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반도체 규제 확 푼다…서남권 클러스터 ‘속도전’ 탄력
3대 메가 연계 대규모 팹 증설 때 기존 건축허가와 분리해 신규 허가
전남광주 산단 조성·팹 건축·소부장 기업 유치 등 투자 전 과정 단축
2026년 08월 13일(목) 20:30
정부가 반도체 공장 건축과 안전검사, 산업단지 입주 규제를 대폭 손질하면서 전남광주시를 중심으로 추진되는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대규모 팹(Fab·생산시설) 건설 과정에서 반복되던 인허가를 줄이고, RE100·신산업 관련 기업의 산단 입주 문턱까지 낮추기로 하면서 800조원 규모의 서남권 반도체 투자계획을 뒷받침할 제도적 기반이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다.
정부는 13일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 비상경제본부 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현장중심 기업투자·혁신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3대 메가프로젝트와 연계해 기업이 실제 투자 과정에서 겪는 규제와 인허가 지연을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산단 건축규제 완화=전남광주시에 가장 직접적인 내용은 대규모 산업단지의 건축허가 방식 개선이다. 현행 건축법은 ‘1대지 1허가’ 원칙에 따라 공장 건설 도중 추가 건축물 증설이 결정되면 기존 건축허가를 다시 변경해야 한다.
정부는 일정 면적 이상 산업단지에서는 증설 건축물을 기존 허가와 분리해 별도 신규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올해 하반기 건축법 개정을 추진한다.
향후 서남권 반도체 산단에서 여러 개의 팹과 지원시설이 순차적으로 들어설 경우 추가 증설 때마다 기존 허가 절차를 되밟는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조치다.
정부는 반도체를 포함한 6개 첨단전략산업에 대해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피난 소요시간과 화재 확산시간 등을 검증하는 ‘성능기반설계’를 2027년까지 도입한다.
현행 직통계단 기준은 자동화 공장의 피난거리를 75m, 무인화 공장은 100m로 두고 있는데 대형·자동화 공장의 실제 구조에 맞춰 보다 유연한 설계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산단 입주 규제 완화도 서남권 반도체 생태계 확장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신산업이나 RE100에 필요한 경우 법령상 제한업종을 제외하고 모든 업종이 입주할 수 있는 ‘제한업종 계획구역’의 지정 한도를 산업용지 면적의 30%에서 50%까지 높이기로 했다.
기존 산단의 업종특례지구 지정에 필요한 토지소유자 동의 요건도 3분의 2에서 과반수로 낮춘다.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은 물론 재생에너지와 물류, 연구개발 등 연관 업종을 산단 안에 유연하게 배치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지는 셈이다.
◇반도체 소부장 세제 지원=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실증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세제 지원도 추진된다.
정부는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지정된 테스트베드를 운영하는 일정 요건의 비영리법인이 증여받은 재산이나 이익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는 특례를 조세특례제한법에 신설할 방침이다.
올해 하반기 법 개정을 거쳐 2027년부터 2031년 말까지 적용하는 것이 목표다.
대표 사업인 8000억원 규모 ‘트리니티 팹’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구축되지만, 국내 반도체 소부장 기업에 실증시설 이용을 개방하도록 비과세 요건을 둔 만큼 향후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에 입주하는 지역 소부장 기업들도 실증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국가산단에 도시혁신 구역 지정=국가산단에 국토교통부 장관이 ‘도시혁신구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산업입지법 개정도 추진한다.
도시혁신구역에서는 토지 이용과 건축물 용도, 건폐율·용적률·높이 등을 탄력적으로 설정할 수 있으며 이론적으로는 법정 용적률 상한인 1500%를 넘는 고밀·복합개발도 가능하다.
다만 국가산단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인 만큼 서남권 반도체 산단의 구체적인 지정 방식에 따라 적용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기회발전특구 면적 상한 확대도 전남광주시가 주목할 대목이다.
현재 지정 상한은 광역시 150만평, 도는 200만평이지만 정부는 2027년 상반기 지침을 개정해 비수도권에 한해 각각 200만평, 300만평 수준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기회발전특구는 법인세·취득세·재산세 감면과 지방투자촉진보조금 지원비율 5%포인트 가산, 개발부담금 면제 등을 받을 수 있다.
이번 규제개선은 지난 6월 30일 발표된 서남권 첨단산업 투자계획과 맞물린다.
정부는 서남권을 수도권에 이은 제2의 반도체 생산거점으로 육성하면서 1차 팹 조성을 2029년에 완성하고 전력·용수 인프라와 기업형첨단도시를 동시에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이 예정대로 법 개정과 지침 정비로 이어질 경우 전남광주시는 반도체 산단 조성과 팹 건축, 소부장·RE100 기업 유치까지 이어지는 투자 전 과정을 앞당길 제도적 수단을 추가로 확보하게 된다.
/정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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