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제4교구본사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이 오는 9월 실시되는 조계종 제38대 총무원장 선거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조계종 제4교구본사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이 오는 9월 실시되는 조계종 제38대 총무원장 선거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념 스님은 3월 30일 월정사에서 가진 법보신문과의 대담에서 “종단이 나를 필요로 하고,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고 하면 그런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시기에 대해서는 “부처님오신날 지나고 6월쯤”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정념 스님은 총무원장 선거 때마다 유력 후보로 거론돼 왔으나 출마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님은 대담에서 AI시대 불교의 역할, 세계시민보살운동, 종단의 과제 등에 대해서도 폭넓게 견해를 밝혔다. 다음은 대담 전문이다.
▷교구장 소임을 보시면서도 60안거 가깝게 결제에 드셨다고 들었습니다. 바쁜 와중에 굳이 안거에 드시는 이유가 있으신지요?
“사변(事邊, 사판)에 치우쳐 사는 시간이 오래되면 밖으로만 나가게 됩니다. 그래도 1년에 6개월은 결제 때 함께 정진하는 것이 스스로 반조하는 시간이 되고, 판단도 더 명료해집니다. 이사(理事)가 본래 둘이 아니라고 하지만, 사변만 하면 평생 사변 담당자가 되고, 이변(理邊, 이판)에만 머물면 평생 이변만 가지고 살게 됩니다. 부처님의 모습은 문수와 보현, 지혜와 실천이 원융(圓融)한 인격입니다. 주지를 살면서 선원의 결제를 함께하는 것이 제 본분이기도 하고, 소임을 더 잘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이 됩니다.”
▷결제 대중 스님들도 좋아하시겠습니다.
“그렇죠. 산중에 선원이 4곳입니다. 주지가 대중과 함께 새벽부터 정진하고, 공양하고, 울력하고, 저녁까지 함께하면 대중들도 힘들어도 불만이 적고, 동체심(同體心)이 생깁니다. 방선 시간을 활용해서 종무회의도 하고, 사람도 만나고, 법회도 합니다. 먼 출타가 아니면 두 가지를 함께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정념 스님은 3월 30일 월정사에서 법보신문 이재형 대표와 대담했다.
▷2004년부터 월정사를 이끌었습니다. 과거의 월정사와 지금의 월정사, 어떤 부분이 달라졌습니까?
“6·25 때 월정사와 오대산이 거의 전소됐습니다. 그 뒤로 복원의 역사였죠. 제가 소임을 보면서 느낀 것은 산중이 너무 은둔적이고 소극적인 농경문화에 머물러 있으면 안 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세상 문화와 전통문화를 융합해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은둔적으로 있으면 아무리 좋은 것도 알려지지 않습니다. 법회, 행사, 신행의 내용을 유튜브를 이용해 시공을 넘어 퍼 나를 수 있는 시대입니다. 사찰의 역할을 명확히 하면서 세간과 소통하는 통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기출가학교, 오대산자연명상마을, 선재길 복원, 조선왕조실록 환수 등 많은 일을 하셨습니다. 가장 보람을 느끼시는 것은 무엇입니까?
“여러 가지 다 귀중하지만, 그래도 출가학교를 꼽겠습니다. 2004년 부임하던 해에 시작해서 지금 70기, 3500여 명을 배출했습니다. 단기출가 속에서 익은 씨앗을 가지고 세간에 나가 심출가(心出家)로 살아간다면, 개인의 삶에도 의미가 생기고 세상을 향한 보살행으로 이어집니다. 아쉬운 것은 그때 종단이 함께 나서서 이 출가 문화를 범불교적으로 확산시켰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한 점입니다.”
▷세계청소년명상센터도 건립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올 연말이면 완공됩니다. 오대산의 자연환경과 불교문화를, 큰 종교성을 부여하지 않으면서 명상 중심의 치유문화로 풀어내려 합니다. 세계 청소년 명상문화, 치유문화의 허브가 될 수 있게끔 하려 합니다. 선재길을 복원해서 순례문화를 활성화하고, ‘명상치유의 성지’라는 브랜드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탈종교화 시대에 젊은 사람들, 무종교인도 오대산을 순례할 수 있게끔 전통적 신앙을 현대적 개념으로 재해석하는 겁니다. 미륵보살은 희망, 관세음보살은 치유, 지장보살은 구원, 문수보살은 지혜. 이런 의미들을 기후위기, 평화, 양극화 같은 시대적 가치와 연결해서 시민보살운동으로 이끌어 가는 것이죠.”
