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수 도민기자
제주 지역 문학계에 조용하지만 단단한 변화가 일고 있다. 출판사 '동네문학'이라는 이름 아래 평범한 주민들이 직접 창작자로 나서고, 그 결실이 책으로 세상에 나오는 흐름이 최근 이어지고 있다.
이 흐름의 중심에는 2014년부터 소설 창작 강의를 시작한 차영민 작가가 있다. 대표적인 강의 장소는 2017년 제주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나도 소설가가 될 수 있다' 강좌를 열었다.
이후 강좌는 2020년 제주시 평생학습관(발간한 소설집 12권), 2021년 설문대여성문화센터(발간한 소설집 12권)로 확장됐으며, 제주대 강좌(발간한 소설집 12권)는 2025년까지 이어졌고, 나머지 두 기관의 강좌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그 외 도내 평생교육기관에서도 소설 등 창작 글쓰기 강의를 꾸준하게 하고 있다.
강좌의 가장 큰 특징은 단순한 글쓰기 교육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매년 봄·가을 두 차례 열리는 강좌마다 수강생들의 작품을 모아 실제 합동 소설집으로 출간하는 과정을 밟는다. 차 작가는 지금까지 발간된 작품집은 모두 40권이 된다면서 실질적으로 창작자가 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 커서 시작한 일이라고 말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에도 강좌는 멈추지 않고 온라인 줌 강의로 전환해 「글 빚는 시간, 1350분」을 발간했다.
수강생 중에는 다른 지역 신문사 신춘 문예 당선으로 등단, 제주작가회의 신인상, 제주문인협회 신인상, 웹소설 공모전 수상을 하기도 했다. 그밖에 국내외 크고 작은 문학상을 수상하거나 개별적으로 출간해서 작가의 길을 가는 분들도 있다.
제주시 평생학습관 강좌를 수료한 뒤 합동 소설집에 참여한 김 씨는 반신불수와 심한 언어 장애를 안고 살다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삶을 소재로 단편소설을 썼다.
그는 "제 소설 속 어머니는 이미 돌아가셨지만, 이제 책 안에 살아 계세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해요"라고 말했다. 누군가의 삶이 문학으로 기억되는 순간이었다.
이러한 축적이 '동네문학'이라는 독립적인 문학 공동체로 열매를 맺었다. 2023년 4월 차영민 작가는 네이버 카페 '동네문학전집'을 개설하고 초대 매니저를 맡으며 온라인 플랫폼을 마련했다.
이어 2025년 12월에는 「동네문학전집」 창간호가 출간됐으며, 현재 2호 원고 모집 중이다. 같은 흐름 속에서 출판사 '동네문학'이 정식 설립됐고, 올해 3월에는 신진 작가 23명의 단편소설을 모은 전자책 'e-단편소설 시리즈'를 발간했다.
가족 갈등, 청춘의 꿈 등 다양한 주제를 담은 작품들은 제주 청년 문학의 가능성을 폭넓게 보여주었다.
동네문학 관계자는 "지역 기반 신진 작가들이 제주에서 창작 활동을 이어가며 문학의 다양성을 확장해 나가도록 지속적인 출판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라고 밝혔다.
바람과 돌, 바다로 이루어진 섬에서 피어난 이 동네문학은 결국 제주가 가진 가장 큰 자산인 '사람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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