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정인호 객원기자칼럼] 3대 메가프로젝트, 산업 정책 출발점으로

정부는 지난달 30일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계획을 발표했다. 반도체·피지컬 인공지능(AI)·AI 데이터센터 세 분야에 1430조원을 투자한다는 내용이다. 속전속결로 시행해 현 정부 임기 내 큰 골격을 완성한다고 밝혔다.

[정인호 객원기자칼럼] 3대 메가프로젝트, 산업 정책 출발점으로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 대통령,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지난달 30일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계획을 발표했다. 반도체·피지컬 인공지능(AI)·AI 데이터센터 세 분야에 1430조원을 투자한다는 내용이다. 속전속결로 시행해 현 정부 임기 내 큰 골격을 완성한다고 밝혔다.

반도체의 경우에는 용인의 생산 거점을 조기에 완성하고 호남에 800조원의 팹(집적회로 제조 공장), 충청에 81조원의 패키징(집적회로를 자르고 쌓고 묶고 포장) 설비, 영남에 소재·부품·장비 거점을 육성한다.

피지컬 AI의 핵심은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가상 공간에서 활용되는 생성형 AI와 달리 피지컬 AI는 실제 현장에서 작동한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강국이며 산업용 로봇이 광범위하게 사용되지만 로봇의 제조 능력은 떨어진다. 취약한 부품 제조 능력을 끌어올리고 피지컬 AI에 필요한 데이터를 생산·집적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한다.

데이터센터는 인터넷과 연결된 컴퓨터가 모여 있는 곳으로, 데이터를 보관한다. AI 데이터센터에는 빠르고 많이 계산할 수 있는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사용된다. 여기에는 고대역폭메모리(HBM)가 들어간다.

정부는 1단계로 SK∙GS∙네이버를 중심으로 550조원을 투자해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AI용 반도체인 신경망처리장치(NPU)의 개발도 지원한다. 학습에 주로 사용되는 GPU와 달리 NPU는 추론에 특화돼 있다.

요약하면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생산 능력을 확장하되, 취약한 패키징과 소재·부품·장비를 강화한다. 생성형 AI 대신 피지컬 AI에, 학습 대신 추론에 집중한다. 제조업이 강한 우리나라의 특성을 활용해 제조업에 있어서의 AI 활용도를 극대화한다.

생산 시설은 주로 지방에 건설해 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된 불균형을 개선한다. 호남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시설이 집중돼 있어 최대의 수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관계부처가 모두 포함된 태스크포스를 만들고 청와대에도 전담관을 둬 대통령이 직접 챙기겠다고 밝혔다.

100년에 한 번 올 산업 변혁기를 맞아 국가적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AI 산업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 총동원령을 내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리에게 강점이 있는 반도체와 제조업을 중심으로 미국·중국이라는 AI 양강이 압도하지 못하는 빈틈을 치고 나간 것이다.

1973년 발표된 박정희 정부의 ‘중화학공업 육성정책’을 연상하게 한다. 철강·조선·비철금속·기계·전자·화학공업을 6대 전략 산업으로 선정했다. 나중에 여기에 자동차가 포함된다. 모두 오늘날 우리를 먹여 살리는 주력 산업이다.

청와대에 이를 전담하는 경제수석비서관을 두고 중화학공업추진위원회가 조직됐다. ‘국민투자기금법’을 제정해 재원을 조성하고 1974년부터 1979년까지 대출된 자금의 61%를 중화학공업에 지원했다. 수출에서 중화학공업의 비중은 1970년 12.8%에서 1980년 41.5%로 급증했다.

당시 정책은 산업 구조의 고도화라는 측면에서 추진됐지만 미국의 정책 변화에 따른 미군 철수와 자주 국방의 필요성에서도 비롯됐다. 무기 개발과 생산에 중화학공업은 필수적이다. 오늘날 미·중 간 기술 경쟁과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지정학적 요인이 영향을 미치는 것과 비슷하다.

