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 조합원들이 20일 경기 성남시 판교역 광장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05.20.
[위클리오늘=전혜은 기자]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총파업 위기가 극적 타결로 일단 멈춰 섰다. 그러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성과급 체계를 둘러싼 갈등은 이제 카카오를 비롯한 정보기술(IT) 업계로 번지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임금·보상 협상이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사업부 간 이해충돌과 노동조합 내부 균열, 정치권 공방까지 얽힌 복합 전선이 형성되는 양상이다.
카카오 공동체 노조인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크루유니언)는 20일 카카오와 주요 계열사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파업 찬반투표가 모두 가결됐다고 밝혔다. 대상은 카카오를 비롯해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 등 5개 법인이다.
현재 카카오를 제외한 4개 법인은 이미 파업권 확보가 가능한 상태다. 카카오 본사는 경기지방노동위원회 조정 절차가 남아 있다. 노사는 지난 18일 1차 조정회의에서 접점을 찾지 못했고, 조정 기일은 오는 27일로 연장됐다. 이 회의마저 결렬될 경우 카카오 본사 역시 쟁의권을 확보하게 된다.
이 경우 카카오 그룹은 창사 이후 처음으로 공동 파업 체제에 돌입하게 된다. IT 플랫폼 업계 전반에도 적지 않은 충격이 예상된다.
이번 갈등의 핵심 역시 성과 보상 구조다. 카카오 노조는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와 조직 개편 과정에서 성과 보상 체계가 불투명해졌고, 일부 계열사 간 처우 격차도 심화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플랫폼 산업 불확실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삼성전자에서는 더 거대한 충돌이 벌어졌다.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 노사는 총파업 예정일인 21일 직전 극적으로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다. 협상은 18일부터 50시간 넘게 이어졌고, 한때 교섭 결렬 선언까지 나오며 실제 생산 차질 우려가 커졌다.
노사는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 체계를 유지하면서도 DS 부문에 ‘특별경영성과급’을 신설하기로 했다. 핵심은 사업 성과의 10.5%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고, 기존 상한선을 사실상 없앤 점이다.
합의안에 따르면 전체 재원의 40%는 DS 부문 전체에 공통 배분되고, 나머지 60%는 사업부 성과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 메모리 사업부는 최대 수억원대 성과급 수령 가능성이 거론되는 반면, 적자 상태인 비메모리 부문은 향후 지급 제한 조항이 적용될 가능성이 커졌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모바일·가전 등을 담당하는 DX 부문 내부에서 강한 반발이 터져 나왔다. DX 부문에서는 “반도체 호황 이전 수년간 모바일과 가전이 실적을 떠받쳤는데 협상은 DS 중심으로 흘렀다”는 불만이 공개적으로 제기됐다.
실제 협상 과정에서 DX 부문 조합원 일부는 노조 탈퇴 움직임을 보였고, 일부 조합원들은 단체교섭 중지 가처분 신청까지 제기했다. 온라인 직장인 커뮤니티에서도 “반도체는 수억 원, 우리는 수백만 원 수준”이라는 박탈감 섞인 반응이 이어졌다.
이번 사태는 단순 임금 협상을 넘어 한국 대기업 노동 구조 변화의 신호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과거 제조업 중심 노사 갈등이 이제는 반도체와 플랫폼 기업, AI 산업까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성과 중심 보상체계가 강화될수록 사업부 간 ‘같은 회사 다른 보상’ 문제가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 공방도 불붙었다. 국민의힘은 삼성전자 파업 위기를 두고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장기 교착을 부추겼다고 주장했다. 사용자 책임 범위 확대와 손해배상 제한 등이 노조의 협상력을 과도하게 키웠다는 논리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노조법 개정안과 연결하는 것은 정치적 프레임"이라고 맞섰다.
결국 삼성전자는 가까스로 생산 차질 위기를 넘겼지만, 카카오는 이제 본격적인 시험대 앞에 섰다. 문제는 어느 한 회사만의 갈등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성과 배분을 둘러싼 내부 균열은 앞으로 더 거세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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