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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정준금 칼럼]일본의 '팀 미라이'와 한국의 청년정치

이 정당을 이끄는 인물은 동경대 출신으로 AI 엔지니어였던 90년생 안노 타카히로다. 팀 미라이의 가장 큰... 안노는 의회 첫 질문에서, 정부 의사결정과정에 AI와 데이터 분석을 도입할 것과 디지털 인프라 개혁의 필요성을...

[정준금 칼럼]일본의 '팀 미라이'와 한국의 청년정치

일본 40대 전문직 포진 신생정당 돌풍

한국은 장벽 높아 청년층 진입 어려움

젊은층 참여 확대 패러다임 전환 시급

▲ 정준금 울산대 명예교수

지난 일본의 중의원 선거에서는 자민당이 압승을 거두었지만, ‘팀 미라이’라는 신생정당이 창당 9개월 만에 11석을 차지하면서 혜성과 같이 등장한 것도 큰 화제가 되었다. ‘미라이’는 미래(未來)를 의미한다. 이 정당을 이끄는 인물은 동경대 출신으로 AI 엔지니어였던 90년생 안노 타카히로다. 팀 미라이의 가장 큰 특징은 ‘젊음’이다. 평균 연령이 40세 안팎으로 일본 정당 가운데 가장 젊다. 보수적인 일본정치에서 전문직 출신의 젊은이들이 선거돌풍을 일으킨 것이다. 안노는 의회 첫 질문에서, 정부 의사결정과정에 AI와 데이터 분석을 도입할 것과 디지털 인프라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들은 비록 적은 의석이지만 젊은 층의 의사를 반영한 참신한 의제를 제기하며, 앞으로 일본정치의 변혁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청년정치의 구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거대 양당의 기득권 카르텔이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2020년 21대 총선부터 사표(死票)를 방지하고 소수정당의 진입확대를 위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지만, 두 정당은 세계 정당사에 유래가 없는 ‘위성정당’을 설립하는 꼼수를 통해 이를 무력화 시켰다. 또 우리나라는 정당 설립 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워서 조직과 자금이 없으면 정당설립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 일본은 득표율 2%나 의원 5명 이상이면 정당 요건을 충족한다. 또한 일본은 지역을 토대로 한 지역정당도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 일본의 팀 미라이는 이런 배경에서 선거에 참여해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정당을 설립하려면 중앙당 설치, 5개 시·도당 구성, 각 1000명 이상의 당원 확보 등의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여기에다 선거비용과 조직동원 구조까지 고려하면 신생정당이 발을 붙이기가 어렵다.

더구나 우리는 지방선거에서 조차 정당공천제를 시행하고 있어서, 거대 양당 소속이 아니면 정치에 진입하기가 더욱 쉽지 않다. 공천을 받기 위해서는 공천권을 쥐고 있는 지역 의원들에게 종속될 수밖에 없고, 또 공식·비공식으로 상당한 자금이 필요하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자금, 조직, 인맥이 부족한 젊은이들은 현실정치의 진입장벽을 도저히 뛰어넘을 수가 없다. 그래서 우리의 청년들은 역대 최고의 청년실업률이라는 고통 속에서도 현실 정치의 주체가 되지 못하고 기성정당의 뒷전에 머물러 있다. 이 결과 청년들의 문제는 중요 정책의제가 되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거리에는 출마를 알리는 현수막이 요란하게 걸려 있다. 참신하기 보다는 익숙한 정당과 후보들이 많이 보인다. 반대로 새로운 정책과 비전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선거를 통해 새로운 가치와 담론이 형성되고 이를 실현할 인물들이 등장해야 하는데, 우리의 양당 카르텔 체제에서는 이런 변화가 거의 불가능하다. 반면 팀 미라이는, ‘분열을 조장하지 않는다’ ‘누구도 비방하지 않는다’ 등 기존 정치담론과는 전혀 다른 가치를 지향하면서 일본정치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우리도 청년이 중심이 되어 정치의 언어와 구조를 새롭게 설계하려는 정당이 등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거대 양당 구도가 변화해야 한다. 두 정당은 정책경쟁보다는 갈등 재생산에, 통합보다는 분열과 소모적인 다툼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다. 그 사이 AI로 인한 기술변화와 산업전환과 같은 미래의제는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있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 데이터, 디지털 콘텐츠 등을 기반으로 한 정책설계 능력을 갖춘 젊은이들이 대거 정치에 진입할 필요가 있다.

청년들의 정치참여는 한국정치의 패러다임 전환에 필수적이다. 기존 정당들은 청년들이 실질적으로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지원해야 한다. 정당 설립요건을 완화하고 선거제도에 대한 재검토도 필요하다. 수백억씩 지원 받는 국고보조금을 허튼 곳에 낭비하지 말고, 청년 정치인을 육성하는 데에도 사용해야 한다. ‘디지털 기술로 정치를 변화시키고 당신과 함께 미래를 만들겠습니다.’

팀 미라이의 미션이다. 우리도 기존 정치권을 향해 이렇게 당차게 도전하는 젊은 정치인들을 보고 싶다.

정준금 울산대 명예교수

경상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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