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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제23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내달 2~31일

“오페라는 어렵고 멀게 느껴진다”는 선입견은 제23회 대구국제오페라축에선 통하지 않는다. 오페라하우스의 문턱을 넘어 시민들의 생활권으로 오페라가 직접 찾아가기 때문이다.

야외 콘서트 앞에 성악가·합창단

관람료 할인 관객층 접근성 높여

명작·어린이용 등 레퍼토리 다양

지역행사 찾아 프린지 콘서트도

오페라 ‘카르멘’ 공연 모습.

“오페라는 어렵고 멀게 느껴진다”는 선입견은 제23회 대구국제오페라축에선 통하지 않는다. 오페라하우스의 문턱을 넘어 시민들의 생활권으로 오페라가 직접 찾아가기 때문이다. 제23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브라보 대구, 비바 오페라’를 슬로건으로 오는 10월 2일부터 31일까지 대구 곳곳에서 펼쳐진다.

◇ 누구나 오페라를 즐기는 ‘모두의 오페라’

올해 축제가 내세운 핵심 화두는 ‘모두의 오페라’다. 특정한 애호가만 즐기는 오페라가 아니라 가족과 친구, 어린이와 청소년, 처음 오페라를 접하는 시민까지 누구나 쉽게 오페라를 만날 수 있도록 축제의 무대와 레퍼토리, 관람 방식을 바꾼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오페라하우스를 벗어난 ‘도시 확장형 오페라 축제’다. 대구오페라하우스가 리모델링 공사로 당분간 공연장을 사용할 수 없게 되면서 오히려 축제의 무대가 대구 전역으로 넓어진다. 코오롱야외음악당을 비롯해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학생문화센터, 수성아트피아, 어울아트센터, 아양아트센터 등 지역 곳곳의 공연장이 오페라 무대로 변신한다.

이경재 예술감독은 이번 축제를 두고 “극장을 사용하지 못하는 불리한 상황을 기회로 만들자는 데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대구오페라하우스를 찾아오던 관객을 기다리는 대신 관객이 있는 곳으로 작품을 들고 찾아가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오페라하우스라는 특정 공간을 중심으로 진행됐던 축제를 올해는 각 생활권의 공연장으로 분산되면서, 결과적으로 각 지역 주민들이 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오페라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

특히 올해는 각 지역 공연장의 특성과 관객층을 고려해 작품을 배치한 수성구에서는 수성아트피아에서 모차르트의 ‘마술피리’를, 동구에서는 아양아트센터에서 한국적 정서로 재탄생한 ‘양촌리 러브 스캔들’을 만날 수 있다.

달서구 대구학생문화센터에서는 어린이와 가족을 위한 ‘투란도트’가,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는 창작오페라 ‘미인’이 관객을 기다린다.

오페라를 보기 위해 먼 거리를 이동하기보다 자신이 익숙한 생활권에서 공연을 즐길 수 있게 된 셈이다.

관람료도 낮췄다.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리는 일반적인 공연의 티켓 가격이 10만원 안팎인 것과 비교해 올해 축제의 주요 공연은 지역 관객의 부담을 덜기 위해 약 2만원 수준의 할인 정책을 마련했다. 축제 관계자는 “영화 한 편보다도 부담이 적은 가격으로 오페라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청소년과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한 공연장별 할인 혜택도 마련해 관객의 접근성을 높인다.

코오롱야외음악당에 비제 ‘카르멘’

‘투란도트’는 어린이·가족 참여

‘사랑의 묘약’ 코믹 번안 ‘양촌리 러브 스캔들’

신육복 ‘미인도’ 모티브로 ‘미인’

◇ 도시 전체로 확장되는 축제

개막부터 이러한 변화는 선명하다. 10월 2일과 3일 코오롱야외음악당에서 열리는 비제의 ‘카르멘’은 대구국제오페라축제 사상 첫 야외 콘서트 오페라다. 무엇보다 무료로 진행된다. 잔디밭에 돗자리를 펴고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피크닉을 즐기듯 오페라를 감상하게 된다.

‘카르멘’은 오페라 초보자에게도 비교적 친숙한 작품이다. ‘하바네라’, ‘투우사의 노래’, ‘꽃의 노래’ 등 익숙한 음악과 직관적인 이야기로 오페라의 문턱을 낮추기에 적합하다. 양진모 지휘자는 “처음 오페라를 접하는 분들에게도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이라며 “가벼운 마음으로 공원을 산책하듯 오페라를 즐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야외 콘서트에서는 야외라는 공간적 특성도 적극 활용한다. 오케스트라는 무대 뒤편에 배치하고 성악가와 합창단이 무대 전면에서 공연하는 콘서트 형식으로 진행한다. 특히 넓은 야외 공간에서 관객에게 소리가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음향의 균형과 전달력에 중점을 둔다.

두 번째 메인 오페라인 푸치니의 ‘투란도트’는 미래 관객을 겨냥한다. 대구오페라하우스와 이탈리아 아슬리코(AsLiCo)의 ‘오페라 도마니’가 함께 만드는 이 작품은 기존의 거대한 ‘투란도트’를 어린이와 가족을 위한 약 1시간 규모의 참여형 오페라로 재구성한다. 공연 전 온·오프라인 교육을 진행하고, 관객이 아리아를 함께 부르는 등 공연에 직접 참여하도록 한다.