▷명상이 불교계를 넘어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AI시대에 명상, 더 나아가 불교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AI 대전환의 시대는 효율성이 극대화된 문명입니다. 물질 중심, 효율성 중심으로는 인간이 지닌 탐진치(貪瞋癡)의 문제를 극복하기 어렵습니다. 분절화되고, 개인은 고독해지고, 분노의 불길이 쉼 없이 일어나는 문명의 위기입니다. 우울증, 공황증 같은 정신병리 현상이 심화되고, 물질 생산력은 높아지지만 삶의 의미는 상실됩니다. 종교가 정신적 영역을 치유하고, 삶의 의미를 부여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공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불교가 기여할 수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불교적 세계관, 관계와 연결성의 사유 방식이 분절의 시대를 넘어설 수 있는 사상입니다. 마음 치유는 불교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영역이고, 특히 조계종은 선종을 표방하고 있으니 마음의 궁극적 문제를 치유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AI나 바이오가 노병사(老病死)를 치유하는 기술적 방법을 발전시키고 있지만, 궁극적인 고(苦)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존재를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입니다. 수명을 늘리고 암을 치유하는 것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AI시대에 기존 종교가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하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언어모델이라는 것은 분별의 소산물입니다. 유발 하라리의 말처럼 언어에 의지한 종교는 사라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불교가 이야기하는 것은 분별심을 무분별지(無分別智)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머무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내라는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은 ‘금강경’의 테제이기도 하죠. 분별이 다한 자리에서 가슴이 열리고, 인식이 전환됩니다. 거기서 자비희사(慈悲喜捨)의 사무량심(四無量心)이 나옵니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영역으로 "수헹으로 구현하는 생각 이전의 자리"를 손꼽았다.
▷스님께서는 그것을 ‘세계시민보살’이라는 개념으로 제시하셨습니다.
“명상을 왜 하는가. 내 마음의 평온, 자기 행복을 위해서 한다고 하지만, 그 행복은 자기 존재를 잘못 바라보는 전도몽상(顚倒夢想)에서 일어납니다. 모든 사물이 연결되고 관계에 의해 존재한다는 연기적 관점을 명료하게 인식 전환하는 데 수행이 필요합니다. 수행을 통해 인식이 명료해지면 사무량심을 지닌 보살행으로 나아갑니다. 세상을 연민하고, 따뜻하게 사랑하고, 환희하고, 차별심을 여의고. 기후위기, 평화, 양극화 같은 지구촌의 아젠다를 함께 해결해 가는 것이 시민보살운동입니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육신통(六神通) 이야기를 하지요. 오신통(五神通)은 술(術)입니다. 천안통, 천이통, 타심통, 숙명통, 신족통, 이건 다 AI시대에 구현됩니다. 그러나 누진통(漏盡通), 번뇌가 다하고 분별이 다한 자리, 생각 이전의 자리는 도(道)입니다. 수행은 그것을 구현하는 일이고, AI로서 해결하지 못하는 영역입니다. 불교가 그런 데는 가장 유능한 종교 아니겠습니까.”
▷종단 차원에서 명상 사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스님께서 오래전부터 오대산자연명상마을을 운영해 오셨는데, 이런 흐름을 어떻게 보십니까?
“종단이 명상문화를 확산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입니다. 시대적으로 필요한 방향이기도 하고요. 다만 우리 종지(宗旨)인 간화선, 조사선의 정체성과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고 여겨집니다. 앞으로 이것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는 종단 전체가 함께 고민해야 할 숙제입니다. 명상은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종단은 조계종의 정체성을 살려가면서 가야 한다고 봅니다.”
▷디지털 전환에 대해서도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AI시대에 데이터가 중요합니다. 교구마다 특성화된 데이터를 구축해서 중앙과 연결하고, 유무형 인프라를 데이터화해야 합니다. 이건 어느 한 집행부의 문제가 아니라 종단 전체가 빨리 해야 할 일입니다. 월정사도 올해 AI 대전환 로드맵을 만들었습니다. 자장율사부터 근세 고승들까지 쉬운 소설 형식으로 만들어서 곧 출간합니다.”
▷종단 전반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입니까?
