이 비어 있었다. 이들은 생성형 AI를 활용해 식물명에 맞는 영문 목·과·속 정보를 먼저 채운 뒤, 별도로 정리해 둔 한글 문서를 PDF로 바꿔 기존 엑셀 자료와 대조하고, 두 문서에 공통으로 들어 있는 수종을 다시 표시하는 방식으로 자료를 정리했다. 박서현 학생은 생성형 AI에 참고 사이트를 제시한 뒤 여러 차례 프롬프트를 수정하며 잘못 입력된 속명과 종소명을 바로잡았고, 최종적으로 필요한 데이터를 정리했다. 강한민 소장은 첫 결과가 “10분 만에 나왔다”며 이후 잘못 들어간 속명과 종소명을 다시 확인하고, 문서 대조를 거치면서 반나절만에 보완됐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사례는 생태복원 사업 대상지의 동작감시 카메라 사진을 자동 분류하는 실험이었다. 발표에 따르면 현장에서는 한 번에 1만 장에서 1만5000장 가량의 사진이 쌓이고, 기존에는 직원들이 이를 일일이 확인하며 너구리나 고라니 같은 동물 종류와 쓰레기, 빈 장면 등을 수동으로 가려내야 했다. 강한민 소장은 이 작업에만 3명이 약 3일을 투입된다고 설명했다.
발표팀은 먼저 클로드를 활용해 사진을 동물, 사람, 쓰레기, 오염, 빈 장면 등으로 나누는 파이썬 스크립트를 만드는 데서 출발했다. 다만 클로드가 제안한 API 방식은 무료 서비스만으로 활용하기에 한계가 있어, 이후 OpenCV 기반 코드로 방향을 틀어 사진을 자동 분류하고 결과를 폴더별로 정리하는 기능을 구현했다. 처리 상황을 GUI 창으로 띄우고, 어떤 영역을 근거로 인식했는지를 박스로 표시하는 기능도 추가했다.
그러나 이 단계에서 한계가 분명하게 드러났다. OpenCV는 픽셀 변화와 윤곽을 감지하는 방식이라 무엇인가가 움직였는지는 잡아낼 수 있었지만, 그것이 동물인지 쓰레기인지를 정확히 판별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다. 발표에서는 실제로 동물이 아닌 영역을 동물로 잘못 인식하거나, 반대로 동물을 놓치는 사례도 함께 공개됐다. 즉 OpenCV 실험은 “자동 분류가 가능하다”는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실무에 바로 적용하기에는 정확도가 부족하다는 점을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이후 발표팀은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객체 인식 방식으로 방향을 다시 틀었다. 단순한 픽셀 변화 감지 대신 이미지 바운딩 박스와 YOLO v8 모델을 활용하는 접근으로 고도화한 것이다. 이 단계에서는 AI가 사진 속 특정 대상을 박스로 표시하고, 동물·쓰레기·빈 장면 등을 이전보다 구체적으로 구분할 수 있었다. 발표에 따르면 이 방식은 OpenCV보다 속도는 느렸지만, 무엇을 근거로 분류했는지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고 객체 인식 정확도도 상대적으로 높았다. 다만 종 단위 판별 정확도는 여전히 제한적이었다.
발표의 핵심은 특정 도구 하나의 성능을 자랑하는 데 있지 않았다. 같은 목표를 놓고 챗GPT, 클로드, OpenCV, 이미지 바운딩 박스, YOLO 기반 방식, 그리고 AI 코딩 도구까지 여러 방법을 바꿔가며 실험했고, 그 과정에서 어떤 방식이 어디까지 가능한지를 검증해 갔다는 점이 더 중요했다.
강한민 소장은 “프롬프트 하나 짜는 데 2~3일 정도가 걸린 것 같다”며, 실무 적용은 한 번의 명령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라 문제를 잘게 나누고 AI와 반복적으로 대화하면서 결과를 다듬어 가는 과정 자체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또한 조경 실무에서의 AI 활용이 더 이상 개념 검토에 머무는 단계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김상형 “설계·법규·GIS·제안서까지… AI가 파일을 열고 분석하고 쓴다”
이어 두 번째 강연에서는 김상형 도화엔지니어링 조경레저부 과장이 ‘AI 실무 활용’을 주제로 조경 설계 업무 전반을 지원하는 자체 AI 도구 개발 사례를 소개했다. 특히 발표가 AI 나레이션으로 진행돼 관심을 모았다.