정책에 대한 비판도 많았다. 우리 수준에 무리한 목표라는 것이다. 수출이 목적이지만 경쟁력이 있느냐는 비판도 있었다. 과잉 투자가 나타났고 1979년 오일 쇼크가 발생하자 수요가 급감하면서 경제 전체가 타격을 입었다. 경공업과 농업이 소외됐다. 엄청난 고강도 노동이 강요됐고, 수혜를 입은 재벌 집단의 경제력 집중이 심화됐다.

메가 프로젝트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전력·용수·인력 부족에 대한 우려가 높다. 호남에 신재생에너지가 많지만 기상 조건의 변동에 취약한 ‘간헐성의 문제’가 있다. 이를 보완하자면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대량으로 설치해야 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 것이다.

물먹는 하마인 반도체 공장과 AI 데이터센터를 감당할 용수가 충분한가에 대한 회의도 있다. 현재도 부족한 반도체와 AI 부문의 인력 양성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대학을 위시해 교육 체계에 긴급한 보완이 필요할 것이다.

소수 대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큰데 이들을 무조건 압박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거대한 자본 지출이 필요하지만 AI 경기는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크다. 기술 발전 속도가 높아 설비의 감가상각이 빠르고 거대하게 발생할 것이고, 만약 붐이 꺼지면 비용에 대한 부담은 더 커질 것이다.

기업의 주가가 하락하면 외국인 주주를 중심으로 압력이 높아질 것이다. 정부는 속도전을 내세우며 이들 기업을 압박하겠지만 상황이 나빠지면 기업은 속도를 줄일 것이다. 외부는 물론 내부에서도 여론이 악화될 것이다.

자국에 대한 투자를 요구하는 미국은 투자 협정의 이행에 적극적이지 않으면서 국내 투자에 몰두하는 우리 정부에 불만을 가질 수 있다. 반도체와 AI 경쟁은 대만·중국·일본 등 경쟁국을 자극해 공급 과잉을 부추길 수 있다.

배터리·바이오·자율주행·사물인터넷 등 다른 첨단 산업들이 상대적으로 소외될 가능성도 있다. 철강·화학 등 공급 과잉으로 구조조정 압력을 받는 전통 산업들과 보조를 맞춰야 하는 문제도 있다.

주가는 높지만 기업공개와 유상증자 중 실제 기업으로 공급되는 자금은 많지 않다. 오히려 상법 개정을 통해 이중상장 금지를 요구하고 있어 정책적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 유동 자금은 여전히 손쉬운 부동산 주변을 배회하고 있다. 가계대출을 억제하고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기대 심리를 꺾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가 프로젝트는 옳은 방향의 정책이다. 물이 들어왔을 때 노를 저어야 한다. AI 붐이 고조된 지금을 놓치면 다시 기회를 찾기 쉽지 않다. AI 붐에 올라탄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의 격차는 점차 커질 것이다.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치밀하게 계획을 밀고 나가야 한다. 여기에는 정책 의지가 중요하다. 당연히 시행착오가 있을 것이고 그때마다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다. 거기에 꺾였다면 오늘날의 중화학공업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일단 투자한 시설은 어디 가지 않을 것이며 적절한 활용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우리 경제 규모로는 첨단 산업 전반에 걸친 대대적 지원이 어렵다. 중국과 같은 내수 시장과 자원이 없다. 따라서 가장 경쟁력이 있고 중요한 반도체·AI에 집중한 것은 불가피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산업 전체에 대한 시각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오늘날은 기업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자유 경제에서 국가의 산업 정책에 중점을 두는 관리 경제로 이동하고 있다. 그런 방식을 추진해온 중국은 물론 미국도 정부가 보조금과 관세를 통해 주요 산업들을 지원하고 있다. 그 흐름에 맞춰 산업 전반에 걸친 강약 분석과 구조 개편 검토가 필요하다. 메가 프로젝트는 그 출발점이 돼야 할 것이다.

정인호 객원기자 yourinho@naver.com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