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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정정당담] 선관위 수사를 기대하지 않는 이유

지난 6월 3일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후폭풍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한 달이 넘은 지금도 서울 잠실 올림픽 공원 핸드볼 경기장 앞에는 부정선거를 외치며 재선거를 요구하는 사람들이 집결해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사퇴했고, 국회는 국정조사에 나섰다.

[정정당담] 선관위 수사를 기대하지 않는 이유

무효·기권표도 명백한 유권자 의사 표현

투표지 사태 수사, 투표권 침해에 초점을

지난 6월 3일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후폭풍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한 달이 넘은 지금도 서울 잠실 올림픽 공원 핸드볼 경기장 앞에는 부정선거를 외치며 재선거를 요구하는 사람들이 집결해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사퇴했고, 국회는 국정조사에 나섰다. 검찰과 경찰 또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선관위 해체에 준하는 수사 결과가 나오더라도 부정선거론을 잠재울 수 있을까? 부정선거론은 선거에 이겨야 했을 후보나 정당이 선관위와 외부세력의 개입과 조작으로 졌다는 주장이 핵심을 이룬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촉발된 집회 초기 참정권 침해의 목소리는 이제 부정선거 주장과 재선거 요구에 밀려난 상태다.

이번 사태 수습에 큰 기대를 걸지 않는 이유가 있다. 투표권과 선거권 중 선거권 침해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기 때문이다. 투표와 선거는 다른 행위다. 한자로 보면 선거는 ‘골라서 들어 올린다’는 뜻으로 대표자나 임원 등 권력을 위임할 사람들을 가려 내는 행위다. 투표는 표를 던진다는 뜻으로 선거를 하거나 가부를 결정할 때 의사를 표시하는 행위다.

흔히 투표는 선거를 위한 방법으로만 이해된다. 대통령 선거부터 학교 반장 선거까지 너무 많은 선거가 일상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나 투표는 선거가 아닐 때도 가능하다. 2011년 서울에서 치러진 전면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대표적인 사례다. 무상급식 찬반에 대한 서울시민의 의사표시가 서울시장 임기 중 사퇴를 가져와 보궐 선거를 치르게 했으니 투표가 선거에 우선한 셈이다. 헌법 개정 또한 국민투표를 통해 가능하다. 투표도 선거만큼 일상 행위다. 소모임 장소를 정하거나 함께 먹을 음식을 고를 때도 우리는 투표를 한다.

대통령,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회 의원을 뽑는 선거에서 투표는 선택 방법 중 하나다. 그래서 선거 때 투표는 정확한 후보나 정당에 기표한 유효투표, 부정확하거나 기표하지 않은 무효표, 투표장에 가지 않은 유권자의 기권표로 구분된다. 무효표나 기권표는 후보 당락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에 의미 없는 표로 간주된다.

선관위가 사태 초기에 부족한 투표용지를 감안하더라도 승패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고 밝힌 입장은 유효투표 안에서도 의미 있는 투표와 의미 없는 투표로 나눈 결과다. 즉, 유효투표수에서 벌어진 후보 간 득표 차는 투표하지 못한 이들의 표가 일방으로 몰렸다 해도 결과를 바꾸지 못하는 무의미한 표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투표의 뜻으로 본다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 표라도 유권자의 의사 표명이다. 무효표나 기권표는 뽑을 후보나 정당이 없다는 의사 표명이고, 당선 가능성이 희박해도 소수 정당에 던진 표는 경쟁하는 양당체제를 거부한다는 의사 표명이다.

정치적 의사 표명의 투표 결과는 선거와 다르다. 특정 후보의 당선 목적도 있지만 경쟁하는 두 당이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정치 세력의 존재를 드러낼 수 있다. 소수 득표를 한 정당에게는 선거 이후 어떤 정책을 내세우고 조직화할지 판단하는 가늠자가 된다. 때로는 정치 지형을 바꿀 계기를 만들 수도 있다.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 수사가 당락을 뒤집을 정도의 선거 관리 실패가 아니라 판단한다면 투표라는 유권자 의사 표현 행위에 대한 침해는 또다시 무의미해진다. 거대 양당의 승패 결과만을 보려는 선거와 승패와 무관한 정치적 의사표시인 투표 사이 거대한 간격은 어떻게 해야 좁힐 수 있을까.

/김동원(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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