발표의 첫 축은 ‘랜드스케이프 MCP’였다. 발표에서는 MCP를 AI가 외부 도구와 데이터를 연결해 실제 작업까지 수행하도록 돕는 표준 프로토콜로 설명하며, 이를 조경 설계 실무에 맞춘 자체 플랫폼으로 발전시켰다고 소개했다. 이 도구는 단순히 텍스트 답변을 내놓는 수준을 넘어 도면을 열고, 이미지를 만들고, 문서를 작성하고, 법규를 검토하는 방식으로 설계 업무를 지원한다. 조언을 건네는 AI를 넘어 파일을 열고 결과물을 만드는 실행형 AI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MCP를 적용한 AI와 일반 대화형 AI의 차이도 제시됐다. 일반적인 챗GPT류 AI가 답변과 조언에 머문다면, MCP 기반 AI는 직접 파일을 열고 조건을 분석해 결과물을 생성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이를 두고 발표에서는 “조언만 하는 AI에서 직접 실행하는 AI로의 전환”이라고 정리했다.
발표에 따르면 도화엔지니어링 조경레저부가 구축한 랜드스케이프 MCP는 5개 AI 밴더와 7개 전문 도구를 조합한 구조다. 구글 제미나이, 오픈AI GPT, 앤트로픽 클로드, 오픈소스 모델 등을 바탕으로 일반 대화, 코드 분석, 디버깅, 보안, 감사, 법률 검토, 이미지 생성, 문서 작성 기능을 결합해 조경 설계에 필요한 결과물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1명의 전문가가 아니라 49명의 전문가 팀이 협업하는 방식에 비유된 점도 눈길을 끌었다.
실제 적용 사례로는 투시도·조감도 생성, PPT 자동 작성, 법규 검토, 아크GIS 연동 기능이 제시됐다. 특히 투시도와 조감도 생성 기능은 캐드 평면도와 한글 프롬프트를 바탕으로 초기 기획 단계에서 활용 가능한 이미지를 빠르게 만드는 방식으로 소개됐다. 발표에 따르면 기존에는 스케치업 모델링과 렌더링에 최소 7일 정도가 걸리던 작업을 AI 도구를 통해 몇 분 안에 여러 대안으로 검토할 수 있다. 단순히 이미지를 한 장 뽑아내는 수준을 넘어 초기 설계 검토의 시간 구조 자체를 바꾸는 셈이다.
법규 검토 기능도 실무형 도구로 제시됐다. 발표에 따르면 이 기능은 도시공원법과 건축법 등 관련 법령을 자동으로 조회하고, 시행령과 시행규칙, 저촉 여부까지 연결해 검토 보고서 형태로 정리하는 방식이다. 김상형 과장은 각 사업마다 저촉 사항을 일일이 법령에서 찾지 않아도 알아서 매칭해 주는 개념이라며 그만큼 법규 검토 시간이 많이 절약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핵심은 ‘조경 서브 에이전트’였다. 발표에서는 MCP가 여러 도구를 연결해 사람이 지시를 내리는 구조라면, 서브 에이전트는 프롬프트 한 번으로 조사·분석·구상·시각화·문서화까지 자동으로 이어가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자료에 따르면 이 시스템은 현장 분석가, 설계 담당자, 시각화 전문가, 캐드 기술자, 문서 담당자 역할을 하는 5명의 가상 직원이 협업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이 서브 에이전트에는 V월드 연동 기능도 포함됐다. 김 과장은 대상지 구역계를 넣고 사업 유형, 프롬프트, 사업비, 지자체 정보 등을 입력하면 약 10분 뒤 조경 설계 제안서가 워드 파일 형태로 제공된다고 설명했다. 제안서에는 대상지 개요와 자연환경 분석, 수문학 분석, 리서치, 추천 식재, 우수 사례, 설계 목표와 전략, 조닝, 콘셉트 대안, 하이브리드 전략, 평면도와 조감도, 투시도, 단면도까지 담기도록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프롬프트 한 번으로 조사부터 시각화, 문서화까지 이어지는 구조가 실제 구현 단계에 들어섰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김 과장은 이번 개발의 목표를 완성품 대체보다 초기 아이디어 검토와 실무 효율화에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 콘셉트를 빠르게 얻을 수 있게 하는 도구로 보는 게 더 맞다”며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데 오래 걸리던 시간을 줄이고 발주처와의 초기 협의 단계에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질의응답에서는 AI가 조경가를 대체할 수 있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이에 대해 김 과장은 “창의적인 비중을 오히려 더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게 직업을 없애는 방향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복적이고 소모적인 업무를 줄이는 대신 검토와 브레인스토밍 같은 창의적 판단에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게 하는 방향이라는 설명이다.
