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환율 구조적 위기, ‘한국주도 H/W시대’ 구조적 기회로
이란 전쟁 여파로 지난 3월 원·달러 환율이 장중 1,536원까지 치솟는 초고환율 현상에 겹쳐 고금리·고유가 ‘3고(高) 시대’가 도래했다. 미국과 중동의 갈등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유가 불안으로 인한 물가 상승 압력이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을 늦춰 달러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처럼 작금의 초고환율 시대가 도래한 원인만큼은 자명하다. 우선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1% 포인트 이상 높은 한미 간 금리 역전 현상 때문이다. 그만큼 원화 대비 달러의 매력도가 훨씬 커져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서학개미 등 내국인의 해외투자 급증, 대미 투자계획 등 달러 수요가 구조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란 전쟁 등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로 안전자산인 달러 선호 심리가 늘어나고 있다.
이 같은 초고환율 시대를 맞아 국내 금융당국, 금융기관, 금융소비자 등 한국 금융 전반의 우려와 고심이 깊을 수밖에 없다. 초고환율 국면의 원인이 워낙 구조적인 데다 글로벌한 차원으로 전개, 국내 일방 차원의 대응방안과 생존전략 도출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저무는 미국 빅테크 S/W시대, 한국 H/W 시대의 기회로
다만 일각에서는 우려보다는 새로운 기회로 주목해야 한다는 전향적 대응전략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건 다행이다. 무엇보다 지금의 고환율 상황이 국내의 경제 위기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와 지정학적 위기, 대미 및 해외투자 증가 등 구조적인 요인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빅테크가 주도하던 소프트웨어의 시대가 저물고 한국이 주도권을 쥔 ‘하드웨어의 시대’가 오고 있다는 정세분석은 고무적이다. 게다가 우리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이 8배 정도로 경쟁국인 대만이나 일본은 18배, 미국은 25배에 달한다. 가령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1분기 실적으로 보면 PER 4배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여기에 상법 개정으로 기업의 가치가 온전히 주주의 몫으로 돌아온다는 자본시장의 믿음까지 생겼다.
대외적으로는 우리나라의 반도체 수출 호조,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입, 그리고 한국은행의 대응 기조가 원화 가치를 방어해 주리라는 기대도 있다. 더욱이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와 달리 지금 우리나라는 받을 돈이 갚을 돈보다 3600억 달러나 더 많은 '순채권국'으로서 단기외채비율도 41% 수준으로 매우 건전하다.
이처럼 원화 대비 달러 가치가 고점 구간에 놓인 위기 상황에서는, 투자자 등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자산을 방어하는 보수적 입장은 견지해야 한다. 그래서 자산의 일정 비중은 달러 표시 자산으로 보유하는 게 바람직하다. 가령 환율이 이미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달러예금에 가입하는 등 '분할 매수'로 접근하는 게 유리하다.
초고환율시대, 자본 지출 수혜 반도체, 전력 관련 인프라 등 우선 투자
한편 이란 전쟁 등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환율·고유가와 맞물리며 국내 증시의 변동성도 커지고 있다. 고환율 여파로 외국인의 자금 이탈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면서 증권가에서는 자산별 성격을 감안해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는 대응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고환율에 따라 원화 약세가 심화하면서 원화 자산의 매력도가 급감, 외국인을 중심으로 기존에 보유했던 국내 주식을 매도하려는 압력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원유 등 에너지 수입 부담이 확대, 수입물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킨다. 따라서 증시의 경우 환율 상승에 따른 영향은 업종별로 상이, 전쟁과 같은 대외 변수를 고려한 보수적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 가령 반도체와 자동차 등 수출 주력 업종은 원화 가치가 다른 통화 대비 상대적 약세를 보이며 수출 경쟁력을 강화, 1분기 실적 개선 효과로 이어진다.
업종별로는 유가 상승의 직접적인 수혜를 입는 에너지 섹터와 전쟁 리스크에 따른 방산주의 단기 강세도 두드러지고 있다. 반면 원재료 수입 비중이 높은 석유화학, 외화 부채 부담이 큰 항공업은 재무 부담이 가중되며 고전하는 양상이다.
결론적으로, 초고환율시대에는 자본 지출의 수혜를 받는 반도체나 전력 관련 인프라 등을 우선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환율 상승은 반도체·자동차·조선·방산·K-푸드 등 수출 업종에는 ‘환차익 보너스’를, 화학 등 원자재 수입 비중이 큰 기업에는 ‘비용 쇼크’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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