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는 넘치는데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고무일 한국폴리텍대학 광주캠퍼스 스마트팩토리과
2026년 10월 19일(월) 22:00
아침마다 포털의 뉴스 제목을 훑는다. 세상을 조금 더 알게 된 듯하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는 흐릿해진다. 나는 정보를 읽는 것일까, 정보가 이끄는 감정에 하루를 맡기는 것일까. 젊은 시절에는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반백 년을 살고 보니 오래된 습관 하나 바꾸기도 쉽지 않다는 걸 깨닫는다. 그렇다고 젊은 날의 믿음을 착각이라 지우고 싶지는 않다. 이제는 세상을 향한 주장만큼 내 삶을 향한 질문도 필요하다.
뉴스는 우리가 직접 보지 못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권력을 감시하고, 가려진 목소리를 드러내며, 공동체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를 알린다. 불편한 뉴스도 필요하다. 문제를 알아야 고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를 아는 것과 문제에 사로잡혀 사는 것은 다르다. 분노는 변화를 시작하게 하지만, 분노만으로 하루를 채우면 정작 바꿀 힘이 남지 않는다.
과거에는 신문과 방송이 정보의 문을 지켰다. 지금은 누구나 정보를 만들고 전 세계 이야기에 접근한다. 유튜브만 켜도 전문가 강의부터 개인 경험담까지 끝없이 이어진다. 정보의 문턱은 낮아졌지만 시야가 저절로 넓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익숙하고 마음에 드는 것부터 고른다. 추천 화면은 그 선택을 되돌려주고, 낯선 관점은 멀어진다.
학생들을 지도하며 이 변화를 더욱 실감한다. 많은 것을 알지만 그만큼 쉽게 초조해한다. 누군가의 높은 연봉과 빠른 승진 이야기가 자신의 현재를 평가하는 잣대가 된다. 다른 사람의 빛나는 순간과 준비 중인 자신의 일상을 나란히 놓는다. 오늘의 작은 성취보다 아직 갖지 못한 것을 먼저 센다. 정보의 풍요가 마음의 빈곤으로 이어지는 순간이다.
걱정스러운 것은 더 나은 직장을 꿈꾸는 마음이 아니다. 그 꿈에 이르는 과정을 너무 짧게 생각하는 태도다. 회사는 개인의 능력을 전시하는 무대이기 전에 서로의 일을 연결해 결과를 만드는 곳이다. 모르는 것을 묻고, 실수를 인정하고, 약속을 지키는 일은 화려하지 않지만 조직을 움직인다. 책임감은 실력을 공동의 성과로 이어지게 하는 힘이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이직을 준비하는 것만큼 조직의 구성원이 되는 법을 배우라고 말하고 싶다. 어디로 옮길 것인가에 앞서, 함께 일하는 사람이 나를 믿을 수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
이는 부당한 대우를 참고 오래 머물라는 뜻이 아니다. 존엄과 성장을 위해 떠나야 할 때도 있다. 다만 이동 자체가 성장의 증거는 아니다. 새로운 명함보다 중요한 것은 이전 자리에서 무엇을 배우고 어떤 책임을 다했는가이다.
큰 기업을 선호하는 데에는 보상과 안정성뿐 아니라 체계적인 협업 속에서 더 큰 성과를 내고 싶은 기대도 있을 것이다. 한편 현장에서 바로 역할을 할 수 있는 인재를 찾는 요구 앞에서 청년들은 첫 기회부터 고민한다. 작은 기업은 사람을 키운 뒤 떠나보내는 일을 걱정한다. 이를 청년의 조급함이나 기업의 사정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청년에게 책임감을 요구한다면 기업도 정당한 보상과 성장 기회를 내놓아야 한다. 소속감은 충고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현실은 복잡하다. 그러나 짧은 제목과 단편적인 영상은 그 과정을 쉽게 지워버린다. 성공은 개인의 결단 하나로, 실패는 특정한 누군가의 잘못으로 설명된다. 그런 이야기는 이해하기 쉽고 감정도 선명하다. 하지만 교육은 선명한 답을 빨리 고르는 일이 아니라, 답을 내리기 전에 보이지 않는 조건을 살피게 하는 일이어야 한다. 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성공담보다 성공담에서 생략된 시간을 읽는 눈이다.
결국 나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로 돌아온다. 세상을 걱정하는 만큼 곁의 사람을 살피고, 남의 성공을 읽는 만큼 내 일의 기본을 다지는 삶이고 싶다. 역사는 길고 삶은 짧다. 모든 정보를 알기에도, 모든 일에 분노하기에도 우리의 시간은 부족하다. 오늘은 제목 몇 개를 더 읽는 대신 화면을 내려놓으려 한다. 세상을 이해하는 일이 오늘의 책임을 다하는 일로 이어질 때, 정보는 비로소 내 삶에 제 역할을 할 것이다.
/ 고무일 한국폴리텍대학 광주캠퍼스 스마트팩토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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