이는 단순히 어린이에게 오페라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떤 관객을 위해 어떤 오페라를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프로그램이다. 어린 시절 오페라를 직접 경험한 관객이 미래의 오페라 관객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관객 개발의 관점에서 접근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오페라 ‘마술피리’ 공연 모습.

국립오페라단의 ‘마술피리’는 모차르트의 대표작을 통해 오페라의 고전적 매력을 전달한다. 수성아트피아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에는 홍석원 지휘자를 비롯해 국제 성악 콩쿠르 수상자와 실력파 성악가들이 참여한다. 어린이와 가족을 위한 ‘투란도트’와 달리 정통 레퍼토리의 매력을 보여주면서도 지역 공연장으로 찾아가는 방식으로 관객과의 거리를 좁힌다.

오페라 ‘양촌리 러브 스캔들’ 공연 모습.

동구 아양아트센터에서는 도니제티의 ‘사랑의 묘약’을 한국적으로 옮겨온 ‘양촌리 러브 스캔들’을 선보인다. 19세기 이탈리아의 시골마을을 1980년대 한국의 농촌으로 옮겨와 익숙한 인물과 언어, 정서를 담아낸 코믹 번안 오페라다. ‘양촌리’라는 이름 역시 특정한 한 지역을 의미하기보다 어디에나 있을 법한 우리 주변의 마을이자 한국인의 기억 속 농촌 풍경을 상징한다.

민간단체인 공연예술창작소 예술은 감자다가 제작한 ‘양촌리 러브 스캔들’은 오랜 기간 공연을 통해 다듬어져 왔다. 지난해 대구국제오페라축제의 글로벌 오페라 마켓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올해 공식 초청작이 됐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민간 오페라단의 작품이 국제오페라축제의 무대에 오르고, 다시 해외 진출의 가능성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축제가 지역 오페라 생태계의 유통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오페라 ‘미인’ 공연 모습.

폐막작은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직접 제작한 창작오페라 ‘미인’이다. 지난해 콘체르탄테 형식으로 선보인 작품을 수정·보완해 올해 전막 오페라로 완성했다.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를 모티브로 그림 속 인물들을 상상력으로 되살린 작품이다. 지역의 문화유산을 새로운 오페라 콘텐츠로 만들어 대구오페라하우스만의 레퍼토리로 구축한다는 점에서 올해 축제의 또 다른 축을 이룬다.

◇ 창작·제작 플랫폼 강화

‘미인’을 작곡한 진영민 작곡가는 “창작오페라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공연과 피드백, 수정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번 만들어진 작품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공연을 통해 관객과 제작진의 의견을 받고 끊임없이 고쳐나가야 장기적인 레퍼토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인’ 역시 지난해 초연 이후 작품의 상당 부분을 수정해 완성도를 높였다.

창작의 외연도 넓어진다. 1950년대 대구 향촌동의 음악감상실을 배경으로 젊은 예술가들의 삶을 그린 김성재 작곡의 ‘코리아 콘체르토’는 쇼케이스 형태로 관객을 만난다. 대구라는 지역의 역사와 예술적 기억을 오페라로 발굴해 미래의 레퍼토리로 키워가는 과정이다.

이처럼 올해 축제는 익숙한 명작, 어린이 오페라, 한국형 번안 오페라, 창작오페라를 한데 묶었다. 대중성만을 는 것이 아니라 오페라에 처음 입문하는 관객부터 기존 애호가, 어린이와 가족, 지역 예술인까지 서로 다른 관객층을 포괄하기 위한 레퍼토리 구성이다.

대구오페라하우스가 강조하는 ‘제작극장’으로서의 역할도 이러한 프로그램 속에서 확인된다. 세계적인 명작을 소개하는 동시에 직접 창작하고, 국립오페라단과 협력하고, 해외 기관과 공동 제작하며, 민간단체의 작품을 초청한다. 오페라를 공연하는 극장을 넘어 오페라의 제작과 유통, 인재 육성, 국제 교류까지 아우르는 플랫폼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다.

특히 올해는 ‘대구 글로벌 오페라 마켓’도 확대 운영한다. 국내외 오페라 전문가와 제작자들이 참여해 레퍼토리 피칭, 부스 전시, 쇼케이스, 1대1 비즈니스 미팅 등을 진행한다. 지난해 이 마켓을 통해 대구오페라하우스와 이탈리아 아슬리코가 연결되고, 실제 공동 공연으로 이어진 사례처럼 오페라의 제작과 유통이 실제 성과로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어가겠다는 것이다.

오페라가 도시의 일상으로 들어오는 시도도 이어진다. 프린지 콘서트는 축제 기간 전후로 대구의 주요 광장과 문화공간을 찾아가며 금호강 한마음 축제, 수성못 페스티벌, 떡볶이 페스티벌 등 지역 행사와도 연계한다. 공연장에 들어가야만 만날 수 있었던 오페라를 일상의 공간에서 우연히 마주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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