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문학관 뜨락서 제막식 진행
건립자 김용복·황성혁 소감 전해
“지역 문학 청년들 이정표 삼았으면”
8일 마산문학과 앞 뜨락에서 열린 백치동인 문학비 제막식에서 문학비를 건립한 백치동인 김용복(오른쪽) 시인과 황성혁 소설가가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이서후 기자
“마산의 중고등학생과 청년들이 이 작은 비석을 이정표 삼아 ‘제2, 제3의 백치동인’으로 나타나 문향 마산의 명예를 다시 빛내주길 바라는 마음 하나로 세웠습니다.”
1950년대 마산에서 고등학생들이 만든 문학동인 ‘백치(白痴)동인’ 창립 70주년을 기리는 문학비가 마산문학관 앞 뜨락에 세워졌다.
문학비 건립을 주도한 백치동인이자 마산 원로 김용복(89) 시인은 백치동인을 자랑하고 싶어서 세운 비가 아니라며 문학비를 세운 뜻을 이렇게 설명했다.
“70년 전 문학을 좋아했던 학생들이 스스로 동인을 만들고 활동했듯, 오늘의 청소년과 청년 가운데서도 새로운 문학동인이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문학비 건립에는 황성혁(88) 소설가도 건립 자금을 지원하며 힘을 보탰다. 그는 제막식에서 “그동안 홀로 마산에 남아 백치의 꿈을 지키며 그 아름다웠던 날들을 밝혀오신 김용복 형의 노고에 감사하다”며 “세상을 떠난 동인들과 마산의 선배 예술인들에게 오늘의 영광을 바친다”고 말했다.
8일 마산문학과 앞 뜨락에서 열린 백치동인 문학비 제막식에서 백치동인으로 문학비 건립에 힘을 보탠 강성혁 소설가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서후 기자
8일 마산문학과 앞 뜨락에서 열린 백치동인 문학비 제막식에서 백치동인으로 문학비 건립을 주도한 김용복(오른쪽) 시인이 참석자를 격려하고 있다. /이서후 기자
마산문인협회는 지난 8일 오후 창원시 마산합포구 상남동 노비산 근린공원 안 마산문학관 앞에서 백치동인 문학비 제막식을 열었다. 이날 백치동인 중 김용복 시인과 황성혁 소설가를 포함해,
이우걸 시조시인, 오하룡 시인, 김복근 시인 등 지역 문학 원로와
이쾌영 창원시 문화시설사업소장, 전홍표 창원시의원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백치동인은 1956년 1월 3일 마산고·마산여고·성지여고·마산상고 등 마산 지역 남녀 고등학교 문예반 학생들이 중심이 돼 만든 문학동아리다. 당시 회원은 23명이었다.
한국전쟁 전후 마산은 문학 활동이 활발했던 도시였다. 백치동인 역시 시화전과 시낭독회, 문학의 밤 등을 열며 작품을 발표하고 교류했다. 학생들의 문학 모임으로 시작했지만 이후 회원들이 시·소설·평론·수필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면서 마산 문단과 한국 문단에 흔적을 남겼다.
백치동인의 활동은 이후 마산문학인협회, 현재 마산문인협회가 만들어지는 토대 가운데 하나가 됐다.
성선경 마산문학관 운영위원장은 제막식에서 백치동인을 이후 마산 문학동인 운동의 출발점으로 평가했다. 성 위원장은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근원이 단테 <신곡>에서 출발했듯, 1980~90년대 마산을 중심으로 피어난 왕성한 문학 동인 운동의 근원에는 백치동인이 있다”고 말했다.
8일 마산문학과 앞 뜨락에서 열린 백치동인 문학비 제막식에 참석한 지역 문학 원로들이 기념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이서후 기자
8일 마산문학과 앞 뜨락에서 열린 백치동인 문학비 제막식 참석자들이 문학비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이서후 기자
백치동인 가운데는 이후 이름을 널리 알린 문인과 문화예술인도 적지 않다.
시 ‘청솔 그늘에 앉아’>와 노래 ‘모란 동백’으로 알려진 이제하 시인을 비롯해 마산 문단을 지켜온 고 이광석 시인, 가곡 ‘고향의 노래’를 작사한 김재호 시인, 미주한국문인협회를 창립한 송상옥 소설가 등이 있다. KBS 피디 출신으로 시와 수필을 쓴 박현령 시인, MBC 피디 출신으로 서정시를 써온 고 추창영 시인도 백치동인으로 활동했다.
70년이 흐르면서 동인 대부분은 세상을 떠나고 현재 김용복 시인과 이제하 시인, 강위석 시인, 김만옥 소설가, 황성혁 소설가 등 5명이 남아 있다.
노비산 근린공원에 들어선 문학비는 가로 1.2m, 세로 0.8m, 높이 1.8m 크기의 자연석으로 만들었다. 김복근 시인이 비문을 쓰고 조현판 서예가가 글씨를 맡았다. 앞면에는 백치동인의 발자취와 문학비를 세운 뜻을 새겼고, 뒷면에는 동인 23명과 건립자인 김용복·황성혁 두 이름을 담았다.
문학비가 들어선 노비산은 백치동인 주 활동 무대이기도 했다. 이전에는 산 위에서 바다가 훤히 보였겠지만, 지금은 고층 아파트에 가려져 시원한 풍경은 없다. 이날 제막식에서 김용복·황성혁 두 백치동인은 더러 눈길을 멀리 두고 변한 그 풍경을 아득히 바라봤다.
/이서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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