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제조업으로 번지는 호르무즈發 나프타 쇼크…재활용·스페셜티 떠오른...

자동차, 반도체, 조선 등 한국 주력 산업의 기초 소재인 석유화학 제품의 공급망 마비가 곧 한국 제조업... 반도체용 KrF·ArF·EUV 소재, 분석기술,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같은 사업은 공급망 충격에도 비교적 덜 흔들리는...

제조업으로 번지는 호르무즈發 나프타 쇼크…재활용·스페셜티 떠오른...

글로벌 핵심 에너지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이 장기화되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구조적 리스크로 확산되고 있다. 유가 변동을 넘어 국내 산업의 혈맥으로 꼽히는 석유화학 업계가 나프타 쇼크에 직면하자 이는 플라스틱 업계의 원가 압박으로 전이됐다. 이 가운데 기존 원재료를 대체할 수 있는 방안으로 폐플라스틱 재활용 기술이 급부상하고 있는 분위기다.

유조선 연출 이미지. 사진=셔터스톡

호르무즈 봉쇄 여파에 '산업의 쌀' 직격탄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하루 선박 수를 10여 척 수준으로 제한하고 통행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최근 이란은 미국과 2주 간의 휴전을 합의했음에도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 기조는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란은 해협 통과를 원하는 선박은 이슬람혁명수비대와 사전에 통행료를 협의, 암호화폐나 중국 위안화로 통행료를 내도록 요구하고 있다고도 전해졌다.

에너지 정보업체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휴전 선언 직후인 이날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4척에 불과했다. 전쟁 이전에는 하루 약 135척이 오가던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해협 통제가 완전히 풀렸다고 볼 수는 없다는 의미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하루 약 2000만배럴 안팎의 원유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데 이는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20%에 해당한다. 원유뿐 아니라 전 세계 액화천연가스(LNG) 물동량의 약 20% 역시 이 곳을 지난다.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장기화되면서 국제유가 변동성을 넘어 석유화학 원료 공급망 자체가 흔들리는 양상이다. 국내 정유 및 석유화학 업계는 원유뿐만 아니라 기초원료인 나프타의 상당 부분을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나프타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생산되는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 원료로 에틸렌·프로필렌 등 기초유분을 만드는 출발점이다.

실제 원재료 수급 불확실성이 가시화되자 나프타 가격은 단기간에 급등하며 석유화학 업계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톤당 600달러 수준이던 가격은 1000달러 안팎까지 치솟으며 약 70%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 급등과 함께 물량 확보도 어려워지면서 NCC(나프타분해설비) 가동률은 기존 80% 수준에서 50~60%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재고 역시 약 2주 수준에 불과해 단기 충격을 넘어 생산 차질 우려가 현실화되는 상황이다.

일부 기업들은 정기보수를 앞당기거나 설비 가동을 축소하고 있으며 계약 이행 '불가항력' 선언 검토도 확산되고 있다.

나프타 가격 상승은 에틸렌 스프레드 악화로 이어진다. 이미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인해 에틸렌 스프레드는 손익분기점인 톤단 250~300달러를 밑도는 상황이었는데, 원료 가격까지 급등하면서 수익성은 급격히 악화됐다.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진=연합뉴스

나프타 쇼크, 플라스틱 넘어 제조업까지 흔든다

나프타 쇼크는 다운스트림인 플라스틱 산업으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폴리카보네이트(PC) 등 기초 플라스틱 소재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50~70% 이상 폭등했으며 일부 품목은 공급 부족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실제 플라스틱 중소 제조업계는 원가 급등과 납품가 동결 압박 속에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 유화사들로부터는 톤당 20만원의 가격 인상과 공급 감축 통보를 받았으며 대형 가전·자동차 등 수요처에선 납품 단가를 올려주지 않는 샌드위치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프라스틱공업협회에 따르면 플라스틱 제조업체의 생산원가에서 합성수지 등 원재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80~83%에 달한다. 원료 가격이 조금만 상승해도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는 구조다.

이는 실생활 전반까지도 영향이 확산되고 있다. 식품 포장재, 생수병, 화장품 용기부터 자동차 내외장재 및 가전제품 부품에 이르기까지 플라스틱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자동차, 반도체, 조선 등 한국 주력 산업의 기초 소재인 석유화학 제품의 공급망 마비가 곧 한국 제조업 전반까지 번지고 있다는 의미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유가가 10% 상승할 때 제조업 전체 생산비는 평균 0.71% 증가하며 자동차·기계 등 주력 수출 산업까지 비용 상승 압박이 전이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중동발 원자재 쇼크가 장기화될 경우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연출 이미지. 사진=셔터스톡

재활용·스페셜티 소재 대안으로 주목

이 같은 상황에서 산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해결책은 폐플라스틱 재활용 기술이다. 나프타 가격이 급등하면서 기존에는 비용 부담으로 외면받던 재생 플라스틱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이른바 '도시 유전'이라고 불리는 열분해유 기술 활용도롤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기존 물리적 재활용은 플라스틱을 녹여 다시 만드는 방식으로 재활용할수록 물성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었다. 화학적 재활용 기술인 열분해유는 폐플라스틱을 고온으로 가열해 액체 상태로 되돌린다. 열분해유를 정제하면 원유에서 갓 추출한 것과 동일한 수준의 재생 나프타를 얻을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로 꼽힌다.

위기 국면에서 상대적으로 주목받는 또 다른 핵심 축은 삼양그룹의 화학 부문이다.

삼양이노켐의 '이소소르비드'는 옥수수 전분을 기반으로 만든 100% 바이오매스 친환경 소재로 석유화학 소재를 대체할 수 있는 탄소중립형 원료다. 삼양사는 PC, 폴리부틸렌테레프탈레이트(PBT), 열가소성 폴리에스테르 엘라스토머(TPEE) 등 엔지니어링 플라스틱과 복합소재, 전자재료, 바이오 기반 화합물 등을 포트폴리오에 두고 있어 범용 나프타 의존도가 큰 업스트림 사업보다 고부가 소재 중심의 체질 전환 역량이 강점으로 거론된다.

특히 강점은 소재 고도화다. 이소소르비드 기반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기존 석유 유래 소재보다 탄소중립성이 높고 강도와 내구성이 좋아 필름 두께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플라스틱 사용량 절감 효과도 있다.

반도체용 KrF·ArF·EUV 소재, 분석기술,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같은 사업은 공급망 충격에도 비교적 덜 흔들리는 스페셜티 영역으로 이번 나프타 쇼크가 오히려 삼양의 기술 중심 포트폴리오를 부각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공급망 취약성 드러나…소재 구조 전환 분기점 되나

한편 호르무즈 리스크로 촉발된 이번 나프타 쇼크는 석유 기반 원료 체계의 취약성을 드러낸 사건으로 평가된다. 원유 의존도가 높은 기존 공급망이 지정학적 변수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산업계는 원료 다변화와 순환경제 기반 확보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폐플라스틱 재활용과 바이오 기반 소재는 글로벌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친환경 선택지를 넘어 공급망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단기 위기를 계기로 중장기적인 소재 구조 전환이 본격화될지 주목되는 이유다.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