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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정부 '메가프로젝트 속도전'에 환경단체 반발

한국환경회의가 이재명 정부의 메가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 기간을 단축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정부 '메가프로젝트 속도전'에 환경단체 반발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메가프로젝트 민관합동 제2차 점검회의’ /사진출처=대통령실

[환경일보] 김인성 기자 = 한국환경회의가 이재명 정부의 메가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 기간을 단축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한국환경회의는 11일 성명을 내고 “환경영향평가를 ‘메가프로젝트 전격전’의 걸림돌로 취급하는 이재명 정부를 규탄한다”며 정부가 반도체·AI 데이터센터·피지컬AI 등 이른바 3대 메가프로젝트의 속도전을 위해 환경영향평가 제도의 취지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메가프로젝트 민관합동 제2차 점검회의’에서 3대 메가프로젝트 추진과 관련해 “속도전을 넘어서 전격전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연내 ‘메가특구특별법’을 제정해 각종 인허가와 환경영향평가 기간을 단축하고, 전력·용수·교통 등 기반시설과 주거·교육 등 정주 여건을 신속하게 갖추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도 회의 후 브리핑에서 연내 메가특구특별법 제정을 추진해 각종 인허가와 환경영향평가 기간을 단축하겠다고 밝혔다.

한국환경회의는 이러한 방침이 환경영향평가를 사업 추진을 지연시키는 장애물로 인식하는 데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환경영향평가는 개발사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검토하고 피해를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검증 절차인 만큼, 대규모 산업 프로젝트일수록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산업시설은 막대한 전력과 용수를 필요로 하고 온실가스와 오염물질 배출 가능성도 있는 만큼 환경영향에 대한 사전 검토가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환경회의는 정부가 지난 7월 6일 열린 1차 점검회의에서도 같은 지역의 기존 평가 결과를 활용하거나 신규 평가를 진행하더라도 기간을 대폭 단축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이번 2차 회의에서는 별도의 특별법을 통한 환경영향평가 기간 단축까지 공식화했다고 비판했다.

단체는 “절차의 신속화가 환경영향에 대한 실질적 검토의 생략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며 “평가가 계획을 검증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확정된 계획을 사후 정당화하는 절차로 전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관련한 정부의 추진 방식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정부가 광주 군 공항을 2028년 하반기까지 이전하고, 이전이 완료되기 전이라도 인근 부지에서 산업단지 착공을 서두르도록 한 것은 주민 협의와 용수·전력 공급계획, 누적 환경영향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보다 착공 자체를 앞세우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한국환경회의는 “정부가 물과 전력이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의 핵심 요소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구체적인 확보계획보다 동시다발적으로 절차를 추진해 소요 시간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내 제정을 추진 중인 메가특구특별법에 대해서도 우려를 제기했다. 이미 산업단지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한 제도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별도의 특별법을 통해 환경영향평가 기간까지 추가로 단축할 경우 환경영향평가 제도가 사실상 예외적인 규제체계로 변질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대규모 메가프로젝트는 개별 사업뿐 아니라 여러 사업이 지역 환경에 미치는 누적 영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하지만, 정부의 정책 방향은 오히려 평가 절차를 줄이는 쪽으로 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환경회의는 기존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무분별하게 재활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재검토를 요구했다. 사업의 규모와 내용, 주변 환경 여건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현재의 환경 여건을 반영한 충실한 평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부에 ▷환경영향평가를 형식적 절차로 축소·왜곡하려는 시도 중단 ▷물·전력 등 지역의 생태적 한계와 수용력 우선 검토 ▷산업단지 인허가 간소화 관련 법령과 메가프로젝트특별법 제정 재검토 ▷기존 평가 결과의 무분별한 원용 중단 등을 요구했다.

한국환경회의는 “환경영향평가는 개발사업의 속도를 늦추기 위한 걸림돌이 아니라 생태적 한계와 사회적 정의, 공정성을 사전에 점검하는 마지막 기회”라며 “미래 세대와 지역 주민의 삶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 장치”라고 강조했다.

이어 “산업 경쟁력 강화가 물 부족과 온실가스 배출, 지역 갈등이라는 청구서 위에 세워진다면 그것은 ‘대도약’이 아니라 ‘빚더미’가 될 것”이라며 “메가프로젝트는 지금이라도 속도가 아니라 정직한 계산과 절차적 정당성에 기반해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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