“애종심(愛宗心)의 회복입니다. 지방 스님들이 교단 구성원으로서 자부심을 갖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여러 원인이 있지만 전부 각자도생(各自圖生)의 문화 속에 자기식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왜 그렇겠습니까. 종단이 제도로 구현시키지 못하는 겁니다. 노후 보장, 주거복지, 의료복지가 제대로 안 돼 있으니 전부 자기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합니다. 종단에 의지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 종단이 잘 되느냐는 자칫 부차적 관점이 되어버리기 쉽습니다.”
▷불교계 지도자로서 갖춰야 할 덕목은 무엇입니까?
“근본적으로 공심(公心)입니다. 공적 소임이기 때문에 권력이나 사욕에 좌우돼서는 안 됩니다. 헌신성이 있어야 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수용하는 포용성을 지녀야 합니다. 변화의 시대이니 방향 설정자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능력 있는 사람이 등용돼서 종단 발전이 종도들에게 공감받을 수 있는 리더십을 형성해야 합니다.”
정념 스님은 총무원장 선거 출마에 대해 “가능성이 없는 건 없다”고 밝혔다.
▷스님께서는 총무원장 선거 때마다 유력 후보로 거론됩니다. 출마하실 생각이 있으십니까?
“글쎄요. 지금까지 절밥을 먹고 살아왔는데, 종단이 염려된다는 데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으면 출마도 하고, 그렇지 않으면 대중들이 원하지 않는데 억지로 하겠습니까.”
▷대중이 원한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권유하는 사람이 많으면 알 수 있죠. 절집이 한 손바닥같이 뻔한데. 지금 종단 중심부와 일반 대중은 상당 부분 유리(遊離)돼 있습니다. 일반 대중은 이대로는 공감을 안 해요. 그래도 종단이 좀 이렇게 됐으면 좋겠다는 여망들이 있잖아요.”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습니까?
“예.”
▷일각에서는 부처님오신날 지나고 6월쯤 출사표를 던지실 수 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가능성이 없는 건 없겠지요. 그때쯤 분위기나 상황이 나를 필요로 하고, 종단이 이래선 안 되겠다,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 하면 그런 생각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선거를 거치는 것도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아마 시작이 되면 안 할 수도 없을 겁니다. 발을 뺄 수도 없고요. 선거를 뛰게 되면 어떤 난관도 돌파하는 일이지, 하다가 ‘아이고, 아니다’ 할 수는 없습니다.”
▷수행자로서, 종단의 중진으로서 후학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좀 더 대의적(大義的)이고, 헌신적이고, 애종심을 가지는 종단의 일원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대전환의 시대입니다. 안일하게 있으면 다 쓰나미에 밀려갑니다. 깨어있는 마음으로 시대의 파고를 넘어설 용기와 지혜, 자기 향상의 길을 열어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기 개인만이 아니라 종단, 불교 전체가 쓰나미처럼 밀려가게 됩니다. 지금 흐물흐물할 시간이 없습니다. 그래도 우리 조계종의 수행 문화는 앞으로 미래에 굉장한 의미를 지닙니다. 의미 상실의 시대에 세속의 출가가 필요합니다. 오신통은 술(術)이고 AI가 다 구현하지만, 누진통은 도(道)입니다. 번뇌가 다하고 분별이 다한 자리, 그건 수행이 구현하는 일입니다. AI로서 해결하지 못하는 영역이고, 불교가 가장 유능한 종교 아니겠습니까. 불교가 AI시대에도 세상에 기여하고, 유토피아를 향한 사상적 역할을 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월정사 법계문에는 '모든 존재는 서로 연결되어 함께 빛난다'는 세계시민보살의 개념이 현판으로 걸려있다.
정념 스님은..
1956년 경남 고성 출생. 1980년 월정사에서 만화희찬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1985년 범어사에서 자운 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수지했으며, 상원사 수선안거 이래 58안거를 성만했다. 중앙승가대를 졸업하고 조계종 호법국장, 11·12·13대 중앙종회의원, 동국대 이사, 중앙승가대 총동문회장 등을 역임했다. 2004년부터 월정사 주지 소임을 맡아 단기출가학교, 오대산자연명상마을, 선재길 복원 등을 주도하며 포교 혁신을 이끌었다. 국민훈장 동백장(2012)과 대통령 표창(2019), 조계종 포교대상(2022) 등을 받았다.
이재형 대표 mitra@beopbo.com
[1821호 / 2026년 4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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