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국회 'AI전략포럼'에서 조규진 서울대 로보틱스 연구소장 지적
정부가 피지컬 AI 세계 1위를 외쳐도 국내 인재 전부가 의대로 간다는 비판이 나왔다. 또 인재들이 의대나 대기업 대신 과감히 창업에 도전하고, 창업에 실패해도 연구실로 돌아오는‘리턴 투 RI’ 환경 구축도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규진 서울대 로보틱스 연구소장은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피지컬 AI 프론티어 강국 신기술 조찬포럼’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이날 조찬 포럼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정동영 의원(더불어민주당, 전주시병), 최형두 의원(국민의힘, 경남 창원시마산합포구)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중기위) 소속 이철규 산자중기위 위원장(국민의힘, 강원 동해시태백시삼척시정선군), 정진욱 의원(더불어민주당, 광주 동구남구갑)이 공동주최하고,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정보통신산업진흥원,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이 주관했다.
이날 정동영 의원은 “불과 2년 전만 해도 대한민국의 AI는 ‘위기’였다”며, “본 포럼에서 카이스트조차 GPU가 단 한 대도 없는 열악한 인프라 현실을 호소했다”고 회고했다. 정 의원은 이어 “절실한 목소리가 닿아 작년 추경에서 ‘국가 GPU 인프라 확충’ 1조 8천억 원, ‘피지컬 AI 실증사업’ 1조 원 등 총 2조 8천억 원 규모의 ‘매머드급’ 예산을 확보했다”며, “한국이 AI 강국으로 나아갈 비전과 희망의 도화선이 바로 AI 전략포럼이다”고 강조했다.
기조연설자로 나선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장관은 “중기부는 현장 수요에 맞춘 ‘똑똑한지원’으로 중소기업의 성공적인 AI 전환(AX, AI Transformation)을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한 장관은 ‘똑똑한 지원’의 핵심 과제로 ▲단계별·그룹 단위·묶음 지원▲AI 전문인력 육성▲대·중소 상생형 스마트공장 구축을 꼽았다.
한 장관은 이어 스마트제조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기술로드맵 수립▲분류체계 마련▲제조데이터 활용기반 조성 등을 언급하며,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주도하는 선순환적 제조혁신 생태계를 완성하겠다”고 강조했다.
발제에서 박용순 중기부 실장은 “부처 간 긴밀한 연계를 통해 피지컬 AI 원천기술 보급에 나설 것이다”고 강조했다. 즉,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연계하여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월드 모델△제조공정 자동화 기술을 중소기업 현장에 도입하고, 스마트공장 신규 구축이나 대규모 구조 개선 시, 피지컬 AI 공장 레이아웃을 모의실험할 수 있는 ‘모두의 AI 공장장’ 플랫폼을 지원할 계획이다.
박 실장은 이어 “산업통상자원부의 ‘M.AX 얼라이언스’와 협력해 AI 팩토리, AI 자율제조 등 원천기술을 중소기업에 적극적으로 보급하겠다”고 설명했다. 특히 오랜 현장 경험으로 축적됐으나 문서화되지 않은 장인들의 노하우, 이른바 ‘암묵지’를 유망 중소기업으로부터 발굴해 데이터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개발된 제조 AI 모델을 타 기업에 널리 보급해 산업 생태계 전반의 기술력을 끌어올린다는 방침도 전했다.
산업계 현장의 날카로운 지적도 이어졌다. 변형원 종근당 전무는 “피지컬 AI 강국 도약의 가장 큰 걸림돌은 부처 간 ‘규제 엇박자’다”고 꼬집었다.
변 전무 “제약 산업은 생명을 다루는 특성상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강력한 규제를 받는다”며, “로봇이 약을 제조했을 때, 책임 소재와 품질을 통제할 식약처의 가이드라인이 전무한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막대한 예산과 자금을 들여 첨단 기술을 도입해놓고 규제에 가로막혀 공장을 운영하지 못하는 참사가 발생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조규진 서울대학교 로보틱스 연구소장은 이공계 인재 유출이라는 뼈아픈 현실을 짚었다. 조 연구소장은 “정부가 아무리 피지컬 AI 세계 1위를 외쳐도, 지금 한국의 최고 인재들은 전부 의대로 빠져나가고 있다”며, “인재들이 의대나 대기업 대신 과감히 창업에 도전하고, 실패하더라도 언제든 다시 연구하고 재도전할 수 있는 ‘리턴 투 RI(Return to Research Institute)’ 환경이 구축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영준 더블티 대표는 변화를 두려워하는 보수적인 제조 현장의 분위기를 장벽으로 지목했다. 김 대표는 “아무리 뛰어난 AI 솔루션을 무료로 도입해 주겠다고 해도 현장에서는 ‘도전적인 기술’이라며 배척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혁신 기술이 안심하고 도입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실질적인 실증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지현 시즐 대표는 “수많은 중소기업이 피지컬 AI를 도입하고 싶어 하지만, 정부의 지원 사업이 이리저리 파편화되어 있어 길을 잃는 경우가 태반이다”며, “단편적인 사업들을 체계적으로 묶어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정책이 절실하다”고 발언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정진욱 의원, 국민의힘 조배숙(비례대표), 유용원 의원(비례대표)은 “현장의 뼈있는 고언들을 깊이 새겨 국회가 규제와 제도의 걸림돌을 치우는 역할을 하겠다”고 초당적인 협력을 다짐했다.
김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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