도구의 활용도와 성능에 대해서는 법규 검토와 브레인스토밍, 심층 분석, 종합 분석 기능을 함께 연결할 경우 정확도를 85~90% 이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개발 기간은 MCP가 지난해 8월께 거의 완료됐고, 전체적으로는 약 5~6개월가량 걸렸다고 설명했다.
김상형 도화엔지니어링 조경레저부 과장
권오만 경동대학교 건축디자인학과 교수
권오만 “AI가 우리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훗날 AI를 다루는 지혜로운 그들이 우리를 지배할 것이다”
이어 세 번째 강연에서는 권오만 경동대학교 건축디자인학과 교수가 ‘생성형 인공지능의 활용 한계와 그 너머’를 주제로 생성형 AI의 활용 가능성과 함께 여전히 남아 있는 오류, 검증 문제, 보완 방식을 짚었다. 앞선 두 발표가 실무 사례 중심이었다면, 권 교수는 AI 활용의 원리와 한계, 검증의 중요성을 짚는 방향으로 발표를 풀어갔다.
권 교수는 생성형 AI를 둘러싼 핵심 문제로 ‘소외’를 꼽았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격차가 커지고 있는 만큼, AI 활용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면 실무와 일상 모두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지난해 건축학회에서 접한 AI 활용 수준과 비교해 이날 조경 분야 발표는 직접 코딩과 파인튜닝까지 이어질 만큼 빠르게 진화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AI 활용 방식도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자료 조사와 검색, 기획과 조율을 사람이 직접 맡았다면, 이제는 사람이 프롬프트를 구성하고 AI가 결과를 생성한 뒤 다시 사람이 선별·편집하는 방식이 일반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이를 ‘샌드위치 워크플로’로 설명하면서, 이날 앞선 발표들에서는 그보다 더 나아간 자동화 단계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다만 생성형 AI의 한계도 분명하다고 짚었다. 초기 이미지 생성 도구들은 사용자의 의도를 완전하게 구현하지 못했고, 손가락이나 숫자 같은 세부 요소에서도 오류가 잦았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이런 문제는 상당 부분 개선됐지만 여전히 검증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저작권 문제와 함께 가장 큰 위험 요소로는 ‘할루시네이션’을 들었다. AI가 실제 존재하지 않는 정보를 사실처럼 제시할 수 있기 때문에 링크와 원문 자료를 함께 요구하고 외부 자료와 교차 검증하는 방식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를 두고 “AI와 싸울 게 아니라 달래가며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반복적이고 기계적인 작업에서는 생성형 AI의 효용이 크다고 봤다. 저화질 도표를 고해상도로 개선하거나 파워포인트와 엑셀 자료를 일괄 정리하는 사례를 소개하며 “반복되고 일괄적인 실행은 컴퓨터가 가장 잘한다”고 말했다. 코드를 직접 짜지 않더라도 AI와의 대화를 통해 충분히 해결책을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끝으로 권 교수는 생성형 AI를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활용의 대상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말도 칼도, 더없이 진화된 AI도 인류를 지배할 욕심은 없다”며 “훗날 AI를 다루는 지혜로운 그들이 우리를 지배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보다 그것을 다루는 사람의 태도와 활용 역량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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